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예정 항공기 위주로 산출…노후 항공기 퇴출 등 변수 많아"울진비행장·교육훈련원 활성화 위해 수요 과장했다" 지적도
  • ▲ 이스타항공 신규 항공기 도입식.ⓒ연합뉴스
    ▲ 이스타항공 신규 항공기 도입식.ⓒ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항공기 조종사 부족을 이유로 항공조종인력 양성사업을 추진하는 가운데 전반적인 수급상황을 고려할 때 국가 예산을 투입해 양성할 만큼 부족한 것은 아니어서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국토부가 유휴 공항인 울진비행장에 세운 비행교육훈련원 활성화를 위해 조종사 수요를 왜곡해 부풀렸다는 의혹마저 제기된다.


    국토부는 지난 6월부터 항공조종인력 양성 2단계 사업을 진행 중으로 1차 모집을 통해 선발한 47명 중 26명이 입과해 교육을 받고 있다.


    국토부는 6월 현재 1단계 사업에서 배출한 140명을 기준으로 2018년까지 매년 140명의 사업용 조종사를 배출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2단계 사업을 통해 세계적으로 심각하게 문제가 되고 있는 조종사 인력난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매년 430명 이상 필요" VS 업계 "이미 550명대 배출"


    국토부에 따르면 국내 조종사는 올해 510명을 비롯해 2015년 482명, 2016년 392명 등 2018년까지 총 2168명 연평균 434명이 신규로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국인이 군 전역자 132명 포함 348명, 외국인이 86명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조종사 인력이 부족한 것은 맞지만, 국가가 예산을 투입해가며 조종사를 길러낼 정도로 부족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국토부는 연평균 434명의 조종사 신규 수요가 발생한다고 내다본 가운데 이미 항공운항학과가 있는 전국 7개 학교에서 550명 정도를 배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배출 인력이 모두 취업하는 것은 아니나 항공사 채용규모도 일정치 않고 탄력적이다.


    국토부 수요 예측 인원도 올해는 510명인 데 비해 2016년은 392명으로 차이를 보인다.


    국내 항공사 한 관계자는 "조종사 수요는 기본적으로 항공사별로 도입하는 항공기 수와 직결돼 있다"며 "항공기를 매년 일정하게 들여오는 게 아니므로 조종사 수요도 해마다 차이가 난다. 항공사별로 아예 안 뽑는 시기도 있다"고 부연했다.


    민간항공시장에 유입되는 군 전역자 규모를 예단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조종사 수급의 변수다.


    항공 교육기관 한 관계자는 "공군 전역자가 민항시장으로 넘어와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경우가 많다"며 "군 전역자 수를 정확히 알 순 없다"고 설명했다.


    새 항공기가 도입되는 만큼 낡은 항공기가 퇴출되고 기존 항공기 조종사들이 도입 항공기 조종사로 전환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새로 들여오는 항공기 못지 않게 나가는 노후 항공기도 무시 못한다"며 "증가 추세이긴 하나 항공기 총 보유량을 고려하면 그렇게 많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항공사에는 기존 항공기 조종사를 새 기종 조종사로 전환하는 교육과정이 있어 적지 않은 인원이 전환된다"며 "교육기간도 신규 조종사에 비해 단축할 수 있어 조종사 공백기간도 길지 않다"고 덧붙였다.


    국토부가 중요한 수요 예측 수단으로 활용한 항공기 도입 계획 자체가 부실한 것도 문제다.


    대형 항공사는 자체적으로 5~10년 단위로 중장기 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있지만, 저비용항공사는 여건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20%대 외국인 조종사 채용, 국내 조종사 수 부족 아닌 채용조건 탓


    국토부 수요 예측에는 2018년까지 전체의 20%(86명)가 외국인 조종사로 분류됐다.


    정부 조종사 양성사업은 외국인 조종사 비중을 줄이고 토종 조종사 공급을 늘리는 데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민간항공사들이 외국인 조종사를 뽑는 것은 배출되는 국내 조종사 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항공사의 채용조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나 진에어의 경우 조종사 비행시간으로 다른 항공사보다 4배 많은 1000시간을 요구한다"며 "국내 지원자가 비행시간, 어학능력 등 채용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외국인 조종사를 채용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교육기관 관계자는 "항공사가 조종사를 막 뽑는 게 아니다. 요구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며 "(정부 사업이) 배출자 수에 연연해하기 보다는 항공사 요구를 충족해 국제 경쟁력을 갖춘 조종사를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차별화된 교육 콘텐츠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토종 조종사 비중 확대는 고사하고 기존에 배출되는 국내 조종사의 취업경쟁률만 높이는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교육계 "울진비행장 시설 미흡…조종사 양성사업도 활성화 차원서 접근"


    일부 항공교육 전문가는 국토부가 울진비행장에 설립한 비행교육훈련원을 조기 활성화하기 위해 조종사 양성사업을 추진했고, 사업 당위성을 확보하려고 수요조사가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견해다.


    울진비행장은 2008년 국무총리 주관으로 열린 위기관리대책 회의에서 공군 조종사의 의무복무기간 연장과 민간 조종사 훈련체계가 이슈화되면서 비행교육훈련원으로 용도가 전환됐다.


    정치권의 입김으로 국비 지원을 위한 예비 타당성조사까지 통과하고도 수요 부족 문제가 불거져 개항하지 못하고 있던 차에 활용방안이 마련된 셈이다.


    하지만 울진비행장은 애초 비행교육훈련원으로 설계된 게 아니어서 여러 기능상 제약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교육계 한 관계자는 "(울진비행장은) 격납고, 정비시설 미흡 등 비행훈련장으로써 기능을 다하도록 설계된 게 아니다"면서 "조종사 양성사업도 비행장 활성화 차원에서 접근하다 보니 개선할 게 많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비행훈련원 설립이 거론되던 시기에는 국내 조종사 양성교육기관이 많이 부족했다"면서 "비행훈련원 개원 전에는 조종사 교육을 위해 외국에 나가는 인력이 많았지만, 개원 이후에는 외화 유출을 크게 방지하는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조종사 수요 예측 과장과 관련해선 "과거 항공사별 채용 자료와 앞으로의 계획을 토대로 수요를 예상했다"며 "변수가 많아 정확도는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