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개시명령' 범위 외 의사 인력 수술대란 속 최악의 의료공백 불가피 전공의 복귀 '급선무'… 政, "29일까지 돌아오면 책임 묻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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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대란은 재계약을 포기한 인턴과 전임의 공백 사태로 이어진다. 3월이 되면 대학병원 의사들의 30%가 빠질 가능성이 있으며 이때 국내 의료체계는 재앙, 그 자체가 된다. "정부는 의사를 이기지 못한다"는 의료계의 주장은 바로 이 지점을 시사한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부산대병원, 충남대병원, 충북대병원, 제주대병원, 순천향대천안병원 등에 입사할 예정이던 '신규 인턴'이 임용을 포기했다. 

    이들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면허를 획득해 다음 달부터 수련의로 신분이 바뀌는데 병원과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포기하면 마땅한 대책이 없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발동도 불가능하다. 

    일례로 서울대병원은 내달 1일 첫 출근을 약속한 인턴 80~90% 가량이 임용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으면서 올해 말 근로계약이 끝나는 기존 인턴의 자리를 메울 의사 공급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전임의 문제도 심각하다. 그간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업무 공백은 전임의가 도맡아왔다. 전임의는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를 취득한 후 병원에 남아 세부 전공을 배우는 의사들이다. 임상강사 또는 펠로우라고 불린다.

    현재 레지던트 4년차가 전임의로 신분이 바뀌거나 기존 전임의는 1년 단위 계약이 마무리되는 시점인데 이들 역시 병원을 떠나려는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포착되고 있다. 이 상황 역시 정부가 법적 절차를 밟아 개입하기 어렵다. 

    서울 상급종합병원 소속 전임의는 "우리는 사직이 아니라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전공의 공백을 메꾸며 버티는 것이 지친 상태이며 대형병원을 시작으로 많은 전임의들이 병원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전날 의사궐기대회에서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은 "3월이면 인턴과 전임의가 떠나갈 것"이라며 "이대로면 대학병원 의사 30%가 사라진다는 의미로 절망적 상황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고 했다.

    결국 이번 주 안에 사태를 봉합하지 않으면 국내 의료의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는다. 먼저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가 다시 병원으로 복귀하는 방향이 설정돼야 한다. 

    이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지금 상황의 엄중함을 직시하고 (전공의들에게) 마지막으로 호소한다"며 "오는 29일까지 병원으로 돌아온다면 지나간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복지부가 전국 주요 100개 수련병원 현장점검을 한 결과 지난 23일 기준 사직서 제출 후 근무지 이탈자는 소속 전공의의 72% 수준인 9006명으로 집계됐다. 또한 이탈 전공의 복귀율은 날마다 다르지만 20% 이하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