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불확실성에 플랫폼 사업자 불안감 커져병원급에서도 투자 꺼리는 상황코로나에도 법제화 안되면 다음 국회서 법제화 동력 잃을 것모든 것을 법에 담기보다 디테일은 시행령에 담는 수완 필요
  • ▲ 김성현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이사(블루앤트 대표)가 21대 국회에서 비대면진료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발언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김성현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이사(블루앤트 대표)가 21대 국회에서 비대면진료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발언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비대면진료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겪으며 의료접근성 개선을 목표로 비대면진료가 큰 주목을 받았음에도 법제화되지 않았는데 다음 국회에서는 법제화 동력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

    1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블루앤트 사옥에서 만난 김성현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디산협) 이사는 비대면진료를 합법화하는 법률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에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 이사는 비대면진료 서비스를 포함한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올라케어’를 운영 중인 블루앤트의 대표이사다.

    비대면진료는 코로나19가 창궐한 2020년 2월부터 기간 보건의료재난 위기경보 최고등급인 ‘심각’이 발령되면서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전환한 지난해 6월부터는 원칙적으로 재진환자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시범사업으로 진행됐다.

    그러다 전공의의 파업으로 촉발된 의료대란을 막기 위해 정부는 지난 2월23일부터 초진·재진 제한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비대면진료 범위를 전면 확대했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지난 2월23일~29일 의원급에서 이용된 비대면진료 건수는 3만569건으로 전주보다 15.7% 증가했다. 병원급에서도 76건의 비대면진료가 이뤄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의료대란이 해소되면 비대면진료는 다시 제한적인 시범사업으로 축소된다.

    김 이사는 이처럼 정부 정책에 따라 비대면진료 사업이 확대됐다가 축소되는 불안정성이 사업자들에게 큰 불안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 이사는 “병원급에서 비대면진료 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EMR(전자의무기록)과 HIS(병원정보시스템) 등을 구축해야 하는데 비대면진료 사업 자체의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투자 자체를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면서 “오히려 플랫폼업체에 비용을 부담할 것을 요구하는 등 플랫폼업체의 사업환경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 ▲ 김성현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이사(블루앤트 대표)가 21대 국회에서 비대면진료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발언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김성현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이사(블루앤트 대표)가 21대 국회에서 비대면진료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발언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비대면진료와 관련해 세 차례 국정감사가 이뤄졌는데 매번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사업자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2021년에는 비대면진료 플랫폼을 육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국정감사가 진행이 됐다면 2022년과 2023년에는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부작용이 국정감사에서 주목받았다.

    김 이사는 비대면진료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현재 가이드라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비대면진료에 대한 규정이 법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는 4월10일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통해 새 국회가 구성되면 비대면진료 법제화가 사실상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제21대 국회 회기내 비대면진료 관련 법안이 반드시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이사는 “보건의료 접근성 개선을 위해 비대면진료를 육성해야 한다는 것은 전 정부나 현 정부 모두 같은 기조다”면서 “국회가 통과시키지 않고 있는데 검토가 부족했다고 하기에도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시기 한시적 특례사업, 엔데믹 전환 이후 시범사업 등을 거치며 비대면진료에 대해 다각적으로 검토할 충분한 시간이 있지 않았냐”며 “입법 합의점을 찾지 못한 국회에 오히려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비대면진료 법안과 관련해 지나치게 구체적인 내용을 ‘법’에 담으려고 하는 점이 문제점이라고 비판했다.

    김 이사는 “법에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폭넓게 규정해 비대면진료 사업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뒤 시행령에서 디테일하게 대상 범위를 조정하는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면 보건의료 상황에 따라 비대면진료를 유연하게 확대·축소할 수 있을 것이다”고 제안했다.

    김 이사는 비대면진료를 포함한 디지털 헬스케어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해 폭발적으로 수요가 늘어날 의료서비스의 공급과 수요를 매칭함으로써 의료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증 환자들이 병원을 직접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여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연구보고서 ‘비대면진료 확대방안 연구-정책 방향과 과제’에서도 비대면 진료가 대면 의료에 비해 비용효과성이 높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비대면진료가 확대될 경우 비용 임계점이 낮아져 비용효과성이 증가했으며 특히 의료인프라가 부족한 낙후 지역에서의 비대면진료 도입은 개인적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켜 진단 및 치료, 사후관리에서 효율이 높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