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분기 매출 30조, 265% 급증예상치 웃도는 어닝서프라이즈AI 버블 논란 불식… "단기 수요 아닌 패러다임으로"AI 반도체 수요 확대 기대
  • ▲ 엔비디아 미국 산타클라라 본사 ⓒ엔비디아
    ▲ 엔비디아 미국 산타클라라 본사 ⓒ엔비디아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최강자인 엔비디아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AI가 단기적인 붐이 아니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줬다.

    엔비디아의 AI 칩 수요가 앞으로도 성장가도를 달릴 것으로 보이면서 HBM(고대역폭메모리) 등을 공급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전략 구상과 제품 양산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21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매출이 221억 달러, 순이익은 122억 9000만 달러라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익은 770% 폭증한 수치다.

    실적이 발표되기 전날까지 엔비디아가 시장 전망치를 충족하지 못할 우려가 제기되며 주가도 지지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이날 실적에서 시장 전망치인 204억 달러 매출을 훌쩍 넘기면서 주가는 다시 6% 이상 급등을 시작했다.

    엔비디아는 올 1분기 매출은 240억 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월가에서는 220억 달러 수준의 가이던스를 제시했는데, 엔비디아는 이보다 10% 이상 더 나은 실적을 거둘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I가 전 세계의 산업과 기업, 국가에서 '티핑 포인트'에 도달했다며 AI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현재 상황이 결국은 오는 2025년 이후 지속적인 AI 시장 성장을 위한 토태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황 CEO는 "대규모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과 그래픽처리장치(GPU) 전문업체 뿐만 아니라 자동차, 금융서비스, 헬스케어 등에서도 자사 데이터센터 플랫폼이 구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황 CEO의 이 같은 전망은 지난해 급격하게 삶에 침투된 AI가 일시적인 유행이나 현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산업과 기업, 국가 전략을 바꾸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았다는 점을 확인시켜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월가에서도 AI 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제 시작에 불과한 장기적인 흐름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과거 1990년대 '닷컴버블'과는 확연한 차이를 나타낸다는 분석과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닷컴버블이 실체없이 막연한 기대에 의해 회사명에 '닷컴'만 있으면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였다면 AI 패러다임은 최근 엔비디아의 실적 랠리로 충분히 증명이 됐다고 본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엔비디아의 실적흐름이 AI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엔비디아가 높아져있는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컸지만 이번 4분기 실적으로 다시 한번 입증했다"며 "실적 서프라이즈에 이은 컨퍼런스콜을 통해 AI 테마 지속 가능성을 보장해줬다"고 밝혔다.

    AI 반도체가 새로운 시대의 흐름으로 인정받고 그 선봉에 서있는 엔비디아가 앞으로도 폭발적인 수요를 예견하고 나서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발걸음이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AI 향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전체 사업 핵심으로 비중을 높일 것으로 기대되며 이미 사업 포트폴리오와 생산 전략들을 새로 세우는 과정에 있다.

    가장 앞서나가는 건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이미 HBM3 제품을 공급한데 이어 HBM3E 양산을 개시할 준비를 모두 마쳤다. HBM에서 SK하이닉스가 가장 앞선 기술력을 확보하고 오는 2025년까지 제품 생산 로드맵도 이미 꾸려진 상황이라 당분간 HBM 시장을 SK하이닉스가 주도해나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최근 HBM 영업과 마케팅 조직을 이끌고 있는 김기태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자사 인터뷰를 통해 "올해 HBM은 이미 완판"이라며 "우리는 시장 선점을 위해 이미 2025년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폭증하는 HBM 수요를 맞추기 위해 청주 팹(Fab)에 HBM 전용 패키징 라인인 TSV(Through Silicon Via)를 신설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에 패키징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해 보다 근거리에서 글로벌 빅테크 등 고객사들의 수요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로 조만간 실행에 옮길 것으로 보인다. TSV 패키징은 HBM 생산능력을 키우는데 핵심 공정으로, AI 수요가 안정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대규모 투자를 집중할 최우선순위로 꼽히는 분야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AI가 전 산업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테마임을 명확히 하고 HBM과 온디바이스 AI 등 AI 반도체 시장에 핵심 메모리 공급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해 HBM 설비투자도 지난해의 2.5배 이상으로 커질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에도 전년도 대비 2.5배 정도 HBM 투자를 늘린 바 있다.

    한진만 삼성전자 미주총괄(DSA) 부사장은 "삼성전자가 2~3년 뒤 고성능 컴퓨팅(HCP)과 생성형 AI 시대 파운드리와 메모리 융합 서비스로 시장 강자가 될 것으로 자신한다"고 의지를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