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광물가격 떨어지자 직접 사입양극재 기업들 매출-영업익 타격 불가피"전기차 수요 늘어도 예전 수준 실적 반등 어려워"
  • ▲ 양극재ⓒ포스코퓨처엠
    ▲ 양극재ⓒ포스코퓨처엠
    배터리 광물 ‘직구’ 열풍이 불고 있다. 전기차 한파로 리튬, 니켈 가격이 급락하자 국내 완성차·배터리 기업들이 이를 직접 사들이고 있다. 고객사들이 광물을 사급하면서 에코프로비엠 등 국내 양극재 업체들의 실적에 비상이 걸렸다.

    26일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회사는 이달 호주 리튬 생산 업체 ‘WesCEF’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리튬 정광 8만5000톤을 공급 받을 예정인데, 이는 고성능 전기차 약 27만대분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지난달 중국 리튬기업 두 곳과 계약을 체결하고 2027년까지 리튬을 공급받기로 했다. 삼성SDI는 이달 캐나다니켈에 지분투자를 감행해 캐나다니켈이 세계 니켈 매장량 2위 ‘크로포드’ 광산에서 채굴하는 니켈 10%를 확보하게 됐다.

    에코프로비엠 등 국내 양극재 기업들은 고객사들의 잇따른 광물 사급에 난처한 기색이다. 양극재 기업들은 통상적으로 광물 가격이 오를수록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한다. ‘판가연동제’ 덕분에 광물 가격이 오른 만큼 고객사들이 이를 반영해 양극재 가격을 더 쳐주기 때문이다.

    판가연동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양극재 기업들은 평소 구매팀을 동원해 가격이 저렴할 때 광물을 미리 비축해둔다. 싸게 구입한 광물로 양극재를 만들고, 광물 가격이 오르면 판가연동제를 적용해 고객사에 양극재를 비싸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차익을 얻는 수익구조다.

    하지만 고객사들이 광물을 사급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고객사들은 이제 자신들이 저렴하게 구매한 광물로 양극재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할 수 있게 됐고, 양극재 기업들은 판가연동효과를 예전만큼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예를 들어 삼성SDI가 자신이 저렴하게 구매한 니켈로 에코프로비엠에게 양극재를 만들어달라고 할 경우, 에코프로비엠은 니켈 가격이 뛰어도 판가연동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양극재는 문자 그대로 배터리의 플러스(+)극에 들어가는 소재다. 양극재에는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등의 광물이 들어간다.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배터리 원가의 52%를 양극재가 차지하고, 양극재 원가의 60~70%를 리튬이 차지한다. 완성차·배터리 기업들은 광물 사급 시 원가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양극재 업체 관계자는 “원료(광물)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해서 마진을 부가적으로 얻는 게 사라지게 됐다”며 “이제 광물 가격이 뛰어도 예전처럼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급등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기차 수요 부진 및 광물 가격 하락 여파로 에코프로비엠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1조1804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감소했으며 영업손실 1147억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향후 전기차 수요 및 광물 가격이 회복하더라도 고객사들의 광물 사급으로 에코프로비엠의 실적 반등이 더딜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