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채 금리,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에 6개월 만에 반등상반기 만기 여전채 5.6조…차환 금리 급증에 이자 부담 가중카드론, 전년比 2.6조 늘며 사상 최대…저축은행에 막힌 취약차주 유입취약차주 유입에 추가 충당금 설정은 물론 연체율도 올라 건전성에 '위협'
  • ▲ 카드론. ⓒ연합뉴스
    ▲ 카드론. ⓒ연합뉴스
    기준금리 인하가 불투명해지면서 카드사들의 침체기가 길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하향 안정화되던 조달금리가 재차 상승하는 가운데 상반기에만 5조원이 넘는 여신전문채권 만기가 도래한다. 가뜩이나 악화한 연체율로 건전성 부담이 지속하는 가운데 이자 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저축은행에서 자금을 융통하지 못한 중‧저신용자들이 카드론으로 유입되면서 연체율이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25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카드·캐피탈 등 여신전문금융사가 발행하는 여전채 금리가 최근 다시 오르고 있다.

    신용등급 'AA+' 1년물 여전채의 전날 금리는 3.73%로, 전월 3.68%(넷째주 수요일)에 비해 0.50%p 상승했다. 해당 금리는 동일 시점 기준 지난해 10월 4.25%부터 5개월 연속 하락했으나,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처음으로 반등했다.

    일간 기준으로는 18일 3.67%에서 △19일 3.70% △22일 3.727% △23일 3.728% 순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안정적으로 낮아지던 조달금리가 꿈틀대면서 카드업계 업황 전망도 나빠졌다. 카드사의 경우 은행과 달리 수신기능이 없어 사업에 필요한 자금 70%가량을 여전채 발행으로 조달한다. 때문에 기준금리가 높을수록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한다. 

    실제 카드사들의 이자비용은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보면 국내 전업카드사 8곳(신한·KB국민·현대·삼성·롯데·하나·우리·BC)의 지난해 이자비용은 모두 3조8820억원으로, 전년 2조7590억원에 비해 40.7% 증가한 수준이다.

    ◇상반기 만기도래 여전채 5.6조…건전성 악화한 카드사에 '악재'

    문제는 금리 인하기에 끌어다 쓴 돈을 갚을 시기에 이자가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불투명해지면서 조달비용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여전채는 모두 5조6450억원에 달한다. 이 중 금리 인상이 시작된 2021년 이전에 발행된 여전채 규모는 3조7800억원으로, 전체 만기 채권의 66.9%를 달한다. 게다가 2021년 이전 여전채의 평균금리는 1.88%에 불과해 이를 차환할 경우 두 배 이상 오른 금리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자본건전성이 저하된 카드사 입장에서는 불어난 이자를 감당하기 버거운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8개 카드사의 부실여신 잔액은 전년대비 37%가량 증가한 1조9000억원에 달한다.

    연체율은 1.63%로, 1년 전보다 0.42%p 올랐다. 2014년 1.69%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다. 카드 연체율은 카드대금·할부·리볼빙·카드론·신용대출 등을 1개월 이상 밀린 경우를 반영한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1.23%로, 전년대비 0.44%p 올랐다.

    이 때문에 카드사들은 금리 인하기 시작되기 전까지는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A카드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하반기에 들어서야 금리인하 시기를 저울질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최근 높은 물가상승률과 함께 중동지역 분쟁으로 국제유가와 원자재가격이 요동치는 등 금리인하에 부정적인 신호가 계속 나타나면서 개선시기를 가늠하기도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 ▲ 저축은행. ⓒ연합뉴스
    ▲ 저축은행. ⓒ연합뉴스
    또 다른 문제는 저축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카드론으로 유입된 취약차주들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다중채무자들의 진입으로 연체율이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8개사+NH농협)의 지난달 카드론 잔액은 모두 39조4821억원으로, 한달(전월 39조4743억원) 만에 78억원이 늘어나면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년 동월에 비해서는 2조6400억원 급증했다.

    이미 연체율 6%대인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을 옥죄면서 돈을 갚지 못하거나 추가대출을 받기 어려운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카드론을 '급전창구'로 이용하는 수요가 많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B카드 관계자는 "저축은행 등 2금융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카드론 이용객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여신잔액은 2월 말 기준 102조원으로, 전월대비 8870억원 줄어들었다. 지난해 2월부터 13개월 연속 감소세다. 저축은행 C사 관계자는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차환)을 제외하면 신규 대출은 집행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취약차주 유입에 따른 문제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당장은 문제가 없더라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충당금 설정 등으로 수익성 측면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B카드사 관계자는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면 중‧저신용자들의 연체로 건전성에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부실 위험이 커지면 충당금도 많이 쌓아야 하기 때문에 고민이 깊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