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사 순이익, 전년대비 29% 증가조달비용 상승에도 비용 효율화-카드론 증가 영향작년 말 연체율, 9년 만에 최고 기록 이어 올해도 高高"고금리 상황 지속…선제 건전성 관리 통한 질적 성장 집중"
  • ▲ 카드. 사진=정상윤 기자
    ▲ 카드. 사진=정상윤 기자
    4대 금융그룹 계열 카드사들이 호실적을 거뒀다. 고금리 지속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과 대손비용 증가에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회사 차원에서의 비용 절감에다 카드론 취급액이 늘어나면서다. 다만 연체율이 9년 만에 최대치를 달성하는 등 건전성 관리 과제는 여전하다.

    29일 4대 금융그룹의 경영실적 보고서 분석 결과 신한·KB국민·하나·우리 등 금융 계열 카드 4사의 1분기 순이익은 모두 406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동기 3149억원보다 29.1% 늘어난 규모이며 전분기 2679억원에 비해서는 51.8% 증가한 수치다.

    업계 1위 신한카드의 경우 전년동기 1667억원에 비해 11.0% 늘어난 1851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영업수익은 1조5300억원으로, 전년대비 12.1% 증가했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신규 사업의 성장으로 관련 수익이 전년대비 21.4% 증가했으며 데이터 판매로 비롯된 매출도 같은 기간 31.3% 증가하는 등 미래사업 수익의 성장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결제취급액은 역대 최대인 48조1153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6.1% 증가한 수치다. 신한카드는 올해 연간 결제취급액 200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금융사업부문과 할부금융·리스사업부문을 포함한 이용금액 역시 54조768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8% 늘었다.

    신한카드 측은 "결제취급액 증가,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꾸준하고 안정적인 수익창출능력과 더불어 미래사업을 위한 고객 기반 역시 견조하게 성장하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플랫폼, 데이터 사업 영역에서도 수익 확대를 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국민카드의 1분기 순이익은 1391억원으로, 전년동기 820억원에 비해 69.6% 성장했다. 전분기 787억원에 비해서도 76.7% 증가했다.

    KB국민카드의 1분기 영업이익은 1727억원으로, 전년동기 1118억원에 비해 54.5% 증가했다. 일반관리비는 1443억원으로 전년동기 1593억원에 비해 9.4% 감소했다. 전분기 1711억원에 비해서도 15.7% 줄어들었다.

    KB국민카드 측은 "조달비용 상승 등 전반적인 영업환경 악화에도 유실적 회원 성장 및 모집·마케팅 등 주요 영업비용 효율화를 통한 이익창출력 강화 덕"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카드와 우리카드는 희비가 엇갈렸다. 하나카드의 1분기 순이익은 535억원으로 전년동기 202억원에 비해 164% 뛰었다. 4개사 중 유일한 세 자릿수 성장이다. 전분기 437억원에 비해 22.4% 증가했다. 지난해 타사보다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만큼 기저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영업이익은 74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약 207%, 전분기대비 24.5% 성장했다. 하나카드 측은 "유실적 회원 성장 및 국내외 취급액, 수수료 이익 등 증가한 결과"라며 "성장 흐름을 지속하기 위해 고객 관리에 집중하고 업계 1등 지표를 포함한 여러부문에서 성장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우리카드의 경우 290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는 데 그쳤다. 전분기 60억원 적자에서 흑자전환하는데 성공했지만 전년동기(460억원)에 비해서는 36.9% 줄어들었다. 4개사 중 유일한 역성장이다.

    순영업수익은 2270억원으로, 전년동기 2260억원보다 1.1% 늘었지만, 대손비용이 발목을 잡았다. 1분기 우리카드는 신용손실에 대한 손상차손으로 1200억원을 인식했다. 이는 전년동기 1030억원보다 19.1% 증가한 규모다.

    우리카드 측은 "지속한 고금리 환경으로 인한 조달·대손비용 증가로 전년대비 순이익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 ▲ 카드론. ⓒ연합뉴스
    ▲ 카드론. ⓒ연합뉴스
    ◇카드론 취급 늘어났지만 연체율도 동반 상승…건전성 요주의

    금융 계열 카드사들이 업황 침체에도 실적 선방에 성공한 것은 비용효율화 노력도 있지만, 저축은행 등 다른 2금융권이 리스크 관리를 목적으로 대출을 조이면서 카드론으로 대출수요가 몰린 '풍선효과'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1분기 '서민급전'으로 불리는 카드론 잔액은 역대 최다를 경신했다. 9개 카드사(4개사+롯데·BC·삼성·현대·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39조4743억원으로, 종전 최대치였던 2월 39조4743억원에 비해 78억원 증가했다. 카드론 금리는 14~15%에 달한다.

    반면 건전성 우려가 확산하고 있는 저축은행은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2월 말 여신잔액은 102조원으로, 전년동기 114조원에서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연체율은 6.55%로, 전년대비 3.14%p 악화했다.

    카드사들 역시 연체율 상승 등 건전성 우려는 확산하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해 말 평균 1.63%의 연체율을 기록하며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낸 데 이어 또다시 악화하면서 리스크가 가중되는 모양새다.

    하나카드는 1분기 연체율이 1.94%로, 전분기 1.67%보다 0.27%p 높아졌다. 2019년 1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신한카드도 같은 기간 0.11%p 상승하면서 1.56%를 기록했다. 이는 2015년 9월 1.68% 이후 9년여만의 최고치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이전보다 고금리 상태가 유지되고 고물가 등 체감경기가 안 좋다 보니 상환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신용회복, 개인회생 등을 신청하는 고객이 늘면서 회수 난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고금리에 따른 가계·기업의 이자부담 및 경기침체 지속 등 여파"라고 설명했다.

    우리카드와 KB국민카드도 1.46%, 1.31%를 기록해 1분기 만에 0.24%p, 0.28%p 뛰었다. 모두 2019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건전성 악화에 따라 순이익보다 많은 충당금을 쌓고 있다. 이들 4개사는 전년동기 5756억원에 비해 9.74% 늘어난 충당금을 쌓으면서 손실에 대비하고 있다. △신한카드 2247억원 △KB국민카드 1944억원 △우리카드 1220억원 △하나카드 906억원 등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마케팅 등 주요 영업비용 효율화를 통해 1분기 실적은 선방한 모습이지만, 연체율이 오르고 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유의미한 실적 개선을 점치기는 쉽지 않다"며 "선제적 자산건전성 관리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