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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화 장편소설 '레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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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권총자살
도심은 묵직하고 두꺼운 튜바 사운드처럼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그때 먹이를 찾아 도심을 어슬렁거리는 악명 높은 백상아리 한 마리가 나타났다. 그 녀석은 톱니처럼 생긴 삼각형 이빨을 잇몸까지 드러내고 있었다. 공격적인 앞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인 마세라티(Maserati)의 그란 투리스모(Gran Turismo) 최신형이었다. 보닛에서 시작해 물 흐르듯 뒷범퍼까지 이어진 미끈한 보디라인이 모래시계처럼 뒤틀렸다. 순간 차가운 은백색의 크롬휠이 거칠게 회전하며 도로를 매캐한 냄새로 채웠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가던 그란 투리스모가 마침내 온몸에서 천천히 힘을 빼기 시작했다. 어둠이 짙게 깔린 주택가 골목의 어느 4층 건물 앞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사장님.”
“손님은?”
“이미 오셔서 2층 바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참! 오전에 지시한 것은?”
“그것도 완벽하게 준비했습니다.”
웨이터는 대답을 하는 도중에도 유려한 곡선으로 이루어진 그란 투리스모의 차 안을 힐끔거렸다. 그란 투리스모는 올라타기만 하면 아무리 멀어도 좋은 초지로 데려가 주는 유목민의 말 같았다. 더욱이 실내가 레드톤이라 보기만 해도 달리고픈 피가 끓어올랐다. 사내는 챙겨온 서류가방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 그리곤 면접을 보러가는 사람처럼 옷매무새를 다시금 고쳤다. 사내가 올려다본 모던한 느낌의 건물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외벽을 처리한 이중벽 건물이었다. 한눈에 보아도 건물 외벽 전체가 불투명 와이어 메시로 뒤덮여 요새처럼 폐쇄적인 느낌이 강했다. 그런데 그 광경을 골목 끝에서 사이드미러를 통해 지켜보는 또 다른 사내가 있었다. 그의 담뱃불은 죽음만 잡아먹는 어둠의 눈 같았다.
“세희, 내가 좀 늦었지?”
“! 아니에요. 저도 조금 전에 왔어요.”
“이게 바로 그건가요?”
“응. 우리 회사 연구소가 독자기술로 개발한 전술적이고 전략적인 최첨단 무기시스템인 일명 ‘Hard Kill-2’야.”
“전술적이고 전략적인 최첨단 무기시스템이라. 훗! 마치 선거 때마다 출마자들이 공수표로 날리는 실현 불가능한 공약처럼 들리는데요. 그게 아니면 정치적 수사(修辭)이거나.”
“내 설명이 너무 거창했나. 하여간 Hard Kill-2는 다목적 한국형 능동방어 시스템(KAPS·Korean Active Protection System)이야. 그리고 이것은 Hard Kill-2와 관련된 연구자료 일체고. 물론 Hard Kill-2는 전차·함정·헬기 등은 물론이고 국가고정시설물(국가주요시설물)을 방호하는 기술에도 응용할 수 있어.”
“어떻게요?”
“전차를 예로 들면 파괴 1단계에선 날아오는 적의 로켓탄이나 미사일을 3차원 레이더나 열영상센서가 탐지해. 그리고 파괴 2단계에선 통제컴퓨터가 0.2~0.3초 이내에 자동으로 적의 위협체를 파괴하는 무기를 발사하지. 타깃의 슈팅 범위는 100m 내외야. 예상 단가는 4발 패키지로 10억 정도로 예상하고.”
“그럼 뭐가 문제죠?”
“아주 드문 경우지만 탐지에서 추적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불규칙적으로 원인을 알 수 없는 에러가 발생한다는 거야. 무엇이 문제인지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연구 인력을 총동원했지만 모두 헛수고였어. 물론 경쟁상대인 국방과학연구소나 대기업과 손을 잡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는 재주만 부리는 곰의 신세가 될 수도 있거든.”
“그러니까 문제의 핵심은 단순히 3차원 탐지추적 일체형 레이더와 폭풍형 요격탄을 활용해 위협체를 파괴하는 게 아니었네요. 그보다는 시스템상의 정확도를 확보하는 게 더 중요하고요.”
“그렇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일단 자료를 검토해봐야 좀 더 자세한 시스템상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겠지만, 조속한 시일 내에 에러의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꼭 그래야지. 아무튼 이스라엘 TROPHY의 초고속탄 요격기술을 접목할 수만 있다면 우리 회사는 물론이고 나아가 국가안보를 위해서도 그 이상 좋은 일은 없을 거야.”
