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북미 매출 1600억원… '찰진밥' 앞세워현지 쌀 요리 대신 '한국' 앞세워 공략햇반의 미래는 기능성… 웰니스 제품 라인업 확대
  • ▲ 김숙진 CJ 제일제당 P-Rice 담당이 인터뷰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조현우 기자
    ▲ 김숙진 CJ 제일제당 P-Rice 담당이 인터뷰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조현우 기자
    [만났조]는 조현우 기자가 직접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줄인 단어입니다. 먹고 마시고 쇼핑하고 즐기는 우리 일상의 단편. ‘이 제품은 왜 나왔을까?’, ‘이 회사는 왜 이런 사업을 할까?’ 궁금하지만 알기 어려운, 유통업계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여러분께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밥은 다른 가정간편식과는 다른 한국 문화의 근간이다.”

    지난 2일 서울 쌍림동 CJ제일제당 사옥에서 만난 김숙진 CJ제일제당 P-Rice 담당 경영리더는 “글로벌 시장에서 만두나 치킨처럼 변형을 가하는 것보다는 ‘한국식’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이유”라며 이같이 말했다.

    ◇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

    햇반은 CJ제일제당이 꼽은 7대 글로벌전략제품 중 하나다. 글로벌 시장에 안착한 비비고 만두의 다음 순서로 치킨과 함께 꼽히고 있다.

    현재 북미 지역을 포함해 유럽, 호주 등에 판매되고 있지만 주력 시장은 비중의 80% 가까이 차지하는 미국이다.

    햇반이 처음 국내에 출시된 것은 1996년, 그리고 미국에 처음 진출한 것은 1997년이다. 미주교포와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판매되며 진출 첫 해 매출은 5만달러 수준에 그쳤다.

    이후 2000년대 중반 미국 대형마트에 입점하며 350만달러로 성장한 햇반은 지난 약 1억1700만달러, 우리 돈으로 16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2년 전인 2021년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 ▲ CJ제일제당이 북미에서 판매중이 햇반 상품ⓒCJ제일제당
    ▲ CJ제일제당이 북미에서 판매중이 햇반 상품ⓒCJ제일제당
    햇반이 북미 지역에서 급성장한 것은 로컬라이징(현지화)이 아닌 한국식을 앞세웠기 때문이다.

    김 담당은 “한국의 식(食) 그 자체인 밥이기 때문에 만두와는 다르게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다양한 맛이나 원물을 사용해 로컬라이징하는 방식보다는 한국적인 특징을 내세우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쌀이나 밥과 거리가 먼 문화권으로 여겨지지만, 미국 남부지방에 이주한 아프리카계 사람들이 먹던 것에서 기원한 루지애나 스타일의 잠발라야(Jambalaya) 역시 쌀을 이용한 요리다.

    현재 미국 ‘밥’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이러한 취식 형태와 음식들이다. 찰기가 있는 한국식 밥과는 달리 ‘흩날리는’ 형태인 탓에 샐러드와 함께 먹거나 향신료·원물과 섞어 먹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CJ제일제당이 공략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취식 문화가 아닌 고기나 함께 사이드로 먹을 수 있는 형태, 일종의 ‘가니쉬’다.

    시장에서도 이러한 방식을 원했다. 이미 흔하게 판매되고 있는 현지식으로 생산된 제품보다는, CJ제일제당만이 시장에 내보일 수 있는 한국적인 맛과 방식이 더 경쟁력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현재 북미 가공밥 시장은 약 1조2000억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한국식 즉석밥을 판매하는 국내 기업을 CJ제일제당이 유일하다.

