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vs 금융지주 인사 갈등, 금감원도 가세농협 지배구조 정조준에 중앙회 한 발 물러나전면전 피했지만…농협은행 등 손자회사 개입 주목
  • ▲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왼쪽)과 이석준 농협금융지주회장ⓒ연합뉴스
    ▲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왼쪽)과 이석준 농협금융지주회장ⓒ연합뉴스
    NH투자증권 사장직을 놓고 촉발된 강호동 신임 농협중앙회장과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간 갈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농협 내 서열 1위인 중앙회장과 6위인 금융지주 회장의 이례적인 인사 충돌이 농협은행 등 금융지주 내 다른 계열사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전날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윤병운 부사장을 차기 사장 후보로 추천했다. 임추위는 이날 윤 부사장과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 사재훈 전 삼성증권 부사장 등 세 명의 후보를 심사해 이같이 결정했다. NH투자증권은 임시 이사회를 거쳐 오는 27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윤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당초 강호동 중앙회장이 지지하는 중앙회 출신 유찬형 후보가 사장으로 가장 유력했다. 그러나 이석준 회장은 전문성 있는 인사를 선임하도록 임추위에 맡겨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금융당국도 농협중앙회 내부 출신 인사의 NH투자증권 사장 선임에 반대 방침을 밝히는 등 이석준 회장과 뜻을 같이 하면서 중앙회가 한 발 물러선 결과로 해석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농협중앙회장이 농협금융 계열사 인사에 깊이 개입하는 정황이 드러났다. 

    NH투자증권 인사권은 표면적으로 농협금융에서 갖고 있지만 지분 구조상 중앙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결국 강호동 회장의 의중이 CEO(최고경영자)인사의 변수라는 얘기다.  

    결국 NH투자증권 내부 출신인 윤 부사장이 차기 사장으로 내정되면서 갈등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농협 인사와 지배구조를 정조준하면서 파열음은 가시지 않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7일 농협금융지주와 그 계열사, 농협중앙회의 지배구조 취약점에 대한 고강도 검사에 돌입했다. 

    농협중앙회가 금융계열사 자금을 부당하게 빼 가는 관행은 물론 ‘농협중앙회→농협금융→금융계열사’로 이어지는 농협의 지배구조까지 광범위하게 들여다보기로 한 것이다. 

    농협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석준 회장이 고위관료 출신으로 국회, 당국 등과 소통의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당국에서도 이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실제로 이석준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대선캠프 초기 좌장을 맡아 정책 작업에 관여한 인사다. 당시 캠프 특별 고문으로 활동했으며 이복현 금감원장과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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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협금융과 중앙회 간 전면전은 피했지만 앞으로도 농협금융 계열사 CEO 선임 등 주요 현안을 놓고 농협중앙회와 갈등이 수그러들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통상 신임 농협중앙회장이 취임하면 핵심 계열사 CEO들이 일괄해서 사표를 내왔고, 물갈이 인사가 단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2020년 취임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취임 한 달 만에 당시 이대훈 농협은행장, 홍재은 농협생명 대표, 최창수 농협손보 대표 등으로부터 일괄 사표를 제출 받았다. 이 행장은 임기를 9개월가량 남겨놓은 채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 이석용 농협은행장, 윤해진 농협생명 대표, 서국동 농협손보 대표 등 주요 계열사 CEO는 모두 농협중앙회 출신이다. 특히 이석용 행장의 경우 최근 농협은행에서 대규모 배임사고가 발생하면서 내부통제 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진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강호동 중앙회장이 금융당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외부출신 인사가 맡아온 금융지주 회장 자리는 비교적 중앙회장 입김에서 자유로운 만큼 금융지주와 그 계열사 독립성 보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