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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부임한 지 1년 반 정도 되는 모하메드 엘조르카니 주한 이집트 대사는 한강을 특히 좋아한다. 거의 매일 그의 애견과 함께 2,000원을 들고 강변으로 산책을 나갈 정도다. 한강의 친수공간, 시설 등이 부럽다는 그는 이집트의 나일강에도 이러한 친수공간이 조성되길 희망했다.
- 대사님의 일과에 대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매일 2,000원을 들고 한강으로 산책 나간다는데.
>>> 하루 업무를 마친 후 한남대교를 건너 한강 둔치 아래로 내려가 산책을 한다. 산책 파트너는 나의 애견. 여름에는 한강 수영장도 가고 겨울에도 날씨만 좋으면 거의 매일 한강변 산책을 한다. 너무 추운 날에는 일주일에 서너 번밖에 못 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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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원은 어디에 쓰는가.
>>> 산책 후 컵라면과 음료수 캔 하나를 사서 먹는다. 가끔은 샌드위치를 사 먹기도 한다. 이렇게 저렴한 가격으로 즐기는 한강 산책이 내게는 너무 귀한 시간이다. 적은 비용으로 수변공간을 산책하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점이 한강 수변의 매력이다.
- 한강 산책길에 어떤 풍경을 보나.
>>> 가족들이 자리를 깔고 앉아 피크닉을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다. 시민들을 위해 무료로 개방된 강변 체육 시설도 좋다. 축구, 농구 등 체육 편의시설과 피트니스 센터 내부에서나 봄직한 체력단련 시설이 강변 곳곳에 있는데, 이집트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다. 부럽다. 이집트 나일강변에도 친수공간이 조성돼 있긴 하지만 아주 비싼 레스토랑들 뿐이다. 2,000원으로 산책을 하는건 어림도 없다.
- 한국과 이집트의 자연환경은 어떤 차이점이 있나?>>> 두 나라의 자연환경은 상당히 다르다. 이집트는 사막 국가고 한국은 녹음이 우거진 산악지형 국가니까. 이집트의 주된 색깔을 꼽으라면 노란색이다. 반면 한국은 초록색이라고 할 수 있다. 이집트는 비가 거의 오지 않는다. 일 년에 비 오는 날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기후 역시 양국 간에 확연한 차이가 있다. 이집트는 눈이 내리지 않고 겨울에도 한국처럼 매서운 추위가 없다. 하지만 이집트의 여름은 습기가 없고 건조해서 그늘에 가면 오히려 서늘한 편이다.
- 기후 특성상 이집트는 물이 풍부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물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큰 강을 뜻하는 고대 이집트어에서 유래된 나일강은 거의 7,000km에 이르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강이다. 하지만 이집트의 젖줄인 나일강 물을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캠페인이 절실하다.
이집트의 물부족 문제는 잘못된 물관리에 있음을 먼저 지적하고 싶다. 공급되는 물 가운데 30~40%가 사용 전에 유실된다. 노후된 파이프, 누수 등이 원인이다. 게다가 국민들은 물을 아껴 쓰는 습관이 제대로 몸에 배여있지 않다. 도시민은 거의 매일같이 세차를 하는데 호스에서 물이 계속 흘러나와도 상관하지 않는다. 농민들도 물을 소중하게 쓰지 못한다. 전 국민적으로 물 아껴 쓰기 캠페인을 벌여야 할 정도다.- 그렇다면 국가적으로 물관리를 위한 사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이집트는 이웃 국가들과 수자원 협력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예컨대 연간 47억m3의 나일강 물이 안정적으로 흐를 수 있도록 이웃 수단과 진행한 종레이 프로젝트(Jonglei Canal Project)가 있다. 수단 남부에서 발원해 흐르는 강물은 하류인 이집트로 흐르는 동안 상당히 많은 양이 공중으로 증발해버린다. 이 프로젝트는 나일강 물이 손실 없이 이집트로 흘러 지중해까지 도달하도록 하는 것이다. 생명줄인 수자원의 안정적인 확보라는 점에서 절체절명의 문제다. 하지만 수단의 내전 상황으로 인해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올해 7월 9일 종레이 지역이 속해 있는 남수단이 독립함에 따라 이 프로젝트를 되살리는 작업이 다시 논의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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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범지구적 관심사 중 하나는 기후변화다. 기후변화가 이집트에 가져온 변화로는 어떤 것이 있으며, 이집트 정부는 어떤 대응책을 가지고 있는가.
