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서 30년 이상 근무한 '영업전문가'…1년 만에 친정 복귀업황 침체-경쟁 심화 따라 '1위 자리' 흔들…'초격차' 화두로 던져
  • ▲ 이문화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 ⓒ삼성화재
    ▲ 이문화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 ⓒ삼성화재
    "성공 DNA를 바탕으로 '초격차 삼성화재로의 재탄생'을 2024년 경영 화두로 던진다. 과감한 도전으로 시장을 선도해 업계 '퍼스트무버'로 자리매김하겠다."

    이문화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은 올 신년사를 통해 '초격차 전략'이란 화두를 던졌다. '초격차'는 삼성그룹의 대표 경영 슬로건으로, 경쟁자들이 추격하려는 의지마저 갖기 힘들 정도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는 것을 뜻한다. 

    이문화 대표는 손해보험업계의 대표적인 '영업통'인 만큼 그가 내놓을 보험판 '초격차'의 전략에 업계 이목이 쏠린다. 

    ◇"1위 같지 않은 1위… 위기감 느끼는 삼성화재"

    삼성화재는 현재 손보업계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최근 10년으로 범위를 확대하면 점유율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등 경쟁사의 점유율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높아진 것과 대비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화재의 수입보험료는 모두 18조원으로, 전체 손보업계 수입보험료 85조원 가운데 21.7%를 차지했다. 이어 △DB손해보험 16.3% △현대해상 15.4% △메리츠화재 12.0% △KB손해보험 11.7% 순으로 비중이 컸다.

    2013년 26%에 달했던 삼성화재의 점유율은 2018년 23%로 낮아졌고,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는 21.7%까지 떨어졌다. 반면 메리츠화재의 점유율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한 자릿수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분기 12.0%로 올라섰다.

    한때 2위 자리를 공고히 했지만, 내부 인력의 고령화에 따른 비용 부담으로 3위로 내려앉은 현대해상은 2위 탈환을 목표로 조직쇄신과 비용통제에 속도를 내고 있고, 국내 1호 손보사인 메리츠화재는 부동산 PF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본업에서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KB손해보험의 경우 최근 계열사들과 시너지를 내며 고객들에게 우대금리를 제시하는 예금상품을 내놓는가 하면, 2위 DB손해보험은 아예 공개적으로 1위 선언을 하며 해외시장에서의 보폭도 넓히고 있다.

    게다가 업황마저 녹록지 않다. 손보사 전유물로 여겨졌던 보장성보험 시장에 생명보험사들이 참전하면서 GA(법인보험판매대리점) 채널을 중심으로 판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신계약 경쟁 심화에 따라 사업비 지출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뿐만 아니라 올해는 지난해만큼 IFRS17 도입 효과를 보지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IFRS17이 도입된 지난해의 경우 보장성보험 비중이 높은 손보사들을 중심으로 실적이 전년대비 크게 뛰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보험계약마진(CSM) 성장률도 전년대비 4%p가량 줄어든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홍재 현대차증권 연구원 "지난해와 같은 신계약 유입 효과가 지속하기는 어려우며 상품 포트폴리오 추가 개선 여력은 낮다"면서 "지난해 CSM 성장률은 10.3%로 추정되지만, 올해는 6.5%로 다소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선도 이슈 창출"… "기민한 시장 대응"

    이에 이문화 대표가 꺼내 든 것은 장기보험부문과 자동차보험부문에서의 '과감한 도전'이다. 기민한 시장 대응을 통한 매출 확대와 영업효율 개선 등으로 'CSM 순증 극대화'를 꾀하겠다는 목표다.

    삼성화재는 조직개편을 통해 장기보험부문 산하에 헬스케어사업팀을, 자동차보험부문 산하에 모빌리티기술연구소와 특화보상팀을 각각 신설했다. 외부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 매출을 확대하고 영업효율을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 관계자 전언이다.

    헬스케어사업팀은 인구 고령화로 보험업계 새 먹거리 꼽히는 헬스케어 사업을 강화하고 연관 보험상품, 보험서비스를 개발해 '보험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모빌리티기술연구소는 기존 교통안전문화연구소와 모빌리티뮤지엄이 통합됐다. 완성차업계의 기술 동향을 파악하고 관련 보험상품을 개발하는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특화보상팀은 부문 직할로 운영되던 초기보상센터와 통합보상부, 특화보상센터가 합쳐진 조직이다. 의료기관의 과잉진료 여부를 관리하는 등 초기보상에 특화됐다.

    대대적인 변화는 아니지만, 주력 부문에서 '핀셋' 개편이 추진됐다는 평이다. 신설 조직들이 이 대표의 올해 경영구상과 정확히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 대표는 신년사에서 장기보험에서는 업계를 선도할 수 있는 영업 이슈 창출을, 자동차보험에서는 사업비 구조 혁신을 각 부문에 주문했다. 

    이 대표는 "장기보험에서 신속한 시장 센싱으로 업계를 선도할 수 있는 영업 이슈를 창출하고 효율을 기반으로 한 성장 모멘텀을 확보해 안정적인 흑자구조를 유지하고 채널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면서 "보험을 넘어 헬스케어, 모빌리티 등 업의 외연을 확장해 고객의 모든 일상생활에 함께하며 고객이 먼저 찾도록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있기 때문에 '초격차' 전략이 유의미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1990년 삼성화재에 입사해 2023년 삼성생명 전략영업본부장으로 옮기기 전까지 삼성화재에서만 30년 넘게 근무한 베테랑으로, 삼성화재의 강점과 약점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이 대표가 잠시 삼성생명으로 떠나 있었지만, 회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만큼 부서별 스킨십을 강화하면서 세세한 전략을 지시하고 있다"며 "신년사에서 '초격차'를 화두로 꺼낸 만큼 1위 수성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