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발행주식 10% 이상 매각키로…2025년 상반기 상장 목표지난해 美 국채금리 급등으로 IPO 포기…올해도 거시경제 예의주시매각방식, 오버행 가능성, 변함없는 사업성, 산적한 매물…투자 매력 '물음표'
  • ▲ 서울 종로구 소재 SGI서울보증 본사. ⓒSGI서울보증
    ▲ 서울 종로구 소재 SGI서울보증 본사. ⓒSGI서울보증
    예금보험공사가 지난해 상장을 철회했던 SGI서울보증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다시 추진한다. 그러나 녹록지 않은 거시경제 상황과 기업공개(IPO) 방식과 오버행에 대한 우려 그리고 앞선 철회 상황과 달라지지 않은 사업 포트폴리오 등에 또 다시 발목을 잡힐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제224차 회의에서 'SGI서울보증 지분매각 추진계획 수정'을 심의‧의결했다. 지난해 10월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IPO 계획을 철회한 지 5개월 만이다.

    공자위는 기존 로드맵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강화했다.

    무엇보다 공자위 위원들은 시장 가격 발견, 후속 매각의 용이성을 고려할 때 IPO 재추진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에 내년 상반기 내 예보가 보유한 SGI서울보증 지분(93.85%) 중 원칙적으로 전체 발행주식의 10% 이상을 IPO를 통해 매각(구주매출)하기로 했다.

    소수지분 추가매각과 관련해서는 상장 완료 후 상환기금 청산 전까지 입찰 또는 블록세일(일괄매각) 등을 통해 여러 차례에 걸쳐 매각(최대 33.85%)할 계획이다. 다만 1회 매각 물량을 특정하지 않고, 투자자 수요 등 시장 상황을 고려해 주가 등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경영권 지분매각(50%+1주 이상)에 대해서는 지난해 7월 공자위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SGI서울보증 업무의 성격‧범위, 보증보험산업 관련 정책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향후 검토할 예정이다.

    예보는 이번 의결에 따라 SGI서울보증과 함께 내년 상반기 내 상장을 목표로 IPO 재추진을 준비해 나갈 계획이다. 구체적인 상장 시기, 매각 물량, 공모가격 등은 추후 공자위 논의 등을 거쳐 확정해 나갈 예정이다.

    앞서 SGI서울보증은 지난해 10월 대내외 경제여건의 급속한 악화로 IPO를 철회했다.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 마감일에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장중 5%를 돌파한 것이 뼈아팠다. 2022년까지만 하더라도 2~3% 수준을 유지하던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2007년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5%를 넘어선 것이다.

    미국의 채권 금리 상황이 IPO와 밀접히 연관된 것은 SGI서울보증이 배당주이기 때문이다.

    SGI서울보증의 2022년 배당성향은 업계 최고 수준인 50.2%였다. IPO 당시에도 견조한 실적을 바탕으로 한 높은 배당금을 장점으로 부각했다. 그러나 국채금리가 5%를 넘보는 상황에서는 매력이 감소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SGI서울보증 역시 상장을 포기했다.

    때문에 이번 IPO에서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기조 등 거시경제 상황을 면밀히 살필 것으로 예상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하반기 금리 인하가 이뤄지면 배당주라는 메리트가 커질 수는 있다"면서도 "7% 정도로는 투자심리 확보가 어렵다는 점이 어느 정도 입증됐기 때문에 그 이상의 수익률을 보여야 수월하게 공모가 진행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 ▲ SGI서울보증. ⓒ연합뉴스
    ▲ SGI서울보증. ⓒ연합뉴스
    SGI서울보증의 상장은 단순히 증시 입성을 통한 자금수혈이 아니라 예보의 공적자금 회수 목적이 더 크기 때문에 사정은 더 복잡하다.

    예보는 1998년 외환위기로 지급불능 상태에 빠졌던 대한보증보험과 한국보증보험을 합병해 SGI서울보증을 출범시켰다. 199년부터 2001년까지 총 10조25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하지만 미회수 금액이 지난해 상반기 기준 5조6364억원에 달한다. 예보 입장에서는 공적자금 관련 청산시점(2027년) 이전에 상장시킨 뒤 주가를 부양해 자금을 회수해야 부담을 안고 있는 셈이다.

    이에 예보는 지난해 IPO 당시에도 해외 투자설명회에 참석해 투자자 유치를 지원하는 등 최대주주로서는 이례적으로 공을 들였다.

    당시 SGI서울보증의 희망공모가 밴드는 3만9500~5만1800원으로, 이를 바탕으로 추산한 시총은 2조7579억~3조6167억원에 이른다. 조 단위 '대어'로 높은 기대와 관심을 받았으나 오버행과 구주매출이 투자자들의 우려를 샀다.

    SGI서울보증의 IPO는 신주 발행 없이 예보가 보유한 구주 매각으로 100% 진행된다. 구주매출 전액은 공적자금 상환에 쓰인다. 일반적으로 상장을 앞둔 기업은 신주 발행을 통한 IPO로 자금을 모아 그 돈으로 신사업이나 미래 먹거리에 투자하는 등 기업가치에 투자하고 투자자들은 그 가치를 가늠해 IPO 기업의 투자 매력도를 판단한다.

    반면 구주매출 방식의 IPO는 상장사에 자금이 가지 않고 기존 주주에게 돈이 들어간다. 상장사의 미래 성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투자자들이 많아 신주 발행 방식의 IPO보다 투자자 유치가 어렵다.

    예보가 가진 SGI서울보증 지분도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상장 규정에 따라 매각 제한이 걸린 예보의 보유 지분 가운데 83.85%가 6개월 뒤 모두 시장에 풀린다.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에 따른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은 셈이다.

    ◇사업구조나 실적, 제자리에 M&A 매물도 적체…투심 잡을 매력 '의문'

    또 다른 문제는 SGI서울보증의 사업구조나 실적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이다.

    보증보험 영역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구축하고 있다는 차별점을 고려하더라도 손해보험사에 가까운 사업구조를 보유한 만큼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낄지는 의문이라는 평이다. 현재 M&A 시장에는 롯데손해보험, MG손해보험 등 보험사 매물이 산적해 있다.

    게다가 실적 저하 우려까지 제기된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총 8조원에 가까운 운용자산 가운데 약 75%의 투자처가 채권이다.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대규모 평가손실이 불가피하다. 수익성이 악화하면 주주 배당금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SGI서울보증도 외부 진단을 통한 경영 효율화, 주주환원 정책 강화 등 기업가치 제고방안을 마련해 예보, 금융당국과 함께 성공적인 IPO를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앞서 이명순 SGI서울보증 대표는 지난달 '2024 연간경영전략회의'에서 "어려운 경영환경 극복을 위해 손익중심 경영체계 정착이 중요하다"며 "전사를 손익중심의 조직으로 개편하고 평가체계를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원보험, 재보험, 자산운용 등 부문별로 수익성을 높이고 성장성 확보방안을 마련하는 등 장기적인 관점의 재무 플랜을 구축해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일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