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이견차 못 좁혀… 27일 중대재해법 확대 적용 확정현장 “사업주 구속되면 줄폐업·근로자 실직” 한 목소리일각선 내달 1일 본회의 법 적용 이후 협상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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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27일부터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도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이 전면 확대 적용된다. 정부와 영세기업의 읍소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발목잡기에 나선 탓이다. 산재 예방 여력이 턱없이 부족한 영세·중소산업 현장은 경영난과 줄도산 등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25일 중견중소기업계에 따르면 27일부터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에도 중처법이 적용된다. 여야 막판 협상 시도에도 불구하고 이날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중대재해법 개정안이 상정되지 않으면서다. 현재 국민의힘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개정안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처법 적용을 오는 2026년까지 2년 유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재해로 근로자가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을 때 안전관리 체계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에는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됐으나 50인 미만(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는 2년 유예됐다. 

    여당은 중소기업의 대다수가 준비 부족을 호소하는 현실을 감안해 2년 더 유예하는 법 개정안을 지난해 9월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야당과 노동계의 반대에 수개월째 법사위에 계류됐다. 총선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여야가 양보 없는 대치를 이어가면서 논의가 답보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야는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까지도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나갔다. 양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도중에도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막판 협상을 시도했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특히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중대재해법 개정안 논의 전제 조건으로 ▲산업안전보건청 연내 설치 ▲산재 예방 예산 2조 원으로 증액 등을 내걸며 몽니를 부렸다. 

    중대재해법의 확대 적용으로 영세·중소산업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들은 준비가 덜 된 열악한 환경에서 법이 시행되면서 사업주 처벌에 따른 줄폐업과 근로자 실직 등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우선 건설업계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가 가시지 않은 건설업 전반에서 중처법 확대 적용이 또 다른 충격파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대형건설사들은 이미 2년 전부터 처벌대상이 되면서 됐는데 당시에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앞두고 안전관리직종 인력을 구하기 힘든 어려움이 있었다”며 “2년이 지난 지금 그 부담이 중소업체로 넘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전관리 인력 입장에서는 삼성과 SK 등 제조업체 중심으로 수요가 쏠리는데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자금여력도 부족해 안전관리 매뉴얼과 교육 등 시스템개선 비용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세자영업자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강원도에서 고깃집을 운영 중인 자영업자 전모 씨는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사업주를 정부가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면서 “사고로 사업주가 구속될 경우 폐업으로 이어질 확률도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영세업체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내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곳이 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민주당은 1월 임시회 기간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다음달 1일까지 논의 창구를 열어두고 협상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 적용을 강행한다면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입법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고 범법자들만 양산하게 될 것”이라면서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게 처벌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을 부여해 산업현장의 혼란을 막아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