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 10월 금통위 기자간담회"매파적 금리 인하 해석 가능… (인하)속도는 금융안정 보면서 할 것""정부 부동산 대책 효과 나타나… 은행 금리인상, 엇박자 아냐""금리인하 실기론 1년 뒤 판단해달라… 정부와 거시정책 공조 잘 된다"
  • ▲ 이창용 한은 총재ⓒ한국은행
    ▲ 이창용 한은 총재ⓒ한국은행
    한국은행이 3년여 만에 돈줄을 죄는 ‘긴축’에서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는 ‘완화’로 통화정책 방향을 튼 가운데,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기준금리를 불필요하게 긴축으로 가져갈 이유가 없다”고 언급했다. 

    이번 금리 인하 결정은 인하 논의의 전제 조건이었던 물가상승률이 크게 둔화했고, 내수 부진 우려가 커진 데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소폭 둔화한 영향이다. 

    다만 이 총재는 “인하를 하지만 금융안정에 대한 고려를 상당히 했기 때문에 매파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9월 수치로 (부동산 시장이) 완전 안정화됐다고 단언하는 것은 아니다”며 “금융안정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기준금리 인하 영향을 상당 기간 지켜보면서 완화기조를 점진적으로 이어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를 끌어올릴 가능성에 대해서는 “당연히 있다”면서 “정책공조를 통해서 대응해야 하며 정부와 거시정책 공조도 매우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상승률이 뚜렷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거시건전성정책 강화 효과가 점차 나타나고 외환시장 리스크도 다소 완화된 만큼 기준금리를 인하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금통위원 6명중 5명, 3개월 뒤에도 금리 3.25% 유지 의견

    이 총재는 한은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과정에 대해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면서 실질금리 측면의 통화 긴축 정도가 강화돼 성장전망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금리 인하를 통해 긴축을 완화할 필요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가계부채 대책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가운데 정부가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조치들을 시행할 것임을 밝혔고, 미 연방준비제도가 정책기조를 전환하면서 외환부문의 부담도 다소 완화됐다”고 했다. 

    이날 금통위에서는 6명의 금융통화위원 중 장용성 금통위원이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소수의견을 나타냈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3개월 뒤 기준금리를 3.25%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라며 "나머지 1명은 3.2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5명은 기준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고, 미국 대선 결과와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 상황도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전했다.

    이어 "다른 1명은 거시건전성 정책을 작동하기 시작했고 필요 시 정부가 추가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만큼 내수 하방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 열어두자는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부동산 대책 효과 나타나… 은행 금리인상, 엇박자 아냐”

    이 총재는 이날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진전 있는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금융안정을 확인하기에 충분한 시간은 아니라고 했다. 

    한은이 지난 8월 기준금리 인하를 하지 않아 실기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1년 후 금융안정 상황을 보고 다시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8월에는 주택 관련 심리를 추가 자극하지 않도록 정부와 얘기해서 거시 안전성 정책을 강화한 다음에 하는 게 금리를 인하하는 게 좋지 않겠나 생각했다"며 “8월에 금리 인하를 안 했는데도 가계대출이 10조원 가까이 늘었던 걸 예상했는지 (실기를 지적한) 그분들에게 물어봐 달라"고 했다. 

    시중은행들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금리를 올리는 게 ‘엇박자’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 총재는 “국내 은행의 70~80% 수준이 부동산 관련 대출인 만큼 중장기적으로 보면 부동산 대출 규모가 과도하게 쏠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은행들이 가계대출, 부동산대출 금리를 올리는 걸 엇박자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책대출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에 포함하는 규제강화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으로는 어떤 대출이든지 자기 능력에 맞게 빌리는 게 맞다”면서 DSR 규제 강화에 동조했다. 

    앞서 한은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3.25%로 인하하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 2021년 8월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시작된 긴축 터널이 3년 2개월 만에 인하로 바뀐 것이다. 지난해 2월 금통위 때부터 시작한 금리 동결 기조도 1년 8개월 만에 끝났다.

    아울러 금통위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강화를 위해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도 2.0%에서 1.75%로 인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