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판매량 30만대 수준… 점유율 0.1%에 그쳐삼성 홀로 집중… LG·소니·TCL·하이센스 시큰둥"콘텐츠 부족에 우수한 기술력도 빛 바래"
  • ▲ 삼성전자 2024형 네오 QLED 8K 85형 ⓒ삼성전자
    ▲ 삼성전자 2024형 네오 QLED 8K 85형 ⓒ삼성전자
    콘텐츠 부족으로 좀처럼 개화하지 못했던 8K 시장이 TV시장 침체와 맞물려 지난해에도 제자리 걸음 수준을 반복했다. 이제는 주요 제조사들이 신제품 조차 내놓지 않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홀로 고군분투하며 명맥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5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8K TV 판매량은 30만 대 수준으로 전체 TV 시장에서 점유율은 0.15%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앞서 제시됐던 장밋빛 전망을 완전히 뒤집는 수준이다. 지난해 하반기에만 해도 올해 8K TV 시장이 성장 정체를 넘어서 60만 대 수준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히려 지난 2022년 40만 대 수준에서 25% 가까이 출하량이 뒷걸음질 치는 수준으로 상황이 악화됐다.

    8K 시장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꼽힌다. 8K 시장이 본격화되던 지난 2016년부터 고질적으로 지적되는 콘텐츠 인프라 부족 문제에다 여전히 높은 가격도 시장 성장을 막는 장애물이다.

    여기에 지난 몇 년간 TV시장 전반이 유례없는 수요 침체를 겪은 것도 8K 시장엔 더 큰 타격으로 돌아왔다. 8K 제품 상당수가 OLED나 QLED 등 프리미엄 라인에서 출시되는데, 지난해엔 비교적 견고했던 프리미엄 TV 시장도 침체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OLED TV의 경우 전년 대비 20% 가까이 시장이 쪼그라들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유럽에서 TV 전력소비 규제가 시행되며 8K 시장이 큰 고비를 맞았다. 지난해 3월부터 유럽연합(EU)에서는 친환경 정책에 따라 8K TV를 포함해 마이크로LED TV 등 높은 소비전력 제품에 판매 금지 수준의 강력한 규제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에 삼성 등 8K TV 제조사들은 화면밝기(휘도)를 EU 기준에 맞게 조정한 신제품을 내놓고 다시 한번 부흥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8K 높은 화질을 유지하면서 전력소모를 줄이는 신기술 개발 필요성은 커지는데, 고화질 TV가 환경을 해친다는 낙인까지 찍히면서 TV 제조사들 입장에선 8K 사업을 지속할 이유가 사라졌다.

    실제로 이런 과정에서 상당수 TV 제조사들이 8K 신제품 출시를 포기하거나 시장 진출 계획을 접었다. 삼성, LG와 함께 TV시장을 주름 잡는 소니도 8K 신제품을 해마다 내놓으며 기술력을 과시하고 초고화질 프리미엄 시장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었지만 지난 2022년부턴 새로운 8K 모델을 더이상 내놓지 않고 있다.

    삼성, LG 추격에 사활을 건 중국 TV 제조사들이 그나마 8K 모델을 여전히 선보이고 있다. LG를 꺾고 TV 출하량 2위에 올라선 TCL과 하이센스 등 주요 제조사들은 8K TV 신제품을 해마다 출시하고 있지만 4K 제품과 큰 차이점 없는 화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명맥만 잇고 있는 수준으로 보인다.

    LG전자는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우위를 이어가기 위해 8K 제품을 꾸준히 출시하고는 있지만 크게 강조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다만 최고화질로 꼽는 OLED를 전면에 앞세운 LG가 이에 걸맞는 화질 기준인 8K 제품을 앞으로도 지속 출시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업계에선 실질적으로 최근 8K 시장은 삼성이 홀로 이끌어가는 형국이라고 평한다. 8K 시장에서 삼성의 점유율은 80% 수준으로 절대적이다. 8K 기술 주도권을 가지고 관련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 이미 7~8년 넘게 노력을 이어온 덕분이다. 올해도 '3세대 인공지능(AI) 8K 프로세서'를 탑재한 '네오 QLED 8K' 2024년형 신제품을 선보이며 시장 공략을 계속한다.

    삼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8K TV가 과거 기술 혁신으로 꼽혔던 '3D TV'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우려도 여전하다.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부족이라는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우수한 기술력도 무용지물이 될 수 밖에 없다"며 "8K에 불리한 시장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얼만큼 수요를 회복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