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관광매력물 전통시장, 문화농축해 집중육성해야
  • ▲ 박석희 경기대 관광개발학과 교수 ⓒ
    ▲ 박석희 경기대 관광개발학과 교수 ⓒ

    시장은 옛날부터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그래서 물건과 정보가 교환되고, 시선을 끌려는 재주꾼들의 다양한 재주가 펼쳐지면서 분위기가 시끌벅적해진다. 그래서 일부러 라도 구경을 갈 만한 곳이기도 하다.

    테마파크도 그 시원이 시장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의 지역 풍물을 가득 뿜어내는 전통시장을 외국관광객들에게 노출시키는 전략구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해외 여행길에 일부러 찾기는 힘들지만, 그 지역의 풍물이 농축되어 펼쳐지는 시장을 만나면 상당한 덤이다. 진솔한 현지인들의 삶의 모습을 만나면서 금방 취하게 된다. 그런데 오늘의 우리는 어떤 풍물 전통시장을 보여주고 있는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외국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 관광선진국 프랑스의 파리와 마르세이유 전통시장 모습을 스케치해 보자. 에펠탑 쪽에서 개선문을 향해 걷는다. 표지를 보면서 옆길로 들어선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넓은 도로 가운데 구간에 포장막이 길게 늘어서 있다. 알록달록하다. 그러면서도 가지런하다. 혹시나 싶어 서두른다. 그렇다. 전통시장이다. 샹제리제 거리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전통시장이 열렸다. 놀랍다. 구이통 안에서 돌고 있는 통닭도 있고, 숨죽이고 누운 팔뚝만한 생선도 있다. 토마토도 있고, 만두도 있고, 피자도 있다. 옷가지도 있고 구두도 있다. 종이에 적어온 목록을 들여다보면서 쇼핑하는 예순을 넘었음직한 할머니도 아저씨들도 있다. 결코 허름한 차림들만 모여드는 것은 아니다. 수요일마다 장이 선단다. 과연 관광선진국다운 다양함이 곳곳에 숨어있으니 관광객들이 파리시가지를 누비는 게 틀림없다.

    마르세이유는 지중해 최대의 항구도시로도 유명하지만, 안내책자에는 아침 8시부터 열리는 수산시장을 꼭 보라고 돼 있다. 그래서 아침부터 관광객들이 장판의 시끌벅적함에 신기해하며 말을 건네고 물건을 사기도 한다. 물론 관광객을 위한 시장이 아니다. 예전부터 해오던 부둣가의 수산시장이다. 크지도 않고, 시설도 없다. 그저 고기를 다듬는 칼과 도마, 좌대가 쭉하니 늘어서 있다. 기다란 칼로 생선을 다루는 놀라운 솜씨. 흥정하는 모습. 머리를 가까이 대고 다투는 듯 심각한 모습. 덩치도 크고 윤곽이 뚜렷한 영화 ‘십계’의 모세를 닮은 노인. 세계의 바다를 주름잡던 얼굴들이 오늘은 여기서 생선을 팔고 있다. 전통시장은 그 지역 사람들의 삶이 농축되어 펼쳐지는 곳이고, 지역문화가 살아 꿈틀거리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모두가 들러보라고 한 것임에 틀림없다. 바야흐로 문화관광의 시대이다. 특히나 외국관광객들은 그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려고 한다. 전통시장은 그 나라 또는 그 지역 문화의 집적체로서 중요한 관광매력물의 하나이다.
     
    외국관광객의 숫자는 증가하고 있지만, 그들의 1인당지출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음이 각종 자료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는 그들이 돈을 적게 가지고 오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양의 동서를 불문하고 관광객은 빈 지갑을 들고 관광을 나서지는 않는다. 요는 그들이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게 하는 기술이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관광지출의 규모가 결정되는 것이 분명하다. 여기서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그 지역의 문화가 농축되어 전시‧ 공연되는 전통시장이다. 풍성한 그 지역풍물을 체험할 수 있는 전통시장이라면, 그야말로 안성맞춤일 수 있다. 지역문화를 가득 담아내어 우리의 전통시장 관광매력을 키우는 일이 절실히 필요하다.   

    지금도 서울의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 부산의 자갈치시장은 웬만큼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러한 곳에도 아직 손님을 끌 수 있는 그 지역 문화에 취할 수 있는 풍물은 약하거나 아예 없다. 곳곳에서 진행되는 전통시장의 정비는 시장을 현대식으로 바꾸는 작업에 지나지 않는다. 전통시장 고유의 풍물이 있어야 한다. 도심에서 한 발짝 뒤로도 접근하게. 그리고 시골의 시장도 접근해 보고 싶게 풍물경연장 같은 전통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물론 파리시와 같이 전통시장을 요일별로 펼치는 방안도 도입해 볼만하다. 그러면서 가로경관을 어지럽게 하는 가판대를 일정한 곳에 모우고 정리할 수 있다면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 될 게 아닌가.

    (박석희 경기대 관광개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