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 1분기 이자이익 12조5909억원고객 돈, 이자 싼 ‘파킹통장’으로…은행 비용부담↓가계대출 관리 이유로 금리 올려…예대금리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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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1분기 5대 금융지주의 이자이익은 오히려 1년 전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대출금리 하락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옥죄기로 금융권의 ‘이자장사’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과는 그 반대였다. 

    썰물처럼 빠져나간 은행권 정기예금 자금이 저원가성 예금인 수시입출금 통장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개선됐다. 금융회사에게 자금이탈은 보통 악재로 여겨지지만 올해 1분기에는 '새옹지마'처럼 득이 된 셈이다. 특히 3월 예대금리차가 전달보다 높아지면서 한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 투자대기 자금, 저원가성 예금에 ‘우르르’…이자마진 상승

    2일 각 사의 실적발표 자료를 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의 1분기 이자이익은 12조5909억원 규모다. 지난해 1분기 11조8216억원과 비교하면 6.5%(7693억원) 늘어난 수치다.

    KB금융은 올 1분기에만 3조1515억원의 이자이익을 냈다. 전년 대비 11.6% 증가했다. 신한금융은 같은 기간 9.4% 성장한 2조8159억원을 기록했다. 하나금융(2조2206억원)과 농협금융(2조2049억원)도 이자이익이 각각 2.1%, 8.6% 늘었다. 우리금융만 유일하게 0.9% 감소한 2조1908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하락 국면을 면치 못했던 NIM이 올해 들어 개선된 점이 눈에 띄었다.

    5대 금융의 1분기 평균 NIM은 1.924%로 전분기(1.898%)와 비교해 0.026%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은행 NIM은 1.654%에서 1.686%로 0.032%포인트 늘었다. 

    지난 1분기 중 주식·비트코인 등 다른 투자처의 수익률이 돋보이면서, 은행 예‧적금에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간 것이 금융사들의 수익성을 높이는 요인이 됐다. 이탈한 예금보다 많은 60조원 규모의 저원가성 자금(요구불예금)이 흘러들어왔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 잔액은 873조3761억원으로 전달(886조2501억원)과 비교해 12조8740억원(1.4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정기적금에서도 1조8478억원이 빠져나갔다.

    반면 3월 말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647조8882억원으로 전달 614조2656억원보다 33조6226억원 증가했다. 전달인 2월에도 요구불예금은 23조5536억원 늘어 3월까지 두달간 증가 폭은 60조원에 달한다.

    요구불예금은 예‧적금보다 이자가 적은 대신 인출이 용이해 투자 대기자금을 담아두는 ‘파킹 통장’으로 불린다. 이자는 연 0.1% 수준으로 은행 입장에서는 ‘공짜 돈’이나 마찬가지다. 

    투자처를 찾는 자금 흐름이 은행의 조달 비용을 낮추고 대출 이자 등을 통한 수익률을 높여준 셈이다.

    ◇ 당국 ‘눈치’덕에 대출금리 올려…예대금리차↑

    당국의 가계대출 옥죄기도 은행들의 예대마진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연초 인터넷은행과의 대환대출 경쟁을 의식해 주탁댐보대출 금리를 낮췄던 시중은행들은 2월 중순 이후부터 다시 금리를 올려잡았다.

    당시엔 고정형 주담대 금리의 지표가 되는 금융채 5년물 금리도 하락 중이었지만, 금융당국의 직·간접적인 압박이 대출금리를 올리는 명분이자 지렛대가 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20일 관계 부처를 모아 회의를 열고 금융권 내 과도한 대출 영업 행태가 발생하지 않는지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김소영 부위원장은 은행권을 향해 “연중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퍼지면서 지나친 경쟁이 우려된다”며 “단기 이익을 위한 불필요한 경쟁을 지양하라”고 경고 신호를 보냈다. 

    이후 국민‧신한‧우리은행은 즉각 주담대 가산금리를 연 0.02%~0.23%포인트 인상했다.

    대출의 경우 일부 상품의 금리가 인상된 반면 예·적금 금리는 내림세를 지속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3월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수신금리는 연 3.58%로 전월대비 0.05%포인트 떨어지며 4개월 연속 하락했다.

    반면 같은 통계에서 대출 금리는 변화가 없었다. 예금은행의 3월 대출 금리는 연 4.85%로 2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3월 예대금리차는 전달 1.22%포인트에서 1.27%포인트로 한달 만에 확대 전환했다.

  • ▲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연합뉴스 제공.
    ▲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연합뉴스 제공.
    ◇ 멀어진 금리 인하…올해도 ‘이자장사’ 호황

    금융지주들의 이자 이익은 올해도 견고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됨에 따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우리 시각으로 2일 새벽 열린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금리 인하 지연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다”며 “현 정책금리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지가 통화정책의 초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에 도달한다는 더 큰 확신이 예상보다 오래 걸릴 것”이라며 “금리 인하는 더 확신을 갖기 전까지 하지 않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하며 기존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은 이날 FOMC 회의 결과 기준금리를 연 5.25~5.5%로 동결했다. 작년 7월 25bp(1bp=0.01%포인트) 인상 이후 여섯 번째 동결이다. 한은 기준금리가 연 3.5%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미 금리 역전폭은 2%포인트로 11개월째 유지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만 확신할 수 있다면 독립적인 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환율 안정이 전제돼야 한다. 한국보다 금리 역전 폭이 큰 일본의 엔화가치가 걷잡을 수 없이 하락하는 것을 보면 선제적 금리인하 결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외환시장에서 엔화 환율이 지난 29일 장중 1달러 160엔대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올해 1분기 우리나라 경제가 1.3%라는 ‘깜짝 성장’을 달성하면서, 한은 입장에서는 경기 침체를 우려해 금리인하를 서두를 필요성도 이전보다 낮아졌다.

    은행들은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지연 소식이 반가울 수 밖에 없다.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대출금리 하락에 따른 예대금리차 축소 등 NIM 하락세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종민 KB국민은행 부행장은 지난달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기존 전망 대비 늦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올해 은행 NIM의 향후 하락 폭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성욱 우리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도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중동 정세 불안, 인플레이션 지속 우려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돼 2분기 NIM은 안정적 흐름을 유지할 전망"이라며 "핵심예금 비중을 지속적으로 증대하고, 향후 본격적 금리 하락에 대비한 자산부채 구조 최적화로 NIM 하방 압력에 적극 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