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서 응급실 축소 결정… 긴급환자 대처 여력 미흡사태 장기화시 사상자 발생… 취약한 지방부터 무너지는 구조응급실 전원 자체가 어려운 비상 상황 돌입
  • ▲ ⓒ서성진 기자
    ▲ ⓒ서성진 기자
    전공의 공백으로 응급실이 축소돼 의료대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시간 응급실 현황이 보고되는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는 수도권 외 지역에서 환자를 받기 힘들다는 메시지가 계속 뜨고 있다. 사상자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22일 강원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 30분께 강원 양양군에서 당뇨를 앓는 60대 환자는 오른쪽 다리에 심각한 괴사가 일어나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구급대는 강릉아산병원에 유선으로 진료 가능 여부를 문의했으나, 병원 측은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전공의가 없어 다른 병원으로의 이송을 권유했다.

    이 밖에 속초와 강릉지역 병원 모두 진료가 불가능하다는 답을 받은 구급대는 영동권이 아닌 영서권으로 이동했다.

    수백㎞를 떠돌던 A씨는 119에 도움을 요청한 지 3시간 30분 만인 오후 3시가 돼서야 겨우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었다.

    영동 지역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인 강릉아산병원에서는 전공의 33명 중 23명이 사직서를 냈다.

    원주 세브란스기독병원도 지난 20일 기준 전공의 151명(인턴 42명·레지던트 109명) 중 97명이 사직서를 낸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사직서 제출 규모가 지속해서 늘어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강릉아산병원 응급실은 "경증수용불가, 야간소아진료불가(7P~익일 7A), 정형외과 수술 불가. 외과 복막염 제외 수술 불가(전공의 인력부족)"라는 메시지를 발송해놓은 상태다.
  • ▲ ⓒ중앙응급의료센터
    ▲ ⓒ중앙응급의료센터
    전날 대전에서는 8곳의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당한 환자가 발생했다. 또 다른 환자는 사지마비 상태로 재활병원의 치료를 받던 중 욕창이 심해 대학병원으로 응급 이송됐지만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 환자는 충남대병원에서 거부당하고 을지대병원으로 다시 이송됐으나 여기서도 "의사가 없어 치료할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충남대병원 응급실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단체행동으로 인해 응급실병상을 탄력적으로 축소 운영한다. 환자 이송시 수용 가능여부 확인 부탁드린다"는 메시지를 중앙응급의료센터에 띄웠다. 

    전국 주요 병원에서는 그동안 전공의들이 담당했던 약 처방 업무와 야간 당직 등을 전문의가 맡아 처리하고 있다. 간호사들도 연장 근무를 하며 의료 공백을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특히 지방 응급체계가 먼저 끊겨버리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사상자 발생이 나타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전원을 보낼 곳도 받을 곳도 없어졌다"며 "배후진료가 가능한 기관이 줄어들고 있으며 그 여파는 사망자 발생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