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임금체계-인사제도 통째로 무시"회장 직접 교섭, 대표이사 참석 요구도 빈축교섭권 없는 소수 노조 대표성 논란 겹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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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의 11개 계열사 노조가 임금 인상을 주장하는 가운데 재계에서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환경 상황에도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노조연대는 6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024년 근로조건 및 노사관계 개선을 위한 공동요구안을 발표했다.

    근로조건 개선 7대 요구안에는 올해 임금 공통 인상률 5.4% 및 계열사별 경영성과에 따른 성과 인상률 인상이 포함됐다. 임금 인상률은 물가상승률 3.6%와 산업별 노동생산성 증가분 1.8%를 반영했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여기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의 직접 교섭 상견례, 교섭 시 대표이사 참석을 제안했다.

    현재 삼성노조연대에는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삼성SDI울산 노조, 전국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삼성생명 노조, 삼성생명서비스 노조, 삼성화재 노조,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 노조, 삼성카드고객서비스 노조, 삼성웰스토리 노조, 삼성에스원참여 노조, 삼성엔지니어링 노조 &U(엔유) 등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런 삼성 노조의 주장은 현실성이 없는 과도한 주장이라는 지적이다. 계열사별로 임금 체계가 다른데다 경영성과를 평가하는 기준도 다른 만큼 공통 인상률을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게 재계 시각이다. 

    오히려 이런 터무니 없는 요구는 기존의 임금체계 및 인사제도를 통째로 바꾸자는 것으로 근거 및 어떤 회사를 상대하려는 지도 불분명한 주장이라는 평가다.

    이와 함께 연대에 참여한 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 삼성화재, 삼성생명 등 4개사 노조는 교섭권이 없는 소수 노조에 불과한데다 삼성SDI와 디스플레이 조합은 회사와 이미 2024년도 임금교섭을 진행 중인데도 이를 무시하고 공동 교섭안을 또 요구하는 것은 노동계에서도 이례적이라는 시각이다. 

    실제로 삼성 계열사들은 매년 노사협의회와 임금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노사협의회는 회사를 대표하는 사용자 위원과 직원을 대표하는 근로자 위원이 참여해 임금 등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삼성의 협의 기구다.

    노사협의회 근로자 위원은 직원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법조계는 노사협의회의 경우 합법적 기구로 임금을 비롯한 복지 증진에 협의를 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제3조)에 따르면 노사협의회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참여와 협력을 통해 근로자의 복지증진과 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구성하는 협의기구'라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부 행정해석에서도 문제가 없다. 노동부는 '비노조원 근로조건은 취업규칙, 근로계약 등에 의해 결정되므로 단체협상 체결 전에 비노조원 임금인상률을 결정해 지급한 것은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다'라고 판단한 바 있다. 삼성전자 취업규칙은 임금 결정 과정에 대해 '물가 변동, 회사경영 형편 등을 고려해 매년 1년 노사간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고 규정돼 있다.

    노동부는 유권해석을 통해 '노조가 없거나 소수 노조일 경우 비조합원의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비조합원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는 것이 근로자 보호 차원에서 위법하지 않다'고 밝혔다. 연대에 참여한 노조의 요구가 치나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한 노동분야 전문가는 "대기업 노조들의 과도한 행태가 우리 사회의 양극화에 가속페달이 되고 있다"며 "직원이나 국민들에게 호응을 얻으려면 과거의 대립적, 투쟁적 구도에서 벗어나 합리적이고 균형감 있게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