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권 증시 올 들어 10% 급락에 투자자 이탈 우려中 긴급 자금 투입·공매도 금지 주가 부양책 발표국내 화학·화장품·관광株 주가 반등 제한적
  • ▲ 중국 상하이 증권시장. ⓒ연합뉴스
    ▲ 중국 상하이 증권시장. ⓒ연합뉴스
    연일 이어지는 중국의 증시 부양책에도 국내 증시에 중국 관련주는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중국 경제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큰 국내 화학·화장품·관광 등 관련주들은 역대급 부양책 소식에 기대감이 커졌지만 이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는 2819대로 2021년 2월 3731대 고점 대비 30% 이상 빠졌다. 중국 본토 기업들이 포함된 홍콩 항셍지수 역시 3년 전 고점만 놓고 비교하면 하락률이 50%에 육박한다.

    올 들어서만 중화권 증시가 평균 10% 이상 떨어지면서 중국 당국은 대대적인 부양책을 빼들었다. 우선적으로 주가 하락을 막고 투자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것으로 지금까지 펼쳤던 부양책보다 규모가 커지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23일에는 홍콩증시 안정을 위해 모두 2조 위안의 자금을 긴급 투입을 결정했다. 이는 한화 약 371조 원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조성된 증안기금보다 두 배가 넘는 금액이다. 자금은 중국 국영 기업의 역외 계좌에서 조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제한된 주식 대여를 전면 금지했다. 앞서 중국은 과거에도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산하 후이진투자공사를 활용한 국가 대표펀드를 조성해 증시에 개입한 바 있다. 2018년 4월과 지난해 10월 증시가 고전할 때도 펀드를 통해 주요 종목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대책을 세운 바 있다.

    대규모 실탄을 투입한데는 내수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면서다. 중국 경제는 지난해 리오프닝을 선언한 이후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4분기 내내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미·중 패권경쟁 격화에 따른 정책 리스크 증가도 중국에 대한 투자 선호도를 떨어뜨린 주요 요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은 화학·화장품·관광·면세주들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올 들어 주가가 20% 이상 하락하는 등 고전 중이다. 포스코홀딩스와 동국제강 등도 연초 10% 이상 하락세를 걸었다. 유통주에서는 신라호텔·신세계·LG생활건강 등 면세점·화장품 등 기업들의 주가는 10% 안팎의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소비 흐름과 밀접히 연관된 국내 화장품 업계가 지지부진한 중국 내수에 실적 개선 어려움을 겪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단체관광 재개에도 면세 특수도 누리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중국의 추가 부양책 소식이 예고됐음에도 중화권의 반등세가 지속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데다 중국 경제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신뢰가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단순한 자금 투입의 증시 부양이 아닌 보다 강력한 부양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KB증권은 "짧은 주기로 증시 부양 방안이 발표됐다는 점에서 3월 양회 전까지 기대감으로 국유기업 중심의 반등 흐름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다만 기대했던 강한 재정 정책이 발표될 가능성이 낮아 반등세가 지속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밝혔다.

    IBK투자증권도 "현재 국내 증시가 일본, 미국에 비해 뒤처지고 있는 이유로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실적 부진을 꼽을 수 있다"며 "특히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내수주는 국내 요인과 더불어 중국 소비 둔화까지 겹쳐 더욱 고난을 겪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