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전문 정통 증권맨…26일 주주총회서 대표로 선임농협중앙회‧금융지주 간 잡음 끝 결론…당국 입김 영향금감원 검사팀 상주 검토…계열사 자금 부당 지불 조사
  • ▲ 윤병운 NH투자증권 부사장 ⓒNH투자증권
    ▲ 윤병운 NH투자증권 부사장 ⓒNH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사장에 윤병운 NH투자증권 부사장(IB1사업부 대표)이 내정됐다. 농협중앙회와 NH농금융지주 간 내홍과 금융당국의 개입 등 우여곡절 끝에 나온 결론이다.

    다만 금융감독원이 농협중앙회와 NH농협금융지주 간 지배구조 불투명성을 해소하기 위한 대대적인 검사에 나설 것으로 보여 범농협그룹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이날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와 이사회를 잇따라 열고 윤 부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 5일 임추위가 차기 대표이사 후보 숏리스트로 윤 부사장과 함께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 사재훈 전 삼성증권 부사장 등 3명을 올린 지 일주일여만이다.  

    NH투자증권은 오는 27일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차기 사장을 공식 선임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충남 서산 출신의 윤 부사장은 한국외국어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한 뒤 1993년 LG투자증권(NH투자 전신)에 입사했다. 우리투자증권 시절 기업금융(IB)·커버리지 부문을 담당하고, NH투자증권에서도 IB 및 인프라 투자 관련 요직을 두루 거쳐온 '정통 증권맨'이다.

    이번 NH투자증권 차기 사장 선임 과정에서는 지배구조 정점의 농협중앙회와 100% 자회사 NH농협금융지주 간의 갈등이 노출되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강호동 신임 농협중앙회 회장은 농협금융 산하 손자뻘 회사인 NH투자증권과 다른 농협 계열사 간의 단합과 시너지 효과를 위해 '농협맨'인 유찬형 전 부회장이 사장 후보에 적합하다고 주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농협중앙회가 증권 경력이 전혀 없는 유 전 부회장을 밀자 '낙하산 논란'이 제기됐다. 농협그룹 내부에선 유 전 부회장의 전문성 부족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그러던 중 금감원이 최근 금융지주와 계열사를 상대로 고강도 검사에 착수하면서 강 회장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NH투자증권 차기 대표이사 선정 과정에서 중앙회 개입이 지나치다고 본 것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사실상 중앙회가 인사에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로 읽었다.

    실제 금감원은 지난 7일부터 농협중앙회에서 농협금융지주, 금융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와 함께 중앙회가 계열사 자금을 부당하게 빼가는 관행을 고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은 이와 더불어 검사 과정에서 지배구조 관련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이를 위한 검사팀을 상주시키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중앙회가 지분을 100% 보유한 농협금융지주를 상대로 금융과 관련해 부당한 압박을 하는지 등에 대해 상시 모니터링을 시행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금융당국이 농협의 지배구조까지 광범위하게 들여다보기로 하자 농협중앙회는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실제 강 회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NH투자증권 차기 사장 선임을 둘러싼 중앙회와 농협금융의 갈등과 관련해서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강 회장이 유 전 부회장을 계속 밀 경우 금감원과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로 비칠 수 있었던 상황"이라며 "결국 중앙회가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편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이사 내정자는 만만치 않은 내부 반발을 넘어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NH투자증권지부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윤 부사장이 차기 대표에 적합하지 않은 인사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내정으로 중앙회와의 직접적인 대립은 일단락됐지만, 강 회장이 범농협 차원의 시너지를 강조한 만큼 추후 입김을 행사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중앙회와 금융지주로부터 독립 경영을 지켜내야 하는 과제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