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노동자 손 들어줘… CJ대한통운 “상고”원하청 구조 지닌 산업계에 파장 확산 우려대리점연합 “대리점 경영권과 존재 자체 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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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대한통운이 하도급 노동조합과의 교섭 의무를 두고 벌인 소송에서 패소하자 택배업계를 넘어 산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법원이 직접적 계약관계를 맺지 않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폭넓게 인정하면서 원·하청 구조로 이뤄진 산업계에 혼란이 우려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CJ대한통운이 특수고용직인 택배기사들로 이뤄진 전국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법원이 사용자 개념을 넓게 해석한 것인데, 원청 기업이 패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J대한통운 측은 즉각 판결 수용 불가 입장을 내고 상고 의지를 밝힌 상태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CJ대한통운이 하청 소속 택배기사들에게 ‘실질적 지배력’을 갖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통상 택배기사는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택배대리점과 계약을 맺는다. 대리점은 다시 택배사와 위·수탁 계약을 맺어 택배 배송을 하고 있다.

    이런 고용 형태는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되는데, 택배기사뿐 아니라 배달 라이더나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등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CJ대한통운을 비롯한 경영계에서는 원청기업이 사업 일부를 떼어주는 것은 기업의 자유 영역이고 직접 고용관계가 아닌 원청기업이 하청노동자까지 책임질 이유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노조와 단체교섭할 의무를 지는 사용자는 노동자와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있는 사업주뿐 아니라 근로조건 등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또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개념의 해석은 법원이 할 수 있다고도 했다. 사용자 범위 확대는 입법이 필요한 영역이라는 CJ대한통운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택배업계는 판결이 확정되면 원청인 택배사가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해야 하고 노조가 단체교섭 결렬을 이유로 파업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또 택배뿐 아니라 건설업과 조선, 자동차, 전자제품 제조 등 원·하청 구조로 이뤄진 다른 기업들도 노조와 교섭을 해야 하거나 소송에 휘말릴 여지가 있다. 

    특히 2018년 금속노조가 같은 쟁점으로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소송했을 때는 1·2심 모두 회사 측이 승소,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그동안은 원청이 노조 활동을 방해하는 경우 사용자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있었는데, 원청의 사용자성 범위가 단체교섭 의무로 확대된다면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통합물류협회 측은 “원청기업의 사용자성을 무리하게 확대해석하는 이번 판결은 택배는 물론 물류 산업 전체에 커다란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이번 판결로 하청노조의 원청에 대한 교섭 요구가 물류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면 또 다른 물류대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도 성명을 내고 “택배 산업의 현실을 외면하고 전국 2천여개 대리점의 존재를 부정한 판결”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대리점연합은 “택배기사의 근무 여건과 집화 형태 등을 결정하는 실질 사용자는 개별 대리점인데도 1심 변론에서 사실상 배제됐고, 2심에서야 비로소 원고 보조참가인으로 참여했으나 이마저도 7주 만에 종결됐다”며 변론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했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