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계약 APE, 52% 신장…삼성생명 처음으로 추월지난해 2분기부터 3분기 투자손실 지속…연간 66% 급락
  • ▲ 서울 영등포구 한화생명 본사. ⓒ한화생명
    ▲ 서울 영등포구 한화생명 본사. ⓒ한화생명
    한화생명이 처음으로 신규매출 부문에서 삼성생명을 앞질렀다. 하지만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해외투자손실에 발목이 잡히면서 수익성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최고글로벌책임자(CGO)인 김동원 사장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5일 한화생명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화생명의 신계약 APE(연납화보험료)는 1430억원보다 52.2% 증가했다. APE는 월납·분기납·일시납 등 보험료를 1년 단위로 환산한 것으로, 신규 매출을 가늠하는 지표로 여겨진다.

    같은 기간 삼성생명은 2조6740억원에서 3조1040억원으로 16.0% 성장하는 데 그쳤다. 전체 APE 기준으로 보더라도 한화생명이 삼성생명보다 1590억원 더 벌었다.

    한화생명이 신계약 APE에서 삼성생명을 앞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략적으로 판매 채널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조직 규모 확대와 이에 기반한 신계약 성장을 추진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한화생명은 2021년 제판분리를 단행해 설계사 1만8765명의 초대형 보험영업대리점(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출범했다. 지난해 대형 GA인 피플라이프를 인수하는 등 몸집을 불리면서 설계사 규모만 2만7000여명으로 늘어났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지난해 실적에서 신계약부문이 삼성생명과 비슷하거나 소폭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견됐다. 지난해 3분기 누계 기준 고수익 상품인 보장성 신계약 APE의 경우 전년대비 118% 급증한 데다 저축성보험 역시 연금보험 중심으로 신계약이 늘어났다. 또 제3보험(건강보장보험) 부문에서도 높은 실적을 거뒀다.

    임석현 한화생명 전략기획부문장(전무)은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보험업은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성장 둔화 속에서 GA채널을 중심으로 생명보험-손해보험 구분 없는 경쟁 심화가 예상된다"며 "올해도 고능률 설계사 중심의 영업력 강화를 통해 판매 채널을 강화하고 고객의 니즈에 대응한 신상품 출시와 수익성 중심의 매출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 ▲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 사장. ⓒ한화생명
    ▲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 사장. ⓒ한화생명
    ◇순이익 감소의 이유, 해외투자 손실 지속
     
    다만 이 같은 외형 성장에도 수익성 저하로 아쉬운 영업성적을 기록했다. 수익성 악화는 지난해 2분기부터 발생한 투자부문의 손실 누적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IFRS17 별도 기준 6163억원으로, 전년 7943억원에 비해 22.4% 줄었다. 특히 투자손익에서 △2분기 -810억원 △3분기 -2530억원 △4분기 -90억원 등 손실이 발생하면서 2022년 2718억원에서 지난해 904억원으로 66.7% 급감했다.

    투자손익이 급감한 것은 높은 금리 민감도 때문이다. 지난해 새 회계기준이 도입되면서 금융자산을 현금흐름이나 사업모형에 따라 △당기손익-공정가치 금융자산(FVPL)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 금융자산(FVOCI) △상각 후 원가 측정 금융자산(AC) 등으로 구분했다. 이 중 FVPL의 경우 채권금리에 따라 평가손익이 발생하고 해당 손익은 당기순이익에 반영된다.

    한화생명의 경우 FVPL로 분류된 자산 가운데 최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해외부동산과 SOC(사회간접자본)펀드 투자손실이 문제가 됐다. 3분기 대규모 손실 이후 FVPL을 24%까지 줄이는 대신 PVOCI를 비슷한 규모로 늘리는 방향으로 자산 비중을 조정했다. 하지만 4분기에 또다시 손실이 추가로 발생했다.

    한화생명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앞선 콘퍼런스콜에서 한화생명 측은 "지난해 해외 상업용부동산 투자 규모는 3조1000억원, 혼합형은 1조8000억원을 투자했는데, 어느 정도 손실이 있긴 하다"며 "올해도 시장 상황에 따라 손실이 일부 반영되겠지만, 손실 규모 축소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해외 상업용부동산 손실 가능성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투자자들에게 밝혔다.

    일각에서는 해외투자를 비롯해 글로벌사업의 성과에 따라 김동원 사장의 입지가 달라질 거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화생명은 2022년 9월 1억5500만달러를 투입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오피스빌딩을 매입했고, 이를 위해 같은 해 5월 현지에 부동산 투자 자회사 'DP Real Estate America LLC'를 설립했다.

    한화생명은 해당 빌딩 취득으로 임대수익을 꾀하려 했으나, 글로벌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해당 자회사는 지난해 상반기 16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미국 사무실 공실률은 19.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편 한화생명은 현재 여승주 부회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앞서 부회장과 사장 2명이 함께 경영을 맡았던 점, 김 사장의 형인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지난해 9월 부회장으로 승진한 점 등을 고려하면 김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이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사장은 2014년 한화생명에 디지털팀장으로 입사한 후 디지털혁신실 상무, 최고디지털책임자 등을 거쳐 지난해 2월 사장으로 승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