“더불어 이번 거래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되면 북한이 보유한 RPG 신형 대전차미사일을 보다 효과적으로 탐지하고 파괴할 수 있는 신기술도 획득할 수 있고요. 또한 우리 군은 최첨단 공격력과 방어체계 그리고 생존성까지도 월등히 높아져 말 그대로 세계 최강이 되겠죠. 물론 재성 씨의 회사는 돈방석에 앉고요.”
“후후후. 맞아. 그래서 비록 위험부담은 크지만 고심 끝에 세희를 한 번 믿어보기로 한 거야. 그리고 이것은 활동자금이야.”
“모두 100달러짜리 현금으로 가져왔네요?”
“부족하면 언제든지 말해. 아참! 요즘에 국정원이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군사무기체계의 해외유출에 대해서 극도로 민감해져 있어. 특히나 중국과 북한으로 이 시스템이 유출되면 문제가 아주 심각해지니까 각별히 조심하라고.”
“그래요?”
“잘 좀 부탁할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사내가 들어간 곳은 중세유럽의 어느 왕궁에 들어온 것처럼 눈부신 초호화 칵테일바였다. 실내는 메인바를 중심으로 바퀴살모양의 또 다른 네 개의 미니바가 브릿지로 연결된 독특한 구조였다. 여성바텐더들은 하나같이 등이 깊게 파인 블랙 미니드레스를 입고 장식적인 분위기까지 연출했다. 하지만 여느 칵테일바와 달리 일반 손님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최고급 인테리어보다 더 빨리 그리고 더 완벽하게 사내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따로 있었다. 바로 손등으로 턱을 살짝 받친 채 사내를 몽롱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여인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단지 색채만 있을 뿐 그 어떤 향기나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더 사내를 갈증나게 했다.
“그럼 이제 3층으로 올라갈까?”
“아니요.”
“아니! 왜?”
“키스를 할 때 아름다운 양초, 희미한 불빛, 깨끗한 침대시트가 꼭 필요한 건 아니잖아요.”
“그럼?”
“오늘은 지금까지와 다른 아주 색다른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어요.”
“색다른 분위기?”
“예. 재성 씨만 괜찮다면 그것도 아주 강렬하고 자극적인 느낌으로 말이에요.”
“호!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린데. 지금까지 못 본 또 다른 세희를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 맞아요.”
“좋아! 무조건 오케이! 이거 벌써부터 위험한 상상을 멈출 수가 없는 걸. 후후후.”
“재성 씨, 조금 작게 말해요.”
“아니, 왜?”
“우리 두 사람만의 비밀스런 흥분이 알코올처럼 날아가잖아요.”
“후후후. 세희는 무기로비스트에 걸맞지 않게 자기감정에 너무 충실한 것 같아. 어쩌면 그것 역시도 세련되고 전략적으로 포장된 비즈니스일지 모르지만.”
“그래서 제가 싫은가요?”
“싫기는, 단지 깊은 호흡을 해야 할 만큼 강도가 세다는 소리야. 솔직히 그런 직설적이고 도발적인 성격이 세희를 더욱 섹시하고 로맨틱하게 만들기도 해. 그런데…….”
“그런데 뭐죠? 멈추지 않고 그 구슬처럼 굴러다니는 눈빛은.”
“다른 한쪽에선 얼음처럼 차갑게 남자를 밀어내지. 사실 아주 가끔은 그 예리한 칼날에 내가 베일까 봐 조심스럽기도 하고. 아~주 약간. 후후후.”
“재성 씨, 지금 제 기분이 어떤 줄 알아요?”
“얼굴표정을 보니 슬픔의 새장에 갇힌 새 같은데.”
“맞아요. 방금 전에 한 말 취소해요. 어서요.”
“이거, 오늘 내가 속을 너무 보여줬나. 그래, 농담이야! 세희는 억울하게 누명을 쓴 거고.”
“그렇죠! 농담이죠?”
“응. 까짓 거 손 좀 베이면 어때. 얼른 약 바르면 되지. 언젠가 우리 노인네가 그러더군. 세상살이에서 남에게 속을 보이면 이미 내 목숨은 내 것이 아니라고 말이야. 하지만 난 이렇게 세희의 사랑을 얻었잖아. 그러니까 우리 노인네가 틀린 거라고. 안 그래?”
