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기준 차례상 비용 전통시장 28만·대형마트 38만원과일·견과·채소 등 가격 견인… 기후재해 등 생산 감소 탓전통시장, 대형마트보다 저렴하지만 선호도는 높지 않아
  • ▲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채소를 고르고 있다. ⓒ뉴데일리DB
    ▲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채소를 고르고 있다. ⓒ뉴데일리DB
    올해 설 차례상 차림 비용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전통시장 장바구니 물가도 올라 국민 부담이 커졌다.

    24일 전문가격조사기관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올해 4인 가족 기준 차례상 비용은 전통시장이 28만1000원, 대형마트가 38만580원으로 각각 나타났다. 대형마트가 전통시장보다 35.2%쯤 높았다.

    지난해 전통시장 설 차례상 차림 비용은 25만8500원, 대형마트는 35만9740원이었다. 올해 장바구니 물가는 고물가 여파가 지속하면서 각각 8.9%, 5.8% 상승했다.

    가격 상승을 견인한 것은 차례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과일·견과·채소류 등이다.

    사과·배는 지난해 1월9일 기준 3개 가격이 1만500원, 1만2000원이었지만 올해 19일 조사일 기준 1만5000원, 1만3500원으로 각각 올랐다. 두 과일의 전년 대비 가격변동률은 전통시장 26.6%, 대형마트 25.1%로 나타났다.

    곶감·대추·밤 등 견과류는 전년 대비 전통시장 21.7%, 대형마트 14.0% 가격이 올랐다. 무·배추·애호박·대파 등 채소류도 전통시장 25.0%, 대형마트 32.2% 값이 뛰었다.

    기후변화 등으로 말미암은 생산량 감소가 주 원인으로 분석된다.

    과일류는 재작년부터 2년간 재배면적이 늘고 생육 환경이 좋아 가격이 저렴하게 형성됐지만, 올해는 품종별 주요 생산 시기에 잦은 강우와 각종 병해충 등으로 생산량이 감소해 값이 뛰었다. 견과류도 올해 작황 부진이 생산량 감소로 이어졌다.

    채소류는 최근 강력한 한파로 생산량에 타격이 생겨 가격이 높게 형성됐다. 특히 대파와 배추는 공급량이 급감해 이른바 '금값' 됐다.

    지난해 봄철 냉해와 여름철 집중호우, 태풍 등으로 농작물과 가축 피해가 발생해 정부가 지급한 보험금은 총 1조1749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5년간 보험금 지급액 중 최대 규모다. 지급된 농가 수는 5개년 평균 18만8000호보다 1만5000호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높은 장바구니 물가로 인해 전통시장에서의 구매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전날 기준 설 성수품 28개 품목에 대해 전국 16개 전통시장과 34개 대형유통업체에서 조사한 올해 설 차례상 차림 비용은 평균 31만963원으로 전통시장의 경우 27만8835원이었다.

    정부는 설 물가를 잡기 위해 성수품 공급을 늘리고 할인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6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2024년 설 성수품 수급안정 대책'을 통해 성수품 공급을 평소보다 1.5배로 늘리고 할인지원도 전년보다 2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물가 상승에 따른 가격 부담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동훈 한국물가정보 팀장은 "일반적으로 그해 작황에 따라 품목별로 가격이 오르내리기 마련이지만, 올해는 일부 공산품을 제외하고 이례적으로 품목 전체가 오르는 양상"이라며 "좋은 품질의 재료를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하려면 정부의 설 물가 안정 대책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