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3년 내 기업가치 1000억 이상 예비그린유니콘 10개 육성"국민의힘 홍석준 "예산 지원만으론 불가, 규제개혁 뒷받침 돼야"전문가들 "기업 매출액 키우고 싶어 하는 환경 만들어줘야 해""정부 정책방향 맞지만, 현실적으로 2027년까지는 어려워"
  • ▲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콘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지속발전기업협의회(KBCSD) CEO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환경부
    ▲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콘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지속발전기업협의회(KBCSD) CEO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환경부
    환경부가 오는 2027년까지 예비 그린유니콘기업 10개를 육성한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인 계획 수립과 규제 개혁이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환경부는 지난 26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글로벌 톱 기후환경 녹색산업 육성방안'을 발표했다. 2027년까지 예비 그린유니콘기업 10개를 육성하겠다는 게 골자다.

    그린유니콘기업이란 친환경 스타트업 중 기업가치가 1조 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을 뜻한다. 예비 그린유니콘기업은 기업가치가 1000억 원 이상인 기업을 말한다.

    2022년 기준 전 세계 그린유니콘은 총 45개로 전체 유니콘기업의 4.2%다. 그린유니콘을 가장 많이 배출한 국가는 미국(60%)과 유럽연합(EU·15%)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린유니콘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는 이날 아이디어만 있어도 청년들이 창업할 수 있게 '녹생창업랩'을 2027년까지 10개 사를 운영하고, 2028년까지는 녹색융합클러스터를 10개소 조성해 클러스터 내에서 기술과 제품을 선보일 수 있게 하는 등 다양한 예비그린유니콘 지원안을 내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발성 정책 지원보다 규제 개혁과 중장기적 지원 대책이 우선이란 지적이다.

    국민의힘 규제개혁추진단 위원장과 4월 총선을 위한 공약개발본부 규제개혁TF 단장을 맡고 있는 홍석준 의원은 "이산화탄소포집·저장·활용기술(CCUS)을 활용하는 기업을 예로 들면 현행법상 폐기물 관리업에 속해 국가산업단지에 못 들어가고, 혜택도 못 받는다"며 "예산 지원보다는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친환경 기업이 환경 관련 법안 위반 신고를 받은 사례도 있다. 헌 옷을 수거해 재판매하는 기업인 '리클'은 에코 스타트업으로 선정 됐음에도 폐기물 관리법 위반으로 신고됐다. 폐기물 관리법에 따르면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업체는 관할 구청에서 입찰받은 기업만 가능하다.

    양수빈 리클 대표는 지난해 9월 열린 스타트업 정책간담회에서 "리클이 수거하는 의류가 경제적 가치가 있는 중고 의류인지 아니면 폐기물인지에 대한 법령 해석이 불분명해 고발과 조사가 진행되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불분명한 법령으로 인해 시간과 비용을 허비해야만 했고, 사용자 이탈까지 경험했다"고 말했다.

    홍 의원실 관계자는 "리클 쪽에서 폐기물이 아닌 것으로 봐달라 했지만, 환경부는 결국 폐기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부연했다.

    김희창 전국청년경제인연합회 회장은 "기업이 규제를 맞닥뜨리면 규제를 감수해서라도 매출 성장을 노리기보다 현상 유지를 택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예비유니콘·유니콘 등 매출액을 키워야 하는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이 현실적인 규제에 막혀 현상 유지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스타트업의 경우 현행 법령을 따르기 위해 (의무)지출하는 비용이 매출 성장액보다 큰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그는 "예비 유니콘·유니콘 기업은 스타트업에서 시작해서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만큼 단발성 지원 정책이 아닌 중장기적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도 정부의 중장기적인 지원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EU는 탄소중립을 위해 2020년부터 2030년까지 10년간 1조 유로(1400조3000억 원쯤)를 투입해 목숨 걸고 하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가) 규모나 재정 면에서 작을 수 밖에 없지만, 적어도 지금보다 투자는 더 많이 해야한다"고 말했다.

    EU는 앞서 2019년 12월에 2050년 완전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유럽 그린딜'을 발표했다. EU집행위는 다음 해 1월 그린딜의 법적 구속력을 위해 '유럽 기후법'을 제안하고 2030년까지 1조 유로를 투입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 교수는 한국 재정 투입 한계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지금처럼 단발성이거나 자잘하게 투자해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예비유니콘 육성이 어려운 이유로 유럽 시장에 대한 네트워크와 인프라 부족도 꼽힌다. 이 교수는 "시장 규모가 뒷받침돼야 유니콘기업이 클 수 있다. 한국은 비교적 시장 규모가 작아 유럽 시장을 목표로 기업 방향을 제고해야 한다"며 "그러나 한국 친환경 기업들의 유럽 시장에 대한 네트워크가 부족해 기술 개발이 쉽지 않은 여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상 2027년까지 예비그린유니콘을 육성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