>>> 기후변화 현상을 두고 학계에는 두 학파가 대립하고 있다. 한쪽은 기후변화를 기상이변으로 심각하게 보는 쪽이고, 다른 한쪽은 이것 역시 통상적인 기상변화로 기상이변이란 것을 부인하는 쪽이다. 이들은 기후변화가 조금 과장된 면이 있다고 보는 학자들이다. 아무튼 내가 느끼기로는 이집트는 예년에 비해 여름이 더 덥고 길어진 반면, 겨울은 더 짧아지고 온화해졌다.
기후변화는 몇몇 사람들이 쉽게 어떻게 해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전 지구적 차원에서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본다. 이집트 환경부도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구를 하나의 어머니 대자연(Mother Nature)으로 보고 물 낭비, 종이 낭비가 숲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그리고 음식물 낭비 등이 궁극적으로 인류의 삶의 터전인 지구를 어떻게 망가뜨리는지를 사람들이 느끼고 이해하도록 계몽하고 있다.- 이집트인들은 식수를 어떻게 해결하는가. 생수를 사먹는지 아니면 수돗물을 마시는지?
>>> 상수도 시설을 통해 가정에서 수돗물을 공급받는다. 이집트의 수돗물은 식수로서 안전하다. 물론 매우 조심스러운 사람들은 상점에서 생수를 사서 먹기도 한다. 개인당 물 공급의 국제 기준은 최소한 연간 1000리터로 알고 있다. 이집트는 850리터 정도를 공급한다. 물이 결코 넉넉한 형편이 아니지만, 식수를 구하기 힘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인구증가율이 높아짐에 따라 물부족 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이에 대한 대비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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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4대강사업에 대해 대사님의 견해를 듣고 싶다.
>>> 대단한 프로젝트이며 매우 실용적인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경제 성장에도 기여할 것이며 한국 국민의 평균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다. 현재로서는 비싼 비용을 치른다고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 국민과 국가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이집트는 60년대에 구소련의 도움으로 나일강에 거대한 아스완 하이댐을 건설하는 관개시설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그 당시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대규모 토목공사였다. 이후 아프리카에 심각한 가뭄이 찾아와 많은 국가가 고통을 겪었지만 우리는 그 덕에 비껴갈 수 있었다.
- 4대강사업이 기후변화와 관련해 적절히 진행되는 사업으로 보고 있는가?
>>> 한국은 기후변화 문제 접근에 있어서 선구자적인 위치에 있다. 공장들의 환경 기준이라든지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녹색성장 원칙을 잘 적용하고 있다. 이집트가 한국으로부터 배워야 할 중요한 부분이다.
이집트의 환경부장관이 한국에 온 적이 있는데, 귀국길 공항으로 가는 차 안에서 내게 “환경보호부터 녹색성장 경제정책을 엮어 나가는 것까지, 우리가 한국으로부터 배울 것이 너무나 많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집트는 한국의 녹색성장정책을 모델로 하여 이웃나라들과 함께 종합적인 녹색성장 정책을 추진해나갈 할 것이다.- 나일강변의 친수공간 개발에 대해 이집트 정부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 유감스럽게도 이집트에는 아직 한국처럼 친수공간 프로젝트가 활성화되지 않았다. 이집트 당국이 한국의 수변공간 개발 사례를 벤치마킹해서 실행에 옮겼으면 한다. 한강변 도심 수변공간 조성에 사용된 기술과 노하우는 이집트의 나일강변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현재 이집트의 나일강변에는 초특급 호텔이 즐비하다. 레스토랑, 카페, 체육시설은 전부 고급 유람선 안에 있고 매우 비싸다. 이집트에서 그러한 시설을 이용하려면 돈이 많아야 한다. 나는 이집트에서도 사람들이 한국처럼 돈 걱정 없이 나일강의 수변공간에서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