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공정위와 행정소송서 쿠팡·SPC '손'순환금액 2017~2023년 9월까지 5500억원 달해기업 부담 가중·혈세 낭비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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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최근 기업들과 과징금 관련 행정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면서 체면을 구기고 있다.

    2일 서울고법 행정7부는 전날 쿠팡이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전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32억9700만원과 시정명령 전부를 취소하라고 했다.

    공정위는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쿠팡이 최저가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납품업체에 이른바 갑질을 했다 판단하고 과징금 32억97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이에 쿠팡은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행정처분 집행을 정지해 달라는 신청을 내면서 처분이 잠정 중단됐었다.

    쿠팡뿐 아니라 공정위는 SPC와의 행정소송에서도 일부 패소했다. 지난 31일 서울고법 행정 6-2부는 공정위가 SPC에 부과한 647억원 과징금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난 2020년 11월 사건이 접수된 지 3년 2개월 만에 나온 첫 법원 판단이다.

    공정위는 지난 2020년 SPC가 계열사를 부당 지원했다며 SPC그룹에 과징금 647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당시 SPC가 삼립에 일감을 몰아준 배경에 대해 경영권 승계 목적이라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에서 "거래에서 삼립의 실질적 역할이 없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은 만큼 부당 지원 행위로 볼 수 없다"며 SPC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시정명령 취소와 과징금의 경우는 전액 취소하도록 했다.

    문제는 경우에 따라 행정 소송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 둔 기업들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공정위로부터 중도해지 정보를 충분히 알리지 않아 1억원 가까운 과징금을 부과받은 카카오는 법적 분쟁 가능성도 내비쳤다. 버거 프랜차이즈 맘스터치 역시 갑질에 대한 공정위의 과징금 3억원에 이의신청 등 후속 조치를 예고한 상태다.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했다가 다시 기업에 환수한 금액은 수천억원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하반기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했다가 기업 등에 돌려준 금액(순환급액)은 2017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5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보면 2017년 1657억원, 2018년 203억원, 2019년 1348억원, 2020년 83억원, 2021년 72억원, 2022년 1394억원으로 5511억원이었다. 공정위의 과징급 환급사유에는 행정소송, 추가감면 의결, 직권취소, 의결서경정, 변경처분 등이 있다.

    이 때문에 행정력을 앞세운 공정위의 무리한 기업 손보기 관행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더욱이 기업 부담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잇단 패소로 혈세를 낭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는 과징금 불복 소송에 따라 환급할 과징금 금액은 전체 과징금의 10% 수준의 규모라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힘든 경영 환경 속 수십억원의 과징금이라도 맞게 되면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면서 "소송을 하더라도 재판 비용은 물론이고 기업 이미지등도 타격을 받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