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미국 CRE 시장 점검 보고서CRE 리스크 국내 금융사 실적 좌우 전망증권사 열위 자산 많아 상대적 손실 가능성 커
  • 최근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의 주가 폭락으로 촉발된 미국 상업용 부동산(CRE) 리스크가 올해 국내 금융사들의 실적을 좌우할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이경자·김재우·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국내 금융사들의 올해 실적 결정 변수 중 하나가 상업용 부동산이 될 것"이라며 "선제적으로 작년까지 해외 상업용 부동산 관련 손실을 상당 부분 인식해오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의 사업장 단위 점검 방침 아래 올해 관련 손실 인식이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31일 NYCB는 실적 발표에서 지난해 4분기에 2억6000만달러(약 346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고 전했다. 상업용 부동산을 비롯해 대출 2건을 대손 처리하면서 총 1억8500만 달러를 상각한 여파다.

    이에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NYCB의 신용등급을 두 단계 낮춰 정크등급(Ba2)으로 강등했다. 예상치 못한 악재에 10달러대였던 주가는 일주일 새 60% 가까이 급락했다. 

    시장에선 상업용 부동산발 지역은행 위기가 재점화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3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의 해외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총 15조2000억원에 달하며 이 중 미국 CRE 비중이 56.6%에 달한다.

    다만 국내 금융지주들의 해외 CRE 관련 손실은 해외 은행들에 비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이들은 "해외 CRE 중 오피스와 멀티패밀리 자산이 총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0.4%에 불과하고, KB금융의 경우 선순위 대출 비중이 70%에 달한다"면서 "금융지주들은 관련 손실을 이미 선제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나 이들 3대 금융그룹 산하 증권사들이 보유한 해외 CRE에 대해서 유가증권 손상차손을 이미 지난 2∼3년에 걸쳐 보수적으로 인식했다. 보유한 관련 자산의 원금 대비 6.9%(신한) 및 16.9%(하나)를 이미 손상차손으로 인식한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사들의 익스포저는 절대적인 규모 대비 제한적이지만 질적 측면에서 열위 자산이 많아 상대적으로 손실 가능성이 은행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6월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잔액은 8조3000억원으로 보험(21조7000억원), 은행(9조8000억원)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이들은 "현재 증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대체투자 자산은 임대 안정성 및 향후 매각 가능성 등 질적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위인 자산들의 비중이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증권사의 대체투자 딜의 특성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2019년부터 증권사들은 대체투자 자산을 자기자본을 통해 먼저 인수하고 국내 투자자들에게 넘기는 셀다운 방식의 영업을 지속했기 때문에 현재 증권사 장부에 남아 있는 자산은 팔리지 못한 질적 열위에 놓인 자산들일 확률이 높아서다.

    삼성증권은 "상업용 부동산 관련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금융업종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국내 금융사들이 선제적으로 거액의 충당금을 적립해온 만큼 급격한 악화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