한미약품 전격 통합 주도"바이엘 처럼"… 2년 전 부광약품 인수하면서 시동OCI 영업망 시너지 기대… 중간 지주사 추진"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만나겠다"… 잡음 최소화 나서
  • ▲ 이우현 OCI그룹 회장ⓒ뉴데일리DB
    ▲ 이우현 OCI그룹 회장ⓒ뉴데일리DB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의 전격통합에는 첨단소재와 제약·바이오 융합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가져가겠다는 승부수가 담겼다. 이번 결합으로 OCI그룹은 재계순위 38위에서 20위권으로 도약할 잠재력을 보유하게 된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OCI홀딩스는 한미약품그룹과 맺은 현물출자와 신주발행 취득을 위한 양사 공동 이사회를 꾸리는 등 통합 후속조치를 추진 중이다. 그룹 관계자는 "이번 결정으로 신규 사업 추진에 대한 강력한 동력을 마련하게 됐다"며 "주주가치 제고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절차는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취득하고, 임주현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 지분 10.4%를 가져간다. 이 과정에서 한미사이언스는 643만주를 신주발행하고 OCI홀딩스에 3자 배정하기로 했다.

    양사는 이번 통합으로 막대한 자금 투자가 필요한 신약개발에 규모의 경제가 이뤄져 R&D 추진 시너지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OCI그룹은 기존 소재·재생에너지에 더불어 헬스케어 사업에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후속 작업이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공동경영 체제를 구축해 단계적인 사업 통합 모델을 제시할 계획이다.

    통합의 주축으로 나선 이우현 OCI그룹 회장이 그리는 밑그림도 상당히 구체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국적 제약회사 '바이엘'을 언급하며 탄탄한 공급망을 갖춘 글로벌 제약사를 모델로 제시했다. 석유화학업체에서 M&A를 통해 '아스피린'을 파는 거대 공룡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이 회장의 제약 사업에 대한 열정은 2022년 중견 제약사인 부광약품을 품에 안으면서 예고된 길이었다. 이 회장은 "각자 분야에서 전문 역량을 쌓아온 그룹이 한 데 모였을 때 얻을 수 있는 시너지에 초점을 맞춘 딜"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인적분할 후 지주사로 전환한 OCI홀딩스는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폴리실리콘 설비 투자를 확대하는 등 지속적인 공급망 확충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 퍼져있는 OCI의 판매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한미약품의 수출 매출을 크게 늘릴 수 있다는 게 이 회장의 전략이다. OCI홀딩스의 해외 매출 비중은 80%가 넘는다.

    이 과정에서 OCI홀딩스는 통합 그룹의 지주사가 되고 한미사이언스는 제약·바이오 계열사를 이끄는 중간지주사로 거듭날 전망이다. 내년 주주총회까지 이어지는 통합과정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발굴해 시장에 런칭하는 것도 과제로 남았다.

    통합이 마무리되면 기업가치도 크게 뛰 것으로 보인다. OCI그룹의 공정자산총액은 12조2860억원으로 지난해 대기업집단 순위 38위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한미사이언스 연결 자산총계 1조1097억원을 더하면 단순 계산으로만 3계단 뛰게된다.

    재계 관계자는 "효성, 셀트리온, 호반건설, KT&G등 앞선 재계순위 기업들의 자산총액이 1~2조원 수준이란 것을 감안하면 통합이 성공하면 20위권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통합과정에서 불거진 경영권 분쟁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은 "양 사 통합에 대해 한미 측이나 가족으로부터 어떤 고지도 받은 적 없다"고 문제를 제기한 상황이다. 임 사장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11%를 보유 중이다.

    이 회장은 임 사장과 접촉면을 늘리며 잡음 최소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지난 14일 한차례 만난데 이어 오는 23일에도 자리를 마련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임 사장은 미래 기술에 굉장히 식견 있는 분"이라며 "통합법인에서의 역할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