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두 달 연속 '팔자'… 9월 매도세 2021년 8월 이후 최대외인 수급 공백에 개인 투심 불안 겹쳐 국내 증시 수익률 부진 금투세 불확실성이 증시 발목…민주당은 금투세 결론 또 다시 미뤄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최근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빠르게 발을 빼는 가운데 이들 수급 공백을 메워줄 개인투자자들마저 떠날 태세다. 증권가에선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증시 화약고로 지목한다. 이번주 초 유예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됐던 금투세 논의가 더불어민주당의 간 보기로 또 다시 미뤄지면서 증시를 발목 잡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은 상장주식 7조361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피에서 2조1810억원을 매도했던 전달 대비 3배 이상 커진 규모이자, 이는 2021년 8월(7조8160억원) 이후 가장 큰 순매도 규모다. 외국인 투자자는 두 달 연속 '팔자' 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외국인투자자는 삼성전자를 집중적으로 팔아치웠다. 삼성전자는 8조6208억8009만원어치, 삼성전자 우선주는 3347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셀 코리아'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증시는 주요국 가운데 수익률 꼴찌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지난 10일까지 코스피는 2.11%, 코스닥 지수는 10.51% 하락했다.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주요국 증시 중 가장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21.17%, 나스닥 종합지수는 21.8%, 일본 닛케이225는 17.7%,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0.99% 상승했다.  

    7월만 해도 코스피는 2800대까지 오르며 하반기 3000선을 돌파할 것이란 기대감을 키웠지만 수개월째 2500선 후반~2600선 초반 박스권을 유지하고 있다.

    증시의 큰손 역할을 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세가 거센 가운데 기관과 개인투자자가 이들 수급 공백을 상쇄해주지 못하자 외국인 수급 공백 효과가 시장에 더 파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 투자자의 수급도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국내 3대 증권사 개인투자자 계좌 중 국내 주식 투자로 5000만원 이상 수익을 낸 계좌의 잔액은 지난해 말 46조5691억원에서 36조4365억원으로 10조원 넘게 줄었다. 

    고수익 계좌 잔액이 감소한 건 금투세 논의가 좀처럼 결론을 짓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탓이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형 증권사 한 프라이빗뱅커(PB)는 "외국인 투자자 비율이 높고 국내 수급을 지탱해줄 기관투자자의 힘이 부족한 국내 증시는 외풍에 유난히 취약한 구조"라면서 "그간 수급을 받쳐줬던 개인투자자들이 이탈세가 뚜렷하다. 이미 일부 큰손 고객들은 9~10월 금투세 논의 스케줄에 따라 포트폴리오 조정을 요청하고 있고, 추가 신규 투자를 보류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이 금투세 폐지 여부를 놓고 논의를 질질 끄는 사이 시장의 혼란과 불안 심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 개인 투자자들은 분노하고 있다. 

    시장은 당초 민주당이 이번주 초 유예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다시금 미뤄진 상태다. 10·16 재보궐선거와 국정감사로 당론을 정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현재 민주당 내에선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과 유예 내지 폐지 의견이 여전히 팽팽히 맞서고 있다.

    시장에선 금투세 도입에 관한 불확실성이 조속히 해소되지 않는다면 금융시장 전체에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효과가 실제 어떠냐는 부분을 떠나 금투세와 관련해서는 어떻게든 불확실성을 꺼야 한다"면서 "국회에서 빨리 결정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