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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빵집이 프랜차이즈 빵집에 밀리는 이유는 뭘까. 빵의 종류와 맛이 부족해서? 아니면 청결하지 못해서? 방이시장(서울 송파구) ‘빵이 가득한 집’은 ‘맛과 청결’로 대기업 빵집들을 당당히 물리치고 단골고객들을 잡고 있다.
김옥인 사장은 “근처에 프랜차이즈 빵집이 있는데 우리집은 끄떡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시장 동문과 서문 초입에 파리바게뜨가 두 곳이나 영업을 하고 있지만 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그 비결로 ‘맛’을 꼽았다.
그는 수십 종류의 빵을 가리키며 직접 만든 빵임을 강조했다.
“프랜차이즈 빵집은 본사에서 만들어 온 빵을 가게에서 굽기만 하잖아요. 저희는 빵을 처음부터 제조하니 더 맛있어요. 밥을 바로 지어 먹는 게 찰지고 맛있는 것과 같아요.”
‘갓 만들어낸 빵을 판매하자’는 것이 김 씨의 장사 철학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빵을 구워내기에 가능했다. 하루에 4번 정해진 빵을 대량으로 만들고, 그 때 그 때 잘 팔리는 빵은 수시로 굽는다고 한다.
김 씨는 “아침에는 식빵류를, 점심에는 꽈배기와 도너츠를 튀겨낸다. 늦은 점심엔 크림류와 같은 일반 단과자, 저녁에는 카스테라와 시몬빵 등 덩어리 빵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빵 나오는 시간’에 맞춰 가면 방금 나온 따끈따끈한 빵을 맛볼 수 있다.
여기에 프랜차이즈와 차별화 시도도 성공적이었다. 신메뉴 개발에 끊임없이 노력한 덕이다.
“저희집 크림빵은 생크림과 버터 등을 섞어서 조금 다르게 만들어요. 크림이 더 부드럽고 진해서 인기가 좋죠.” 일일이 크림을 섞어서 제조하기에 손이 많이 가지만 다른 가게엔 없는 ‘크림빵’이다.
트렌드를 고려한 김 사장의 안목도 한몫했다. 그는 찹쌀바게트를 보여주면서 “예전에는 달달한 게 잘 팔렸는데, 요즘은 이렇게 담백한 건강식 빵을 많이 찾는다”고 했다. 찹쌀바게트는 찹쌀 반죽에 콩과 팥 등을 넣어서 만든 것. 밀가루보다 소화가 잘되고 웰빙 재료를 사용해 인기가 좋다.
맛있고 건강한 빵은 단골을 늘려가는 원동력이 됐다. 하루에도 100명이 넘는 손님들이 가게를 찾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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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맛’이 좋다 해도 제품이 깨끗하지 않게 널려있다면 손님들에게 외면받기 십상이다.
김 씨는 “먹는장사는 맛만큼이나 청결이 중요하다”면서 소포장된 빵을 보여줬다. 빵들은 투명 포장지 안에 낱개 또는 뭉치로 싸여있었다.
“시장은 길거리에 좌판이 있다 보니 먼지나 이물질이 들어가기 쉬워요. 포장을 벗겨 놓으면 더 먹음직스럽게 보이긴 하지만 저희는 위생을 고려해 가게 안에서 빵을 만들고, 식을 때까지 잠깐 기다린 다음 바로 포장을 합니다.”
빵을 만드는 매장 안은 고객들이 볼 수 있게끔 오픈돼 있다.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제조과정을 공개한 것이다. 김 씨는 “고객들이 빵을 만들고 나오는 과정까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안심하는 것 같다”고 했다.
여기에 가격마저 착하다. 보통 빵집에 비해서 10~20% 이상 저렴하게 판매한다. 낱개 빵은 500원부터 시작하고, 가장 비싼 롤케이크가 6,000원이다.
이른 아침에는 더 저렴한 가격으로 빵을 살 수 있다. 김 사장은 “전날 팔다가 남은 빵은 다음날 아침에 최대 절반가격으로 할인해서 팔아요. 유통기한이 지난 게 아니니 손님들이 일부로 아침에 와서 사가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맛좋고 깨끗한 빵을 싼 가격에 살 수 있으니 굳이 프랜차이즈 빵집을 찾지는 않는다”며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