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불확실성 대응 조기 인사한화, 지난달 완료… SK, 11월 개편?삼성, DS부문 중심 대규모 쇄신 예고LG, 부회장단 확대… 분위기 반전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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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계 주요 그룹들이 ‘쇄신’을 위한 밑작업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경기 침체 기류가 길어지는 가운데 미국 대선과 중동 전쟁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는 기업들이 잇따라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만큼 대규모 인적 쇄신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들은 올해 정기인사를 1~2개월가량 앞당겨 실시하는 등 일정을 서두르고 있다. 최근 경영 불확실성에 따른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조기에 경영 안정을 도모하고, 신성장동력 확보에 필요한 인재를 빠르게 배치해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앞서 한화는 주요 그룹 가운데 가장 빠른 지난달 27일 14개사의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통상 10월께 임원인사를 단행해온 한화는 올해는 글로벌 경영환경 급변에 대응하기 위해 시기를 한 달가량 앞당겼다. 

    SK도 11월 조기 사장단 인사설이 제기되고 있다. SK그룹은 통상 CEO 세미나가 끝난 직후인 12월 첫째 주에 계열사별 이사회를 거쳐 임원 인사를 단행한다. 다만 올해의 경우 오는 11월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이 마무리돼 이 시기에 맞춰 인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룹의 구조조정(리밸런싱) 작업과 조직 슬림화가 진행 중인 만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물갈이 인사를 점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SK는 2017년부터 SK수펙스추구협의회를 이끌어온 부회장단 4인을 교체하고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자리에 앉히며 사촌경영 체제를 본격화했다. 이후 지난 5월과 6월 각각 SK에코플랜트와 SK스퀘어 사장 교체로 조기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도 지난해 11월 마지막 주에 조기 인사를 단행했는데, 올해는 시기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통상 임원인사를 12월 초에 단행했지만 지난해 반도체 불황 등을 고려해 인사를 앞당겨 진행한 바 있다.  

    특히 지난 8일 3분기 잠정 실적 발표직후 전영현 부회장이 이례적으로 실적 부진과 사업 위기 상황에 대한 사과문을 게시하면서 올 연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을 중심으로 한 인사와 조직 개편에 큰 변화가 예고된 상태다. 지난해 DS부문 주요 경영진이 모두 유임된데다, 전영현 부회장의 전임자인 경계현 사장이 DS부문장으로 있을 때 주요 사업부장의 교체가 없었다는 점도 대규모 인적 쇄신 전망에 힘을 싣는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4년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등의 교체 가능성이 제기된다. 동시에 비대해진 반도체 사업 임원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젊은 엔지니어들을 등용하는 등 방안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아울러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노태문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의 거취도 주목된다.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에 대한 필요성도 계속 나오는 만큼 이에 상응하는 조직개편을 보여줄지도 관심사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로 미래전략실이 해체됐지만 삼성의 위기를 타파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제2의 미래전략실 부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LG는 11월 말 인사가 예상된다. LG는 통상 10월 하반기 사업보고회 직후 11월 말 주요 사장단 인사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4대 그룹 중 가장 먼저 사장단·임원 인사를 마무리한 바 있다.  

    올해 LG인사 관전 포인트는 권봉석 LG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으로 구성된 2인의 부회장단 체제 지속 여부와 조주완 LG전자 사장의 부회장 승진 여부다. 지난해까지 부회장단의 세대교체가 이어진 가운데 올해 새로운 부회장을 선임해 조직 쇄신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조주완 사장은 지난해에도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역대급 실적을 내며 유임이 결정된 바 있다. 2022년 취임 이래 올 상반기까지 연이어 최대 실적을 경신함에 따라 부회장 승진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이 컸지만 3분기 수익성이 크게 뒷걸음질 치며 거취를 예단할 수 없게 됐다. 4분기 실적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조 사장은 내년 3월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