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슈퍼사이클에도 노조 파업 움직임에 불확실성 커져中 1·2위 조선사 합병 경쟁력 확보 총력 … 현대重 4배 규모中, 이미 韓 제치고 경쟁력 1위… "한국형 해양전략 수립 시급"
  • ▲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와 자동차와 함께 조선산업이 14년 만에 슈퍼사이클(대호황)을 맞이했지만,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역대급 수주 호황 속에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는 투쟁 수위를 높이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는 사이 우리와 치열한 경쟁 관계에 있는 중국은 최근 1·2위 조선사 간 초대형 합병을 성사시키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선업종 노조연대(조선노연)는 이날까지를 집중 교섭 기간으로 정했고, 교섭이 실패할 경우 오는 16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조선노연은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HD현대삼호, HD현대미포, HJ중공업, 케이조선, HSG성동조선 등 8개사의 노동조합으로 구성돼 있다. 올해 초부터 사 측과의 타협을 시도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해 부분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올해 조선산업은 빠른 일감 확보로 수주량이 증가하며 수주를 원하는 선사의 수요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조선산업의 특성상 장기 파업은 국내 조선사들의 국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현재 한화오션)은 2022년 50일 동안의 파업으로 8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은 바 있다.  

    반면 중국 조선업계는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며 경쟁력 갖추고 있다. 최근 중국 내 1·2위 중국선박공업그룹과 중국선박중공업그룹의 합병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신설 조선소는 자산 규모 4000억위안(약 76조원)으로 국내 최대 조선사인 HD현대중공업(약 17조원)의 4배 수준에 달한다. 합병으로 생산능력이 확대되고 경영 효율화와 자국 내 기업 간 가격 경쟁 축소 등의 효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과거 글로벌 조선업계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했지만 현재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중국이 수년간 선박을 제작하며 경험을 쌓으면서 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중국이 한국을 제치고 조선산업 종합 경쟁력 1위를 차지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 2002년 경제 대국 발전 전략과 해양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지를 제시하며 본격적으로 조선산업의 발전에 열을 올린 바 있다. 최근에는 친환경 선박 시장 선점 전략을 통해 2025년까지 전 세계 친환경 선박의 절반 이상을 중국에서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조선산업이 한국, 중국, 일본으로 집중되고 있으며 중국 의존도가 심화한 가운데 조선산업 가치 사슬의 종합 경쟁력에서 지난해 중국이 90.6으로 한국(88.9)을 1.7포인트(p) 앞섰다. 한국은 연구개발(R&D)과 설계, 조달 분야에서 중국보다 우위에 있었지만 격차가 좁혀졌고 생산 부문에서는 중국에 역전당했다.

    선종별로 한국 조선산업은 기술 경쟁력이 매우 중요한 가스 운반선에서만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반면 컨테이너선 경쟁력은 중국과 동등한 수준이다. 유조선은 중국이 2022년에 추월했다.

    올해 수주량만 보더라도 중국이 압도적이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조사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9월 글로벌 선박 수주 누계는 4976만 CGT(표준선 환산 톤수) 1733척으로 집계된 가운데 중국은 3467만 CGT(70%)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같은 기간 872만 CGT(201척)를 수주, 점유율 18%로 2위를 차지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시스템산업실 연구위원은 "중국 조선산업이 월등한 가격 경쟁력을 보유하고 질적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국영 조선소의 역할이 크다"며 "중국은 국영 조선그룹을 중심으로 선박, 해양플랜트, 특수선(군함)의 신조 및 수리·개조가 가능하고, 다수의 설계회사와 금융사도 보유하고 있어 조선해양플랜트 산업의 종합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핵심 강점을 가진 조선산업을 기반으로 해운, 선박 금융, 국방을 아우르는 한국형 해양 전략을 시급히 수립하고 관련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중국의 불공정 경쟁이나 해상패권 확대에 대한 우방국의 우려가 나타나고 있어서, 환경 변화에서 기회를 포착해 활용한다면 우리나라 조선산업은 다시 종합경쟁력 1위를 탈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