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전과 성공경영-뉴데일리경제 박정규] A.D.220년 후한 왕조가 멸망한 후 위--오의 삼국이 대립하고 있었다. 화북지역 위나라의 조조, 서천지역 촉나라의 유비, 양쯔강 남쪽 오나라의 손권은 중원의 패권을 잡기 위해 생존을 건 각축을 벌였고 이들의 변화무쌍한 대결이 바로 <삼국지>에 기록돼 있다.

     

    조조() 유비() 손권()의 리더십은 크게 차이가 있었다.

    <삼국지>는 조조의 경우 권모술수에 능한 악인, 난세의 간웅으로 그리고 있다. 교활하면서도 머리가 좋은 조조는 속임수나 권모술수에 능했다. 조조는 만년에 황제를 조종해 조정의 실권을 잡고 최고 실권자로사 나라의 안팎을 간섭했다. 조조의 만행을 참다 못한 조정의 고관들은 어느날 반란을 일으켜 조조의 자택에 불을 질렀다. 하지만 반란은 진압되고 모든 조정의 대신들이 조조 앞에 불려나오게 됐다.

     

    조조는 불을 끄러 우리집 쪽으로 달려간 자는 왼쪽, 그렇지 않은 자는 오른쪽에 서라.” 고 명했다. 고관들은 불을 끄러갔다고 하면 살려줄 것 같아, 대부분 왼쪽으로 달려갔다. 조조는 불을 끄러 달려간 자야 말로 진정한 적이다며 모두 죽였다.

     

    조조의 생각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전혀 화재 사실을 모르던 고관들 가운데서도 살기 위해 왼쪽에 선 자가 많았기 때문에 희생자들이 속출할 수 밖에 없었다. 조조는 자신의 권좌를 지키기 위해 이러한 속임수까지 아무렇지 않게 사용했다. 재능 면에서 조조는 탁월한 영웅이었다. 전생애에서 30여차례의 대전투를 벌였는데, 승률은 80%에 이른다.

     

    반면 유비는 싸울 때마다 거의 패배했다. 승률은 20%에 불과했다. 유비는 싸움에 약할 뿐만 아니라 정치 흥정에도 서툴렀다. 하지만 유비는 자신의 무능함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있었으니, 바로 인덕(仁德)이었던 것이다.

     

    유비는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비양(卑讓)의 미덕을 체득하고 있던 인물이었다. 제갈공명을 얻기 위해 세 번씩 찾아가 몸을 낮춘 삼고초려(三顧草廬)에서 나타났듯 유비는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리더십을 통해 우수한 인재들을 끌어들였다. 제갈공명과 관우, 장비는 주군 유비를 위해몸을 아끼지 않았고, 그 결과 만년에 이르러 중경, 성도가 있는 사천성에 스스로의 세력을 쌓는데 성공한 것이다.

     

    능수능란한 조조가 무능한 유비를 경계한 것은 사실은 이 때문이었다. 조조는 전쟁 능력면에서 유비보다 훨씬 뛰어났지만 덕이 없었다.

     

    <삼국지>의 또다른 영웅이 손권이다. 조조와 유비가 거의 맨 손으로 창업한 인물들이었던데 반해 손권은 부친과 형이 2대에 걸쳐 쌓은 기반을 계승한 인물이었다. 그가 왕의 자리에 올랐을 때 오나라는 이미 기반이 잡혀있었다. 공세적으로 영토를 확장해나갔던 두 영웅과 달리 손권은 수성하려는 성향이 짙었다. 그러나 손권의 오나라는 조조의 위나 유비가 부흥시킨 촉이 멸망한 후에도 상당히 오랜기간 존속했다.

     

    손권은 리더로서 조조나 유비에게 없는 두가지 특징을 갖고 있었다. 그는 무엇보다 사고가 유연했다. 조조에게 공격받았을 때는 유비와 결탁해 싸우고, 유비가 힘이 커져 유비의 공격을 받을 때는 조조와 손을 잡았다. 종래의 처지나 체면에는 전혀 구애받지 않고 그때 그때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전략을 채용해 난국을 헤쳐나갔던 것이다.

     

    손권은 또 다른 특징은 부하를 품는 리더십을 갖췄다는 점이다. 손권은 스스로 부하를 이끄는 태도로 장점은 귀하게 여기고, 단점은 잊어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손권이 이런 태도로 부하들을 대한 결과 그의 휘하에는 쟁쟁한 인재들이 포진했고, 숱한 난관들도 절묘하게 타개해나갈 수 있었다.

     

    조조는 능력본위의 인사를 단행했다고 할 수 잇다. 능력 있는 자는 우대했지만, 그렇지 못한 자는 상대하지 않았다. 반면 유비는 능력 유무에 관계없이 모든 부하들에 대해 깊은 배려로 온정을 베푸는 리더십을 갖췄다. 조조의 리더십은 서양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엄격한 리더십은 인간미가 메마르고 불필요한 반발심을 불러일으킨다. 부하의 마음은 잡을 수 없다. 반대로 유비의 온정리더십은 조직 내에 무사안일 현상이 번질 수 있다.

    반면 손권은 훌륭한 인재들의 장점을 중심으로 활용하면서 조직의 활력을 더해갔던 것이다.

     

    조조의 능력주의 유비의 온정주의 손권의 인간중심 능력주의는 오늘날 기업경영에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박정규 뉴데일리경제 대표 skyjk@new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