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 또 그러면"… 그 '다음'은 도대체 언제?"낙하산 인사 관행 있는 한, 솜방망이 처벌 관행 안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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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금융사고가 업종과 유형을 가리지 않고 계속 터지고 있다. 사태 수습을 위해 금융 당국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정보유출 사고가 일어난 카드사를 직접 찾아가 현장 지도하는가 하면, 각 금융사 CEO들을 불러 으름장을 놓는 등, 금융당국 수장들도 바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으름장'이 말 그대로 '으름장'에서 끝난다는 점이다.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 '추후 이런 사고가 재발하면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는 등의 말은 반복되지만, 실제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거나, 당사자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은 사례는 찾기 어렵다는 것. 이 탓에 "말만 할 뿐, 실제로 책임을 물으려는 의지는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특단의 대책·엄중한 책임… 말로만?
"계속된 금융사고로 금융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기 어려운 수준으로 악화했다.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위기상황이다." (3월13일 신제윤 금융위원장)
"금융사고가 연이어 발생해 금융산업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비장한 각오로 사태해결 및 예방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4월14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금융회사가 내부통제와 소비자보호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대형 금융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경우 경영진에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 특히 금융사고를 은폐하거나 늑장 보고하는 등 시장과 소비자의 불안을 키우는 기만행위는 이유를 불문하고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 (4월 15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금융당국의 두 수장이 금융사고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하지만 이들의 이런 발언이 말로만 끝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단의 대책', '엄중한 책임'등의 강력한 표현이 여러 차례 나왔으나, 실제로 이루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이유다.
윤영대 KB국민은행노조(제3노조) 위원장은 "특단의 대책을 세우거나, 책임자를 엄벌할 의지가 정말 있었다면, 이런 조치들이 이미 실행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위원장은 "금융사고가 발생한 경우,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해당 금융사의 최고경영자인데, 어느 회사도 아직 최고경영자가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경우는 없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지난 1월 카드 사태 발생 당시, 카드사 CEO들은 사퇴했으나, 해당사들을 지배하는 그룹사 회장들은 아직 물러난 사례가 없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도 "사고 책임을 경영진에 묻겠다는 당국의 방침은 지난해부터 반복된 얘기"라며 "2011년 고객정보 유출사고 때 최고경영자(CEO) 중징계가 나왔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 말 뿐이거나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는 처벌, 왜?
금융사고가 반복될 때마다 재발 방지를 위해 금융사와 임직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금융당국의 제재는 말 뿐이었다. 그나마 이루어진 처벌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사상 최악의 고객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킨 카드 3사에 대한 제재도 과태료 600만 원과 영업 정지 3개월이었다. 금감원은 지난해 4대 금융그룹을 검사해 모두 160건의 위법사항을 적발했지만 해당 회사에 과태료 총 6억5520만 원, 기관경고나 주의 등 12건의 경징계 조치만 내렸다.
이 같은 현상과 관련,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의 의지 부족을 문제로 지적한다. 당국자들이 퇴직 후 금융사로 자리를 옮기다 보니 '모피아(기획재정부 출신)', '금피아(금감원 출신)' 선후배로 얽히는 금융사와 당국 간에 유착 고리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각각 행시 24기·25기 출신이다.
조 원장은 "낙하산 인사들이 금융사로 내려간 뒤 자연스럽게 유착 관계가 형성되면서 '봐 주기 식' 처벌 같은 비정상적 관행이 고착화됐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도 "책임을 물어야 할 대상이 자신의 행시 선후배, 전 직장동료 등 인맥으로 묶인 경우, 강한 제재를 가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모피아·금피아라는 단어로 표헌되는 낙하산 인사, 이로 인한 유착 관계가 해소되지 않고서는 이 같은 관행은 근본적으로 없애는 게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