“! 그래요.”
“‘나는 세상의 빛이니 나를 따르는 자는 어둠을 다니지 아니하고 생명의 빛을 얻으리라.’ 노인네의 방에 걸려 있는 요한복음 8장 12절 말씀이야. 그럼 이제 나갈까?”
“좋아요. 오늘밤은 신과 한 몸이 되는 거예요.”
“신과 한 몸이 되다니?”
“힌두교 샤크티파(Shaktism)의 성전으로 알려진 탄트라(Tantra)의 본래 의미가 바로 ‘신과 한 몸이 된다’는 의미라고 하더라고요. !”
“아, 그래! 몰랐는걸. 지배인?”
“예, 사장님.”
“오늘 스케줄은?”
“정부 인사는 없고, 국방위원회 소속의 야당 의원인 노무성 의원과 방위사업청의 현역 장성 몇 명이 어제 테이블 예약을 해놨습니다.”
“그러면 내가 굳이 남아 있지 않아도 되겠군. 혹시라도 누가 찾으면 지방출장 중인 거야?”
“물론입니다.”
“노무성 의원은 비록 야당이지만 이 바닥에서는 실세 중의 실세니까 지배인이 특별히 신경을 써. 다소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심기를 거슬리지 않도록 최대한 기분을 맞춰주고.”
“잘 알겠습니다. 사장님.”
세희는 한쪽 어깨만 걸치고 나머지 한쪽 어깨는 시원스레 노출시킨 황금색 원 숄더 미니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때문에 세희의 우아한 어깨라인과 쇄골라인이 은근한 섹시함과 로맨틱함을 동시에 연출했다. 세희는 자신의 몸매를 빈틈없이 밀착시키며 재성의 팔에 매달렸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피부에 브러시로 빗은 것처럼 위로 선명하게 휘어진 눈썹, 그리고 안젤리나 졸리처럼 도톰한 분홍빛 입술은 세희의 도도한 눈빛을 더욱 섹시하게 만들었다. 마재성은 칵테일바의 사장이자 우리 군의 지상무기체계를 연구·개발하는 중견 방위산업체의 부사장이었다. 물론 칵테일바는 그가 관련 실무자들을 접대하는 비밀로비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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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한 시간쯤 뒤. 대형 우퍼와 총 12개의 스피커가 쏟아내는 3D 입체 사운드가 칼날처럼 예리하게 강변의 어둠을 두 쪽으로 갈랐다. 뒤이어 유려한 실루엣을 가진 차량 한 대가 한강시민공원 주차장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 큰 주차장은 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예상보다 썰렁했다. 그게 아니면 밤하늘에 울려 퍼진 그 묵직한 포효에 지레 겁을 집어먹고 다들 도망간 것인지도 몰랐다. 아무튼 재성과 다른 차량 한 대 외에는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 이제 차 안에는 발밑에서부터 근거 없는 편안함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야릇한 호기심과 욕망이라는 원초적 본능이 재성의 눈에서 꿈틀거렸다.
“재성 씨가 지금 보고 있는 강은 어떤 표정일까 무척 궁금해요?”
“강도 표정이 있나?”
“예, 있어요. 바다처럼 넓지도 호수처럼 깊지도 폭포처럼 빠르지도 않지만 무심한 강도 사람처럼 표정을 갖고 있어요.”
“그래? 그럼, 세희가 지금 보고 있는 강은 어떤 표정이지?”
“제게 있어 강은 벽이에요. 넘을 수 없는 벽.”
“히야, 너무 어려운데. 하지만 내게는 세희가 바로 강이야. 들여다보고 있으면 종종 깊은 상념 속으로 빠져드는 심미적 감상을 체험하거든.”
안전벨트의 버클을 해제한 재성의 손이 변속레버를 타고 넘어왔다. 그리고 시원하게 드러난 세희의 허벅지를 거미줄 모양의 스타킹을 사다리로 삼아 기어올랐다. 마치 포식자가 ‘이제 너는 내 먹이다’라고 최면을 거는 의식 같았다. 주변엔 인공의 그 어떤 조명도 없었다. 그때 금속성의 디테일로 이루어진 어깨끈이 팔 아래로 조심스럽게 흘러내렸다. 이제 재성의 욕망은 본격적으로 세희의 관능적인 속살을 탐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의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탈출이 불가능한 쾌락의 늪에 깊이 빠져들었다. 하지만 세희는 표정 변화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눈 덮인 설산처럼 무표정했다.
