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서 매수가격 상향 의결취득물량 320만9009주→362만3075주영풍정밀도 3만5000만원으로 올려영풍+MBK 측 공세에 가격상향으로 역공
  •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뉴데일리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뉴데일리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공개매수가격 전격 상향으로 배수의 진을 쳤다. ‘더 이상의 가격 인상은 없다’고 선언한 MBK 측에 다시 공을 넘긴 셈이다. 최 회장은 이번 분쟁의 ‘캐스팅 보트’인 영풍정밀 매수가격도 상향, 경영권 사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8시 이사회를 개최해 현재 주당 83만원인 자기주식 공개매수 가격을 89만원으로 상향했다. 자사주 매입 수량도 기존 전체 발행주식의 약 15.5%인 320만9009주에서 약 17.5%인 362만3075주로 늘렸다.

    고려아연은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이 같은 내용의 자기주식 취득 결정 정정신고를 공시했다. 이로써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수에 투입하는 자금 규모는 기존 약 2조6635억원에서 약 3조2245억원으로 6000억원 가량 커졌다.

    이날은 고려아연이 이달 23일 종료되는 자사주 공개매수 기간을 늘리지 않고 조건을 변경할 수 있는 마지막 날로, 공개매수가격 상향이 유력하게 점쳐졌다. 12일 이후 가격을 조정할 시 공개매수 종료 기간이 10일 연장, MBK 측에 응모 물량을 빼앗겨 경영권이 넘어갈 수 있었다.

    MBK 측의 고려아연 및 영풍정밀 종료일은 오는 14일로 최 회장 측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종료일(23일), 영풍정밀 매수종료일(21일)보다 빠르다. 매수가격은 고려아연 83만원, 영풍정밀 3만원이다.

    MBK 연합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대한 불공정거래 조사를 지시한 지 하루 만인 지난 9일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의 공개매수가격을 더 이상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MBK가 출혈 경쟁을 지양하겠다는 명분을 앞세워 가격 인상에 대한 부담을 덜고, ‘승자의 저주’에 대한 책임론을 고려아연에 떠넘기며 더 이상의 가격 인상을 압박하는 ‘회심의 카드’를 날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 회장이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가격을 전격 상향 조정하며 역공에 나선 모양새다. 최 회장,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 3인이 출자한 제리코파트너스도 이날 영풍정밀에 대한 대항공개매수 가격을 3만원에서 3만5000원으로 대폭 인상했다.

    아울러 제리코파트너스는 하나증권과 함께 KB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 청약 시스템을 개선했다. 이번 공개매수에서 주주들은 하나증권과 KB증권을 통해 오프라인으로 청약할 수 있으며, KB증권을 통해서는 온라인 청약도 가능하게 돼 참여 방식의 선택권이 넓어졌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 중으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핵심축으로 꼽힌다. MBK 연합은 영풍정밀 주식을 최소 조건 없이 최대 684만801주(발행주식 총수의 약 43.43%)를 주당 3만원에 공개매수 중이다. 최 회장 측은 주당 3만5000원에 최대 393만7500주(25%)를 매수한다.

    고려아연은 당장 재무부담을 감내하더라도 경영권 수성에 주력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 자사주 취득에 약 6조원 규모의 임의적립금을 사용하기 위해선 주총 개최 등 절차가 필요하므로 차입금을 통해 자사주를 매입하고, 향후 주총에서 임의적립금 용도 변경을 통해 보전한다는 방침이다.

    사법 리스크는 정면 돌파를 택했다. 고려아연은 MBK의 ‘고려아연·영풍정밀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자기주식 취득한도가 부족하다는 영풍의 1차 가처분을 법원은 기각했다. 영풍과 MBK도 고려아연 주가가 100만~120만원까지 갈 거라 언급한 점에 비춰 고려아연의 공개매수가격이 실질가치보다 높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 모순”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