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대만 반도체 협력 본격화…경제 파급 효과 수십조 원인텔, 美 주도 반도체 공급망 재편 선언…삼성전자 등 위기
  • ▲ 지난 12일 일본 남서부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에 새로 건설된 대만 반도체 제조 회사 TSMC의 공장 ⓒ뉴시스
    ▲ 지난 12일 일본 남서부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에 새로 건설된 대만 반도체 제조 회사 TSMC의 공장 ⓒ뉴시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가 일본에 1공장 개소식을 열면서 삼성전자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전일 TSMC는 전일 오후 일본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에서 신공장 개소식을 진행했다. 이날 개소식 현장에 장중머우 TSMC 창업자, 류더인 TSMC 회장, 사이토 겡 일본 경제산업상, 모리스 창 TSMC 창업자 등이 참석했다.

    이날 장중머우 창업자는 1공장과 관련해 "일본 반도체 생산의 르네상스가 될 것"이라며 일본과 대만의 협력 의미를 전했다.

    공장은 TSMC가 지분의 80% 이상을 보유한다. 일본의 소니, 덴소 등과 함께 설립한 현지 법인이 운영 및 관리를 맡는다.

    TSMC의 구마모토 반도체 공장은 일본과 대만이 경제 안보 측면에서 필수 물품으로 꼽히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아왔다.
     
    일본 현지에서는 이날 개소식이 열린 제1공장의 경제 파급 효과가 오는 2031년까지 6조8000억 엔(약 60조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TSMC는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제1공장에 반도체 장비를 본격적으로 반입할 예정이다. 올해 4분기 중에는 대량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12~28나노미터 공정 반도체가 양산될 예정이다.

    바로 옆 부지에는 제2공장이 들어선다. 해당 공장은 올 연말쯤 착공에 들어가며 오는 2027년부터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제2공장에서는 제1공장 제품보다 선폭이 좁은 6∼7나노 공정 반도체가 양산될 예정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최근 인텔이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공언한 데 이어 TSMC가 일본에 새 공장을 열게 되면서 한국 반도체 업계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인텔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 2024' 포럼에서 "대만과 한국에 넘어간 반도체 주도권을 미국이 되찾겠다"라고 선전포고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팻 겔싱어 인텔 CEO는 포럼에서 올해 안에 2나노미터와 1.8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도입하고, 2027년 1.4나노 공정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TSMC와 삼성전자 양산 예정일보다 앞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겔싱어 CEO는 "아시아에서 전 세계 반도체의 80%가 생산되는데 인텔이 이를 50%로 낮추겠다"라고 강조했다. 계획대로 이뤄지면 지난 2021년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알린 지 3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인텔이 자신감을 내비친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든든한 우군 확보가 있다. 

    현재 미국은 반도체법에 따라 100억 달러(약 13조 2600억 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원하기 위해 인텔과 논의 중이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날 자체 개발 중인 AI 칩 생산을 인텔 파운드리에 맡긴다고 발표했다. 물량은 인텔의 역대 최대 수주액인 50억 달러로 추정된다.

    실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지난 21일 "대만과 한국에 넘어간 반도체 주도권을 미국이 가져와야 한다"라며 "미국이 세계 반도체를 선도하기 위해 '제2의 반도체 지원법'이든 뭐든 (미국에 공장을 짓는 기업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인텔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미미하지만, 미국의 강력한 보조금을 등에 업고 기술의 대도약을 이뤄낸다면 삼성전자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우리 정부는 반도체 산업을 위한 대대적인 지원책과 규제 개선을 약속했지만, 속도는 여전히 더딘 상황이다. 이에 세계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투자가 차질 없이 빠르게 이뤄져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