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대신 동원그룹이 급식운영권 낙찰신라호텔 빵집 ‘아띠제’ 대한제분이 인수
  • 올 초 이명박 대통령은 국내 재벌들이 빵집 등 골목상권까지 사업을 마구잡이로 확장하고 있는 모습을 비판하며 “대기업그룹 2,3세들이 소상공인들 생업과 관련한 업종까지 사업영역을 넓히는 것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즉각 대기업 그룹사들은 상생․동반성장을 외치며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잇달아 발표했다. 대기업들이 내놓은 그 빵집들 어디로 갔을까? 문을 닫았을까? 대기업들이 말하는 ‘철수’는 폐업이 아니라 매각이었다. 이들 대기업의 사업은 규모만 약간 더 작은 또 다른 대기업이 물려받았다.

    케이터링(대규모 급식) 사업을 하는 아워홈의 경우를 보자. 이 기업은 그 뿌리가 LG그룹이지만 지난 2000년 그룹에서 분리되면서 공정거래법상 대기업 집단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최근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 구내식당의 입찰에 참여할 수 있었다. 입찰에 참여했던 중소 급식업체들이 이에 반발하자 기획재정부가 아워홈이 ‘대기업’에 해당된다는 견해를 내놓아 입찰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입찰권은 중소기업에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동원그룹의 동원홈푸드가 운영권을 따낸 것이다.

    중소업체들이 본 입찰에 대거 참여했지만 동원그룹 계열사 동원홈푸드는 정부가 제시한 기준인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집단 소속 대기업에 해당하지 않아 공공기관의 구내식당 입찰에 참여할 수 있었다.

    급식시장의 대기업 계열사인 삼성그룹 에버랜드, 범LG家 아워홈이 제외된 조건에서 중소기업끼리 경쟁한 것이 아니라 자산 5조원에는 못 미치지만 그 못지않은 또 다른 대기업이 시장을 잠식한 것이다.

    정부의 대기업 견제 분위기를 눈치만 보면서 시간을 버는 경우도 있다.

    삼성그룹 호텔신라 소속 보나비가 베이커리사업 ‘아티제’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철수하겠다고 밝힌 후 롯데그룹 소속 블리스도 역시 베이커리사업 ‘포숑’에서 손을 떼겠다고 의사를 표명했다. 그러나 포숑은 3개월이 넘도록 지금까지 사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매각대상을 찾지 못한 것에 대해 포숑이 프랑스와 브랜드 계약이 남아 있어 매각진행 시간이 길어질 것이라고만 할 뿐 구체적인 매각계획에 대한 언급을 꺼리고 있다.

    삼성그룹이 더 이상 운영하지 않는 ‘아띠제’의 경우도 골목상권 살리기에 일조했다고 볼 수 없다. ‘아띠제’ 브랜드가 없어지거나 중소기업이 운영권을 얻은 것이 아니라 본 브랜드를 소유한 ‘보나비’가 ‘대한제분’으로 매각됐기 때문이다.

    ‘아띠제’가 삼성 소속에서 대한제분으로 넘어간 것에 지나지 않아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에 대한 과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가 재벌 2~3세의 골목상권 침해에만 눈을 돌린 사이 동네 골목엔 영세자영업자의 빵집이 사라지고 다른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만 늘어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통계에 따르면 2003년 전국 동네 빵집은 1만8,000개였으나 현재 4천여 곳으로 급감했다. 그사이 SPC그룹 파리바게뜨 매장은 3천여개, CJ푸드빌 뜨레쥬르는 1천4백여개로 증가했다.

    프랜차이즈업체의 시장 확장은 비단 제빵시장 뿐만이 아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기준 경제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과점, 피자, 햄버거, 치킨 가게 등 기타 음식점 10만여 곳 중 44.7%인 4만6천여곳이 프랜차이즈 체인점으로 나타났으며 개인이 운영하는 곳은 절반 수준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