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노부은행 SPA 체결…국내 보험업 최초 해외은행 진출베트남 법인, 진출 15년 만에 누적 흑자 달성…첫 배당도 실시한화생명금융서비스, 흑자전환…적극적 '제판분리' 연착륙 달성한화생명 상품경쟁력도 업그레이드…"글로벌 종합금융그룹 발판 마련"
  • ▲ 서울 영등포구 한화생명 본사. ⓒ한화생명
    ▲ 서울 영등포구 한화생명 본사. ⓒ한화생명
    한화생명이 국내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 '글로벌 종합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할 발판을 마련했다. 국내 보험업계 최초로 해외 은행업에 진출하고, 15년 만에 누적 흑자를 기록한 베트남 법인은 업계 최초로 해외 자회사가 한국 본사로 처음 배당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2021년 대형 보험사 최초로 물적분할을 통해 법인보험대리점(GA)을 세우면서 제판분리를 단행했고,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한화생명의 상품경쟁력까지 강화됐다는 평이다. 여승주 부회장(본업)과 김동원 사장(해외)의 투톱 체계가 안정화되면서 호실적으로 이어졌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화생명은 리포그룹과 인도네시아 노부은행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앞서 한화생명은 지난달 임시주주총회에서 리포그룹이 보유한 노부은행의 지분 40.0%를 매입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양국 감독당국 인허가 신청 및 승인이 완료되면 관련 절차는 마무리된다.

    1990년 설립된 노부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2조3000억원 규모로, 현지 30위권 수준의 중형은행이다. 인도네시아에서 금융·부동산·유통 등 다양한 사업영역을 영위하는 재계 6위 리포그룹 소속으로, 현지 인지도가 높다. 한화생명은 노부은행의 지분을 추가 확보할 예정이다.

    이번 지분투자로 한화생명은 국내 보험사 최초로 해외 은행업에 진출하게 됐다. 지난해까지 '금산분리' 규제 등으로 보험사의 해외은행 투자가 여의치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7월 금융당국이 국내 보험사의 해외은행 인수 허용 방침을 밝히면서 한화생명의 노부은행 지분 투자가 속도를 낼 수 있었다.

    한화생명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생명·손해보험업을 넘어 은행업까지 영위하는 글로벌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경제·인구가 성장 중인 인도네시아를 주요 거점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을 확장한다는 전략적 의미도 담고 있다.

    한화생명은 초기에 한화금융계열사가 지닌 디지털 모바일 경험을 빠르게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존 내방 중심의 전통적 채널에 디지털 뱅킹을 더한 하이브리드 채널을 구축해 모바일 기반 영업환경을 확산, 단기간 내 시장에 안착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인도네시아 법인의 생명보험상품과 지난해 3월 지분을 매입한 리포손해보험의 손해보험상품 판매도 방카슈랑스 채널을 활용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한화생명은 한화손해보험과 함께 리포그룹 자회사 리포손해보험 지분 62.6%을 인수한 바 있다.

    여승주 대표이사 부회장은 "한화생명과 한화금융계열은 이번 SPA 체결을 계기로 '글로벌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리포그룹과의 파트너십 경영으로, 당사의 디지털 역량과 리포그룹의 은행경영 노하우를 잘 접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베트남에서도 현지 진출 15년 만에 누적 흑자를 기록했다. 베트남 영업 첫해인 2008년 23억원에 불과했던 수입보험료는 지난해 2105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또 베트남 법인은 2016년 처음 흑자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누적 흑자를 달성했다.

    베트남 법인은 지난해 순이익 471억원을 거두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한화생명에 1000억동(약 54억원) 규모의 배당을 하기도 했다. 국내 보험사의 해외 자회사가 한국 본사로 배당한 첫 사례다.
  • ▲ 한화생명 여승주 대표이사 부회장, 김동원 CGO 사장과 리포그룹 아드리안 수헤르만 MPC대표, 존 리아디 대표 등이 계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화생명
    ▲ 한화생명 여승주 대표이사 부회장, 김동원 CGO 사장과 리포그룹 아드리안 수헤르만 MPC대표, 존 리아디 대표 등이 계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화생명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연착륙'… 한화생명 상품경쟁력도 '업그레이드'

    해외시장에서의 가시적 성과는 물론, 국내에서도 호실적을 이어가면서 시장 내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2021년 신설한 판매자회사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제판분리'의 연착륙을 이뤄냈다.

    한화생명은 2021년 4월 대형 보험사 최초로 물적분할을 통해 법인보험대리점(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설립했다. 무엇보다 당시 생보사 '빅3'로 꼽히는 한화생명이 전속설계사 전체를 한화생명금융서비스로 이동시키면서 업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한화생명은 새 회계제도(IFRS17) 체제에서는 GA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보장성보험 중심으로 매출을 늘리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한화생명은 경쟁 상대를 기존 생보사뿐만 아니라 손보사까지 확장하고 생보와 손보를 넘나드는 경쟁력 있는 상품을 판매해야 중장기 성장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출범 3년이 지난 현재 한화생명의 판단은 적중한 것으로 보인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2021년 순손실 168억원, 2022년 48억원 순으로 적자 규모를 빠르게 축소했다. 이어 지난해 690억원의 흑자를 내는 데 성공하면서 3월 말 첫 배당도 했다. 성장성을 입증한 것은 물론 향후 IPO 가능성에 대한 투자 시장의 기대감도 키웠다.

    한화생명 역시 한화생명금융서비스 판매경쟁력에 힘입어 큰 폭의 실적 개선을 보였다. 지난해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는 전년대비 52%, 보장성 APE는 114%로 대폭 늘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도 2조5000억원을 달성했다.

    뿐만 아니라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출범을 계기로 한화생명의 상품경쟁력도 한층 업그레이드됐다는 것이 보험업계 중론이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국내 대부분의 생보·손보사들과 제휴를 맺고 있는 만큼 시장 수요에 맞는 상품을 적기에 내놓지 못한다면 한화생명의 상품을 판매할 유인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상품 출시 속도뿐만 아니라 내부통제, 자율규제를 토대로 좋은 상품으로 고객들에게 '잘' 판매하는 것이 중요한 경쟁력으로 여겨진다"며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기존에 혼탁한 GA 시장을 정화하고 고객 중심의 영업 모델을 구축하는데 중요한 기준점이 됐다"고 말했다.

    GA 영업 근간인 파이낸셜플래너(FP) 소득도 눈에 띄게 늘었다. 제판분리 직전인 2020년 4221만원에서 올해 1분기 기준 7139만원까지 올랐다. '꿈의 소득'이라 불리는 1억원 이상 소득을 올리는 설계사도 전체 FP 22.8%에 이른다.

    이를 증명하듯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설계사 정착률은 GA업계 '톱'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설계사 수 상위 10위권 회사 중에서도 가장 높은 65.8% 달성했다.

    업계에서는 최고글로벌책임자(CGO)인 김동원 사장이 글로벌 현장경영을 주도하고, 여승주 부회장은 보험 본연의 가치에 주목하는 등 견고한 '투톱 체계'가 안정적인 성과로 이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저출산 고령화로 보험시장 성장이 둔화한 가운데 단기 이익보다는 중장기 상품을 적기에 내놓으면서 호실적을 이뤄냈을 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 선발주자로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의미 있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 글로벌 종합금융그룹으로서 면모를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