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리・지그재그, 작년 매출 늘리고 손실 줄이며 ‘호실적’국내 온라인 패션시장 둔화, 中 이커머스 공세로 올해 어려워글로벌 등 신사업 확장으로 대응 나선 패션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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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막 계획된 적자에서 벗어나려던 패션 플랫폼들이 올해 또 다시 쉽지 않은 상황에 처했다. 온라인 패션시장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데다 저렴한 가격이 무기인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공세가 패션업계에도 뻗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에이블리, 지그재그 등 여성 패션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들이 지난해 매출을 늘리고 손실을 줄이며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지만 올해도 이같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2018년 3월 ‘셀럽 마켓 모음앱’으로 시작한 에이블리는 론칭 5년 차인 지난해 매출 2595억원, 영업이익 3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45% 늘었고 영업이익은 2022년 744억원에서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에이블리 측은 지난해 실적에 대해 “계획된 적자를 끝낸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간 외형이 커지면서 적자 폭이 늘었지만 지난해 내실 있는 외형 성장으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지그재그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62% 성장한 165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연간 영업손실액은 198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 2022년에 기록한 518억원에서 320억원을 대폭 축소했다.

    지그재그 관계자는 “지난해 신사업 투자로 인해 전사 기준으로 영업손실이 발생한 것”이라며 “지그재그 플랫폼 사업만 보면 연간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여성 패션 플랫폼 시장은 고객 충성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때문에 플랫폼 간의 경쟁이 유독 치열하다. 이런 상황에서 에이블리와 지그재그가 지난해 달성한 호실적은 시장에서도 주목하는 상황이다.

    다만 올해도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고물가로 인한 소비침체와 온라인 패션시장 성장의 둔화,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이커머스의 공세 등이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 2021년까지만 해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던 국내 온라인 패션시장은 지난해 한 자릿수로 성장률이 둔화됐다. 통계청의 온라인 쇼핑동향 조사에 따르면 2021년 16.9%였던 성장률은 2022년 15.2%에서 2023년 5.4%까지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로 인한 소비 침체의 영향도 있지만 엔데믹과 함께 패션을 소비하는 방식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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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이커머스 업체인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쉬인의 공습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도 위협요인이다. 특히 지그재그와 에이블리는 상표권을 보유한 브랜드 의류보다 동대문 셀러가 판매하는 상품 비중이 높아 중국 이커머스와의 경쟁에 더 취약하다. 

    비슷한 옷을 더 저렴한 가격에 파는 중국 이커머스로 인해 올 들어 여성 패션 플랫폼들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도 영향을 받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그재그의 지난 2월 MAU는 251만여명으로 전년(373만 명) 대비 32.6% 줄었다. 같은 기간 에이블리는 유일하게 MAU 800만명을 돌파하면서 전년 대비 21.4% 늘었지만 증가세가 완만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디자이너 브랜드가 아닌 이상 동대문 패션과 중국 이커머스에서 유통되는 제품의 차이가 크지 않다보니 동대문 셀러 기반의 플랫폼들이 더 타격을 입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국내 패션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자 플랫폼들은 올해 사업 범위를 확장하는데 주력하는 분위기다.

    에이블리는 뷰티, 디지털, 라이프 등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하는 동시에 글로벌과 남성고객을 타깃으로 한 신사업에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강석훈 에이블리 대표는 “글로벌 확대 및 신사업을 위한 투자에 집중하고 커머스를 넘어 다양한 콘텐츠와 커뮤니티까지 확장하는 비전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그재그도 지난해 실적을 뛰어넘는 성적표를 받기 위해 거래액과 매출을 늘리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김영길 카카오스타일 CFO는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과 마케팅 노하우 등을 바탕으로 1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아우르는 여성 패션 플랫폼으로 자리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