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소지자 중 농장 수의사 964명… 전체의 6% 불과열악한 근무환경·처우에 업계의 3D 직종으로 분류수의사회 "증원보다 수의사 권한 늘리는 체계 정립 필요"농식품부 "동물의료개선대책 마련해 논의 중"
  • ▲ 한우 농장. ⓒ국립축산과학원
    ▲ 한우 농장. ⓒ국립축산과학원
    최근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를 결정한 배경에는 지방·필수의료 인력 부족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그러나 흉부외과·소아청소년과 등 소위 비인기 진료과의 인원 부족 문제는 비단 일반 의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수의사 역시 소·돼지 등 농장 담당 인력의 부족으로 신음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본보가 농림축산식품부를 통해 받은 지난해 기준 수의사 현황에 따르면 총 면허 보유자는 2만2292명으로 이 중 현업종사자는 1만4123명(63.4%)이다.

    현업종사자 중 동물병원을 개원한 수의사는 총 8515명이다. 진료 대상별로 보면 △반려동물 6938명 △농장동물 964명 △혼합진료 613명 등이다. 현직 수의사 중 60.3%만이 동물병원을 개원했다.

    특히 동물병원 개원의 중 농장 전문은 6.82%에 불과했다. 일례로 지난해 10월 소에 발병하는 전염성 피부병인 '럼피스킨병'이 전국적으로 퍼졌을 당시 농장동물 수의사 부족으로 대응에 어려움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25일 기준 럼피스킨병 29건 중 가장 많은 16건이 발생한 충남의 경우 농장동물 수의사 1명당 산술적으로 소 2500여 마리를 담당해야 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간사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식품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7월 기준으로 충남의 농장동물 수의사는 169명으로 나타났다. 반려·농장동물을 모두 돌보는 혼합진료 수의사까지 합하면 207명이다. 하지만 충남지역 농장 수는 1만4126개로, 수의사 한 명당 68.2곳을 담당해야 하는 실정이다.
  • ▲ 2023년도 기준 수의사 현황. ⓒ농림축산식품부(그래픽=뉴데일리)
    ▲ 2023년도 기준 수의사 현황. ⓒ농림축산식품부(그래픽=뉴데일리)
    수도권과 광역자치단체는 상황이 오히려 안 좋다.

    이달 8일 기준 대한수의사회에 신고된 지역별 동물병원 개원 수의사 통계에 의하면 서울은 전체 1012명 중 농장동물을 전문으로 돌보는 수의사가 단 1명에 불과했다. 경기는 1381명 중 136명, 인천은 231명 중 2명이다.

    지역별로 총인원 대비 농장동물 수의사 비중을 보면 △경북 45.2% △전남·충남 43% △제주 37.7% 등 순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는 협회에 소속된 회원들의 신고로 집계된 것이기에 실제 현황과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수의사회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를 원인으로 꼽았다.

    수의사회 관계자는 "농장 수의사는 똥오줌이 가득한 축사에 들어가서 진료해야 하고 소에게 치이거나 밟힐 수 있는 등 위험이 큰 3D 직종"이라며 "소를 치료하기 위해 줄로 묶는 과정에서 그 줄에 손가락이 절단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수의사들에게 '진료권'이 없는 것도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수의사회 관계자는 "현행 수의사법이 축산을 위해 열려 있어 아무나 약을 사다 써도 되고 (심지어) 농장주가 직접 본인 동물을 수술해도 불법이 아니다"라며 "왕진을 가도 왕진 가방에 든 약이나 농장에 있는 약이 별반 다르지 않다"고 했다.

    현행 수의사법 제10조를 보면 수의사가 아니면 동물을 진료할 수 없다고 나와 있지만, 예외사항을 두고 있다. 수의사법 시행령 제12조 3항에는 축산 농가에서 본인이 사육하는 가축에 대한 진료행위는 가능하다고 명시해놨다.

    수의사회는 농장 수의사들의 처우가 개선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면서도 증원이 필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수의사 자체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가축 담당 수의사가 부족하다"면서 "축산법과 관련된 내용을 조정해 수의사 권한을 늘리는 등 체계 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 쪽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 등의 체계가 있지만, 수의 분야는 100% 민간시장이라 정부가 수가를 올리는 것도 할 수 없다"며 "반려·농장·혼합진료 등을 나누는 공식적인 기준도 없고 인턴·레지던트와 같은 수련 과정도 부재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동물의료개선대책을 마련해 수의사들도 전문의 과정과 같은 수련을 거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려고 준비 중"이라며 "현재 이 부분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고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지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