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추진 발표 후 사모펀드 순매수 상위 현대차·LG·신한지주 관련주가 날개…수익 확보 기대감 UP정부 정책 등에 업고 거버넌스 개선 압박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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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하자 사모펀드(PEF)도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주식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주가 부양에 따른 알파 수익을 노림은 물론 정책 방향에 발맞춘 자연스러운 지분 확보를 바탕으로 운신의 폭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4일부터 지난 14일까지 사모펀드의 순매수 상위 종목엔 현대차(753억원), 한미반도체(205억원), LG(163억원), 우리금융지주(161억원), 롯데지주(158억원), 삼성생명(113억원), 신한지주(105억원), 기업은행(100억원) 등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이 종목들은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주식 저평가) 해소를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밝힌 뒤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거나 저평가된 주식으로 꼽힌다. 

    올해 들어 정책 발표 이전인 지난 23일까지 현대차(-217억원), 삼성물산(-35억원), LG(-12억원) 등 저PBR주를 순매도하던 사모펀드는 정책 발표 이후 관련 종목 직접 투자에 적극 나서며 이전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인수합병(M&A)로 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한 뒤 경영효율화를 꾀해 기업 가치를 높인 후 되팔아 고수익을 추구하던 사모펀드가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주 집중 투자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해당 종목들은 시장 수급 쏠림에 최근 주가가 날개를 달면서 사모펀드들의 수익 확보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KB금융(30.9%), 현대차(32.9%), 삼성생명(30.1%), 삼성물산(29.6%), 신한지주(12.3%) 등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4일까지 급등했다.

    급등한 일부 금융주에선 사모펀드의 차익 실현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14일 글로벌 PEF 칼라일그룹 산하 자산운용사인 킹스맨인베스트먼트는 KB금융 주식 500만주를 블록딜로 매각하기 위한 수요예측에 나섰다.

    지난 2일 글로벌 PEF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도 보유 중인 1억7000만달러 규모의 신한금융 주식 520만주를 블록딜을 통해 매각했다.

    최근 사모펀드의 적극적인 행보는 시세 차익 기대는 물론 정부 정책으로 운신의 폭이 넓어진 데 따른 움직임으로도 해석된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상장사로 하여금 적극적인 주주 환원정책을 유도하고 있는 만큼 정책 방향에 발맞춘 거버넌스 개선 압박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밸류업 프로그램과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목표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정부 정책과 행동주의 사모펀드의 캠페인이 맞물릴 경우 기업의 저평가 해소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

    실제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사모펀드들의 적극적인 주주행동주의 행보는 저PBR주 랠리 흐름과 맞물려 활발해지고 있다. KCGI·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등은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주주행동을 개시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지분 매입에 나서면 목적이나 배경에 불편한 관심이 쏠릴 수 있는데, 정부의 정책 추진에 발맞춘 행보라는 명분이 생겼다"면서 "주가 상승에 따른 수익은 물론 거버넌스를 압박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밝혔다.

    다만 사모펀드까지 동참한 저PBR주 매수 랠리가 실제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 자금이 단기적으로 빠져나간다면 명분을 내세운 테마성 투자로 접근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거버넌스 개선은 핑계로 주주 환원을 강력히 요구하고 실상은 단기 수익 실현을 추구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