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식 뉴삼성 초대형 M&A 기대빅테크 주도권 방점AI·헬스케어·핀테크·로봇·전장 분야 압축한종희 "대형 M&A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2017년 하만 이후 감감… 80조 현금성 자산 보유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뉴데일리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뉴데일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당합병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삼성이 그동안 검토했던 인수·합병(M&A) 후보 중에 깜짝 놀랄 빅딜을 성사시킬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3년 간 260곳의 매물을 살펴본 삼성이 연내엔 성과를 내놓을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6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전날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와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아직 검찰이 항소할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슈였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정당성을 1심에서 인정받으면서 이 회장은 큰 부담을 덜었다는 평가다. 더불어 지난 2022년 10월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에도 발목이 잡혀있었던 경영 행보에 본격적으로 힘을 실을 수 있게 됐다.

    이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게 되면 무엇보다 대형 M&A를 추진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전장기업 하만(Harman)을 9조 원에 인수한 이후 지금까지 대형 M&A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삼성리서치나 벤처투자 등의 계열사를 통해서 꾸준히 초기 기업과 유망 기업에 투자하고 있고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도 지분투자로 미래 먹거리 발굴을 이어가고 있지만 당장 삼성과 시너지를 내면서 해당 산업분야를 휘어잡을 빅딜은 추진하지 못하고 있던 현실이다.

    하지만 삼성은 꾸준히 빅딜을 추진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대상 기업을 검토해왔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미 3년 전부터 대형 M&A를 추진하기 위해 여러 매물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는 "지난 3년 간 검토한 기업 수만 260여 곳에 달한다"고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한 부회장이 당시 꼽은 M&A 대상 기업 분야는 5가지로 압축된다. 지난해부터 급부상한 인공지능(AI) 분야가 그 첫번째고 디지털 헬스케어, 핀테크, 로봇, 전장 분야가 미래 유망 사업일 뿐만 아니라 삼성에서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내며 제대로 육성할 수 있는 산업으로 점 찍었다.

    삼성이 M&A를 할 대상 분야 중 시장에서 가장 관심이 높은 것은 단연 AI다. AI는 이미 전 산업계를 망라해 필수 기술이 된지 오래지만 지난해 오픈 AI의 '챗GPT'로 생성형 AI가 생활 속으로 빠르게 들어오면서 그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삼성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와도 AI는 뗄 수 없는 관계다. AI 수요를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는 가운데 삼성이 AI 반도체 관련 대형 M&A를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로봇과 전장은 삼성이 앞서 빅딜이나 중형딜로도 다수 기업을 인수했지만 여전히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다. 전장은 하만 인수를 통해 기술력과 고객망 등을 얻은데다 삼성의 브랜드를 더해 지난해 연간 매출 14조 3900억 원, 영업이익 1조 1700억 원 규모 사업으로 키우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추가적인 인수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일으켜 전장사업을 완전한 미래 핵심 사업으로 자리매김 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봇은 삼성이 대형 M&A를 언급할 때마다 가장 먼저 들썩이는 분야다. 지난해엔 로보틱스 전문 기업인 레인보우로보틱스에 두 차례에 걸쳐 지분 투자를 진행해 지분 15% 가량을 확보했는데, 이후 로봇이나 로보틱스 관련 기업들이 삼성의 투자나 M&A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앞서 현대차나 LG 등이 글로벌 로보틱스 기업들을 잇따라 인수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도 해외 유망 로봇기업을 인수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삼성이 사법 리스크로 대형 M&A를 선뜻 추진하지 못하고 시장을 관망하고 있던 가운데 쌓인 현금도 상당하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말 기준 순현금 규모는 79조 6900억 원으로, 하만과 같은 대형 딜에 더해 수십조 초대형 딜까지 충분히 추진 가능한 수준이다.

    이 회장의 이번 무죄 판결로 지난해 연말 인사로 신설된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도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사업기획단은 삼성의 중장기 미래 사업을 큰 그림에서 추진하기 위해 구성된 조직으로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 전문가인 전영현 삼성SDI 이사회의장(부회장)이 수장을 맡았다. 미래사업기획단이 삼성의 새로운 빅딜 추진에 참여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삼성이 지난 3년 간 빅딜 추진을 위한 밑바탕을 다진데다 이번에 이 회장 등이 1심에서 무죄까지 선고받아 올해는 연내에 M&A 성과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이 회장도 회장 취임 이후 첫 초대형 M&A를 성사시켜 경영 복귀 신호탄을 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