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분기까지 1415억원 순손실…年 5천억 적자 가능성도수익성 악화로 여·수신 규모 줄여…1월 기준 전년比 28조 증발연체율 상승에 PF 우려도 여전…3분기에만 충당금 2조원 이상"다중채무자 비중 부담…충당금 문제보단 업계 신뢰 저하 우려"
  • ▲ 저축은행. ⓒ연합뉴스
    ▲ 저축은행. ⓒ연합뉴스
    저축은행의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고금리 상황에서 자금조달 비용 부담이 가중되면서 '돈줄'인 여·수신잔고를 줄인 반면 연체대출은 늘어나면서다.

    여기에 부동산 PF 부실 리스크와 다중채무자에 대한 우려를 대비해 쌓아둔 충당금 규모도 적지 않다. 저축은행의 사업 지속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업계 전반에 소비자 신뢰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22일 저축은행의 지난해 연말 기준 재무‧손익과 자산‧자본적정성 지표를 공개한다.

    앞서 국내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1분기 -52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2015년 이후 8년 만의 첫 적자였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2014년까지 적자 행진을 이어가다 이후 줄곧 흑자를 기록했던 만큼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어 2분기에 -434억원, 3분기에도 -453억원으로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금융권에서는 부동산 PF 대출 부실로 상황이 악화한 점을 고려하면 4분기에도 적자를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합산 연간손실이 5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문제는 불어난 조달비용으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SBI·OK·웰컴·페퍼·한국투자저축은행 등 상위 5곳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이자비용은 모두 1조5505억원이다. 전년동기(7460억원)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수익성 악화로 여·수신 규모를 줄인 것 역시 반등 동력을 감소시키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분석 결과 상호저축은행의 1월 말 수신잔액은 104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대비 2조8865억원, 전년대비로는 16조원이 줄어든 금액이다. 여신잔액 역시 103조원으로 전월대비 8765억원, 전년대비로는 12조원 감소했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하면서 역마진을 우려한 저축은행들이 대출자산 축소에 나섰고, 자금 소요가 줄어들면서 고금리 등 수신을 끌어들일 유인을 잃어버린 것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저축은행 정기예금(12개월) 평균 금리는 3.16%를 기록했다. 이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금리(3.10~3.90%)와 차이가 거의 없는 수준이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가뜩이나 부동산 PF 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수신액이 줄어 저축은행들의 기초 체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 저축은행. 사진=정상윤 기자
    ▲ 저축은행. 사진=정상윤 기자
    연체율이 오르면서 건전성 관리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지난 한 해 금리가 오르면서 차주들이 한계 상황에 부딪혔고, 미분양이 늘면서 부동산 PF 사업장이 원활히 돌아가지 않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가 집계한 국내 79곳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6%다. 전분기 5.33% 대비 0.82%p 올랐다. 고정이하여신비율(3개월 이상 연체대출 비중)은 같은 기간 5.61%에서 6.40%로 상승했다.

    부동산 PF 연체율만 놓고 보면, 저축은행 상위 5개사의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6.92%다. 전년동기 2.4% 대비 4.52%p 높아졌다. 정부 차원에서 PF 정상화 지원 펀드를 통해 연체채권 매각에 나섰지만 불어난 연체 물량을 모두 소화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본 PF로 전환되지 않은 브릿지론은 시한폭탄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브릿지론을 내준 기간이 1년 반이 넘은 물량 비중이 56%에 달한다.

    이처럼 악화한 부동산 PF 부실과 연체율에 따라 금융당국에서도 충당금 적립 강화를 주문하면서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도 늘었다.

    금융당국은 기존 일반 기업대출로 분류했던 토지담보대출에 대해 부동산 PF에 준해 충당금을 쌓게 하고, PF 대출의 자산건전성 분류도 보수적으로 하라고 주문했다. 충당금 적립 부담이 커지는 만큼 저축은행으로선 몸집을 줄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중채무자 대상 추가 충당금 적립 주문도…"업계 신뢰 저하 우려"

    금융당국은 다중채무자 대출에 대한 추가 충당금 적립도 지시했다.

    '상호저축은행업감독규정'을 보면 저축은행은 5개 이상 금융사 다중채무자 대출에 대해 충당금 요적립률의 130%를 쌓아야 한다.

    그러나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9월 열린 정례회의에서 의결한 개정안에 따르면 5~6개 금융사 다중채무자 대출은 충당금 요적립률의 130%를, 7개 이상 금융사 다중채무자 대출은 150%를 적립하게 된다.

    특히 저축은행의 다중채무자 비중은 2022년 말 기준 77.4%로, 은행(27.3%)보다 세 배 가까이 높은 만큼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79곳 저축은행은 지난해 3분기에만 2조6908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이는 전분기 1조9310억원보다 7598억원 더 불어난 수준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최근 저축은행의 다중채무자 비율이 70%를 넘어선 만큼 이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충당금 적립이 부담되는 건 사실이지만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관련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늘어난 셈"이라고 말했다.

    B저축은행 관계자는 "충당금의 경우 나중에 환입될 수 있기 때문에 많이 쌓는다고 실제 손실로 반드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문제는 저축은행에 대한 이용자들의 신뢰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