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둔화 우려에 면세점 부진증권가, 면세점주 목표가 하향"관광객 증가에도 실적 보탬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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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여행 수요는 회복세에 접어들었으나 면세점 관련주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과거 면세업계 '큰 손'들이었던 중국의 보따리상이 자취를 감춘 것이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예상보다 더딘 주가 흐름에 증권가에서도 목표가 하향 조정에 나서는 분위기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주(15~19일) 유가시장에서는 호텔신라의 주가가 다시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우며 내리막을 걸었다. 그 밖에 현대백화점, 신세계 등 다른 면세점주도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

    중국 단체관광이 예상만큼 회복되지 못하면서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8월 중국정부는 사드사태 이후 6년 만에 한국행 단체관광을 허용했다. 이에 대표 관광주인 면세점이 대표적인 수혜주로 부각됐지만 상황은 과거와 달랐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면세점의 큰손인 단체 관광객, 이른바 유커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 자리는 MZ 세대의 개인 관광객(싼커)가 메운 것이다. 높은 구매력으로 면세 매장의 실적을 책임졌던 유커들이 없어지다 보니 실적 역시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한국면세점협회 최근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2조4512억 원으로, 12월 매출을 감안하더라고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2020년(15조 원대)보다 규모가 적다. 2021년과 2022년은 각각 17조8000억 원 수준이었다.

    시장 악화에 증권사들은 면세점의 목표주가를 연일 내리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호텔신라의 주가를 9만원에서 8만원으로 조정했으며 앞서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도 잇달아 신라호텔의 목표주가를 내렸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의 주가도 하향 조정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신세계에 대해 투자 의견은 '매수'를 유지했지만 목표 주가를 기존 30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낮췄다. 하나증권은 현대백화점의 면세사업이 연간 100억 원 내외 손실 규모로 추정해 목표주가를 재조정했다.

    시장에서는 1분기 내내 당분간 주가 약세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단순히 관광객의 증가가 면세점의 유의미한 실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에서다. 또 중국 내 물가 하락(디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면서 이들의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도 주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 유입이 내년 1분기부터 점진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나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업황과 실적의 회복이 느린 것에 대한 부담이 주가 압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기대보다 중국인의 한국행 단체 여행 회복이 더딘 점은 아쉽다"면서도 "작년 하반기보다 한국과 중국 간 항공편이 늘어난 점을 고려했을 때 중국인의 나들이 수요가 높아지는 2분기 전후로는 중국인 단체 여행 회복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