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단종 카드, 458종…1년새 '4배' 껑충"수익성 악화 여파…고객 혜택 유지 어려워"고급 혜택 '프리미엄 카드' 론칭 랠리…'우량고객' 확보
  • ▲ 카드. 사진=정상윤 기자
    ▲ 카드. 사진=정상윤 기자
    카드사들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성 반등을 노리고 있다. ‘혜자 카드’라 불리며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누리던 카드를 과감하게 버리는 한편 고급화 전략을 통해 이익을 보전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 삼성, KB국민, 현대, 롯데, 우리, 하나, BC 등 8개 전업카드사의 카드 458종(신용 405종, 체크 53종)이 단종됐다. 2022년 116종의 4배에 달하는 수치다. 같은 기간 신규로 출시된 카드는 175종에 불과하다.

    단종된 상품 중에는 혜택이 많은 이른바 '알짜카드'가 다수 포함됐다.

    쇼핑 혜택으로 인기를 끌었던 KB국민카드의 '탄탄대로' 시리즈와 교육비 혜택으로 유명한 신한카드의 '더 레이디 클래식(The LADY CLASSIC)' 등이 지난해 단종됐다. 

    항공 마일리지 적립 혜택으로 해외여행자들 사이에서 수요가 많았던 우리카드의 '카드의정석 마일리지 스카이패스(MILEAGE SKYPASS)'도 지난해 신규 발급을 중단했다. 

    하나카드도 지난해 말 '1Q 데일리플러스 카드' 신규발급을 멈췄다. 아파트 관리비와 4대 보험료 자동이체액 10만원당 5000원의 '하나머니'를 제공하는 알짜카드였다.

    반면 지난해 1년 동안 새롭게 출시된 카드 상품은 신용카드 145종, 체크카드 30종으로 175종에 그쳤다. 단종된 카드 상품 수가 신규 출시 상품의 2.6배에 달했다. 

    올해도 카드사들의 상품 단종 움직임은 계속되는 추세다.

    현대카드는 지난달 3일 주유 할인 혜택에 특화된 '에너지플러스 에디션2' 카드를 단종했으며 'X 에디션(Edition)2' 시리즈 등 카드 3종을 단종했다. 또 21일에는 전월 실적과 할인 한도 제한이 없는 상품으로 유명한 '제로 에디션(ZERO Edition) 2' 할인형과 포인트형 2종의 신규·교체·갱신·추가 발급이 종료된다.

    카드사들의 상품 단종 움직임이 가속화되는 배경에는 수익성 악화가 자리잡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이 수년째 계속되면서 카드사의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의 적자가 갈수록 심각해졌다. 또 고금리 장기화로 이자비용 및 대손비용이 급증하면서 실적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실제 지난해 3분기 기준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의 누적 순이익은 1조9928억원으로, 전년 동기 2조1701억원에 비해 8.2% 줄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수익성 악화로 비용 절감 필요성이 커지면서 고객에게 제공되는 혜택을 이전처럼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며 "기존 상품을 단종하고 새롭게 리뉴얼에 나서는 것도 비용 관리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 ▲ 카드. 사진=정상윤 기자
    ▲ 카드. 사진=정상윤 기자
    카드사들은 기존 혜자 카드를 줄이거나 없애는 한편, 고급 혜택을 담은 ‘프리미엄 카드’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브랜드 고급화를 통해 수익성 향상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월 카드 사용금액이 많은 우량고객을 확보해 수익성 회복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통상 프리미엄 카드는 연회비 10만원 이상인 고급 카드를 의미한다. 최근에는 최상위 등급 고객들을 위해 연회비가 100만원을 훌쩍 넘고, 회원 등급에 따라 아무나 가입할 수 없는 조건을 내세운 카드들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우리카드는 최근 연회비만 250만원에 달하는 고액 자산가 특화 '투체어스' 카드를 선보였다. 해당 상품은 우리카드 회원 중에서도 최상위 1% 고객을 타깃으로 최상위 등급인 블랙·골드 회원만 발급할 수 있도록 설정했다. 이 카드를 이용해 전세계 럭셔리 공항 라운지를 동반 3인까지 매월 8회 이용할 수 있고 특급 호텔과 공항 등에서 횟수 제한 없이 발레파킹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현대카드는 2021년부터 미국 신용카드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고급 신용카드 '센츄리온'을 국내 단독 공급하고 있다. 이 카드는 연회비 최대 100만원으로 호텔 회원 등급 상향, 전 세계 공항 라운지 무료 이용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카드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의 계약을 마무리하고 독자적인 프리미엄 카드 '디아이디' 라인업을 출시했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초 자사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헤리티지' 라인업을 내놨으며, 롯데카드도 지난달 초 자사 브랜드 '로카'의 프리미엄 상품인 '로카 프로페셔널 카드'를 출시하며 프리미엄 경쟁에 합류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근 20대 이상 40대 이하 고객들 가운데서도 프리미엄 카드를 찾는 고객이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며 "이는 연 회비에 비례한 다양한 혜택은 물론 자신의 가치를 드러낼 때는 소비를 아끼지 않는 MZ세대의 소비패턴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