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최종 합의 도출 17일로 연기재계 "정년연장,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근로시간 단축까지… 경영하지 말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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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로시간 단축을 놓고 재계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노사정 합의 도출도 15일에서 17일로 연기됐다. 법안 통과도 장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근로시간 단축은 2016년부터 현재 주 68시간(법정근로시간 40시간, 연장근로 한도 12시간, 휴일근로 한도 16시간)인 근로를 52시간(법정근로시간 40시간, 연장근로 한도 12시간, 휴일근로 한도 단계적 축소)으로 줄이는 것이 골자다.

    이에 대해 노사정소위는 공청회와 집중 협상을 벌여 15일까지 최종 타결안을 도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결국 17일로 또다시 합의를 도출에 실패했다.

    그간 노사정소위에서 여야와 정부, 재계와 노동계 간의 치열한 샅바싸움이 벌어졌다. 노동계와 야당은 '근로시간 단축'을 즉시 시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정부와 재계, 여당은 근로시간 단축의 유예기간을 1년까지 두거나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계의 입장에선 법이 개정돼서 근로조건이 크게 바뀔 경우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입법 후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법 개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경영계의 주장이다. 공청회와 집중 협상을 벌이며 양측은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지만 시행 시기와 처벌면제조항 도입을 놓고 이견을 보이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 총체적 난국

    재계는 정년연장,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이어 근로시간 단축까지 추진됨에 따라 기업의 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것이 더 큰 고민으로 다가오고 있다. 현재 환노위 계류 중인 법안들은 단기간에 근로시간을 대폭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로 인한 기업부담 완화방안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 ▲ ⓒ자료제공: 한국경영자총협회
    ▲ ⓒ자료제공: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최근 여러조사에서 많은 기업들이 근로시간 단축 입법에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으며 특히 생산차질, 인건비 상승, 구인난 심화, 노사갈등 증대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도'근로시간 미스매치' 조사를 벌인 결과 과잉근로 근로자의 9.2%만이 '임금 줄더라도 근로시간 줄이고 싶다'고 응답했고 장시간 근로 중인 근로자들의 83.5%가 '노사갈등 우려와 더불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재계는 최근 일부 하급심에서 휴일근로 시 휴일․연장수당을 중복할증해야 한다고 판결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그간 노사 양측 모두 정부와 법원의 해석을 기준으로 삼아 단체협약을 체결해왔으며 실제 동 해석에 따른 경우 어떠한 행정적․사법적 제재도 이루어진 사례가 없다"며 "이처럼 기업들의 신뢰보호 필요성이 매우 큰 상황이지만, 대법원이 중복할증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릴 경우 엄청난 파장과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이유로 조기입법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있으나 일단 입법이 된 후에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재입법이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입법 자체에 급급하기보다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 마련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부담 완화방안 절실 

    재계는 휴일근로를 연장근로 한도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법을 개정할 경우 반드시 기업부담 완화방안도 함께 입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첫째로 기업들이 대비할 수 있도록 법 개정 시 시행유예 기간 마련이 필수적이고 주40시간 도입 때처럼 기업규모별 6단계로 나누어 시행하는 것이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주40시간 도입시 1000명(2004.7.1) ⇒ 300명(2005.7.1) ⇒ 100명(2006.7.1) ⇒ 50명(2007.7.1) ⇒ 20명(2008.7.1) ⇒ 5명 이상(2011년 내 전면 시행)과 같이 이번에도 기업들이 대비를 할 수 있도록 1000명(17년) ⇒ 300명(18년) ⇒ 100명(20년) ⇒ 50명(22년) ⇒ 20명(23년) ⇒ 5인 이상(24년)과 같은 입법례를 만들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둘째로 노사합의 시 1주 최소 8시간 추가연장근로 허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입장이다. 이 밖에 미사용연차휴가 금전보상 제한 명시나 초과근로 할증률 축소, 휴일근로 중복할증 불인정 명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collar exemption) 도입 등을 주장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자들도 하지 않는 것을 왜

    재계는 글로벌 경쟁국들의 관련법안에 따른 움직임과 많은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 중인 일본의 사례를 참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일본은 법에서 근로시간 상한을 규제하지 않고 노사자율에 맡기고 있을 뿐 아니라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 ▲ ⓒ자료제공: 한국경영자총협회
    ▲ ⓒ자료제공: 한국경영자총협회

     

    세부적으로 일본의 시간외․휴일근로 관련 법제 및 관행을 살펴보면 노사합의(소위 36협정)로 연장․휴일근로 한도 결정(노동기준법 제36조) 후생노동성 고시에서 연장근로 상한을 제시하고 있으나 강행적 효력이 전무하다.

  • ▲ ⓒ자료제공: 한국경영자총협회
    ▲ ⓒ자료제공: 한국경영자총협회

     

    또 휴일근로(법정 주휴일)와 연장근로는 별도 취급하고 있고 실제 일본 기업들은 불황기에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고 경기 회복기에는 연장근로를 확대해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이 같이 재계는 자칫 우리 법만 규제를 강화할 경우 향후 국내 기업들이 더욱 불리한 조건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용어설명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collar exemption): 근로시간 장단을 기준으로 업무성과를 측정하기 어려운 관리직, 전문직 등에 대해 소득이 일정기준 이상일 경우 할증임금 적용을 배제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