    김 담당은 ”현재 이러한 방향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규모가 커진다면 추후에는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아메리칸 퀴진(American Cuisine)으로의 진입도 가능할 것“이라면서 ”어떻게 시장을 키울 것인가가 중요한 숙제“라고 말했다.
  • ▲ 김 담당이 북미 시장에서의 성과와 글로벌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조현우 기자
    ▲ 김 담당이 북미 시장에서의 성과와 글로벌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조현우 기자
    ◇ 미국 다음은 유럽… 때를 기다리는 중국·일본

    CJ제일제당이 북미 지역 다음으로 겨냥하는 시장은 유럽이다. 현재 CJ제일제당은 글로벌 시장을 크게 미국·호주·서유럽 등 지역과 한국·일본·중국 등 아시아 지역으로 나누고 있다.

    인구와 소비력이 상대적으로 큰 중국이 아닌 유럽 시장을 낙점한 것은 ‘시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한국과 일본과 마찬가지로 쌀 문화권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지어 먹던 밥을 굳이 돈을 지불하고 구매해서 먹는다는 소비자 인식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다.

    이러한 시장에 제품을 소개하고 안착하는 데에는 그렇지 않은 시장보다 시간과 비용이 몇 배나 더 소비된다. CJ제일제당이 중국의 소비자들의 인식이 변화하기를 기다리는 이유다.

    김 담당은 “즉석밥은 밥을 짓는데 들어가는 수고와 시간을 대신해주는 것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라면서 “중국은 아직 소비 인식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990년대 초반에 ‘밥, 김치, 물을 왜 돈 주고 사 먹느냐’는 인식이 있었던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반면 유럽의 경우 기본적으로 밥과 쌀이 이방의 문화인 만큼 지출과 소비에 대한 거리낌이 덜하고, 소득 역시 높아 번거로운 조리 과정을 해결할 수 있는 즉석밥에 대한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일본 시장 진출은 또 다른 숙제다. 반찬에 집중하는 한국과는 달리 일본은 밥을 온전히 즐기고 싶어서 반찬을 곁들인다고 생각할 정도로 밥 자체를 우선하는 문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쌀과 가수(加水), 온도, 도정 등 각 요리에 따라 사용하는 쌀의 품종과 조리 방식도 세분화돼있는 것이 특징이다.

    시장의로서의 매력은 충분하다. 같은 쌀 문화권인 데다, 시장 규모도 국내의 두 배 이상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김 담당은 “법적인 문제를 차치하고, 국내 품종을 일본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을 것”이라면서도 “구체화된 것이 아직 없어 일본 시장에 진출한다면 전략을 새롭게 봐야한다”고 말했다.
  • ▲ CJ제일제당에서 판매중인 웰니스 햇반 라인업ⓒCJ제일제당
    ▲ CJ제일제당에서 판매중인 웰니스 햇반 라인업ⓒCJ제일제당
    ◇ 햇반의 미래는 ‘기능성’

    국내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지고 있지만, 햇반은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현재 CJ제일제당이 추정하고 있는 햇반의 침투율은 약 40% 수준. 아직도 공략해야할 시장이 60%나 남아있는 셈이다.

    김 담당은 “2030을 비롯해 4050세대까지도 햇반으로 넘어올 만한 소비자들은 다 넘어오신 것 같다”면서 “이외의 분들은 집에서 직접 밥을 짓는 것에 가치를 두고 계시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지나 세대가 변화하고 가치가 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침투율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햇반의 미래를 위해 CJ제일제당이 추구하고 있는 것은 ‘기능성’이다. 간단한 반찬을 두고도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맛을 더한 햇반 컵반이나, 저칼로리·저단백·저당 등 기능성을 강화한 제품군의 확대다.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주식인 밥과 쌀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CJ제일제당은 이러한 소비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귀리흑미곤약밥, 현미귀리찰곤약밥, 프리미엄곤약밥, 서리태흑미밥 등 다양한 곡물을 사용한 제품군을 선보이고 있다.

    김 담당은 “밥 한 끼를 먹더라도 어떻게 먹을 것인가에 대한 가치 고민이 커질 것”이라면서 “저당, 저단백 등 웰니스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