“세희야, 사랑해.”
“저도요. 재성 씨는 제게 영원한 태양이에요.”
“러시아의 황제처럼?”
“아니, 그보다 더 편안하게.”
“세희는 내게 있어 푸른 지중해 같은 여인이야.”
“고마워요. 제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영원히 그렇게 기억해 줄 거죠?”
“그야 당연하지.”
재성의 행복한 미소는 진심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것이 채 지워지기도 전에 냉기가 순간적으로 세희의 얼굴을 핥고 지나갔다. 물론 재성은 환상의 덫에 갇혀 세희의 얼굴이 변하는 것을 미처 읽지 못했다. 그때 재성의 왼쪽 눈과 귀 사이에서 슬라이드가 레일을 타고 뒤로 미끄러지는 소음이 들렸다. 닿는 위치로 보아 이질적이고 섬뜩한 금속성의 물체는 룸미러가 아니었다. 물론 세희가 지금 오른손에 들고 있는 건 장남감이 아니었다. 재성이 호신용으로 글로브박스에 가지고 다니던 M&P시리즈의 45ACP탄 사용모델인 M&P45였다. 세희의 얼굴에선 이미 사막처럼 건조한 모래바람이 불었다. 세희는 왼손으로 재성의 가슴을 천천히 밀어냈다. 그리고 흘러내린 드레스의 어깨끈을 끌어올려 옷매무새를 고쳤다.
“세희야, 갑자기 왜 이래?”
“재성 씨, 난 비겁한 게 싫어요. 그래서 이미 진실을 여러 번 말했어요.”
“진실, 무슨 진실? 그리고 언제?”
“내가 아주 강렬하면서도 또 다른 나를 보여주고 싶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물론 재성 씨 스스로가 기분에 도취돼 내가 한 말을 자기 멋대로 해석하는 우를 범했지만 말이에요.”
“이거 지금 장난이지. 그치?”
“이게 결코 장난감이 아니라는 건 재성 씨가 더 잘 알잖아요?”
“세희야, 이런 위험한 물건은 잘못 다루면 크게 다쳐.”
“M&P45는 원래 미군 특수부대용으로 만든 권총이잖아요?”
“아니, 그걸 어떻게…….”
“전체 크기에 있어서는 M&P9이나 M&P40와 거의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무게가 약간 더 나가네요.”
“그럼 혹시?”
“그래요. 아마 재성 씨의 짐작이 거의 맞을 거예요. 전 인민의 꽃이에요. 그것도 ‘모란’.”
“살려줘. 세희야. 네가 원하는 건 다 들어줄게. 다른 정보가 필요하면 지금 당장 구해올 수도 있어.”
“내가 원하는 거라……. 그건 하나뿐인데.”
“그게 뭔데?”
“바로 재성 씨를 제거해 세상에 남은 내 흔적을 완벽하게 지우는 거. 호호호.”
“자, 잠깐! 저쪽에 우리 말고 다른 사람들도 있잖아. 여기서 총을 쏘게 되면 저 차에 탄 사람들이 들을 거야. 그럼 곧바로 경찰이 달려올 테고.”
“좋아요. 그럼 우리 한번 게임을 해보죠. 누구 생각이 맞나. 제가 이 탄창에 든 열 발을 모두 쏠 때까지 경찰이 달려오나 안 오나. 어때요. 괜찮죠? 호호호.”
“설~마. 안 돼!”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재성 씨, 그거 알아요. 백상아리가 바다에서는 왕일지 몰라도 매우 어리석다는 거. 그래서 가끔 자기가 소화할 수 없는 먹이까지 삼키죠. 호호호.”
홍화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숄더백에서 작은 손수건을 꺼냈다. 그리곤 권총손잡이에 남은 자신의 흔적을 말끔히 지웠다. 이제 권총은 이 세상을 떠나는 재성의 부장품이 됐다. 잠시 후 재성의 차에서 내린 홍화가 어둠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홍화는 그녀 특유의 도도하고 거만한 고양이걸음으로 어둠을 건넜다. 그리곤 아까 전에 보았던 맞은편 차에 아무 거리낌 없이 올라탔다. 룸미러에서 홍화와 시선이 마주친 강은혁은 아무 말없이 그저 무미건조한 미소를 건넸다. 과업완수에 대한 나름의 축하였다. 은혁은 그 미소가 채 마르기도 전에 차를 출발시켰다. 그리고 원래의 어둠 속으로 다시 빨려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