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넘긴 삼성 세탁기 파손 의혹 사건 CES 참석 후 아닌 미리 받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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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수첩] 조성진 LG전자 사장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삼성전자 세탁기 파손 의혹 사건'과 관련, 업무 등을 핑계로 조사를 지속적으로 미루자 검찰이 지난 21일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무고하다고 주장하는 글로벌 대기업의 사장을 출국금지까지 시킨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사실상 검찰이 조성진 사장을 단순한 참고인을 넘어 사실상 피의자 신분으로 본 것이다.

    검찰은 지난 9월 수사에 착수한 이래 수차례 조성진 사장에게 출석을 통보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현재 조성진 사장은 다음달 1일부터 9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참석한 뒤 출석하겠다는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게 검찰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검찰은 LG전자측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다음달 10일까지 조 사장의 출국을 금지시켰다.

    이에 LG측은 CES 후 검찰 소환에 응하겠다며 출국금지 해제를 요청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의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조 사장이 정말 삼성전자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한 사실이 없다면 검찰에 출두해 "난 그런 적이 없소" 한 마디만 하면 끝나는 일이다.

    LG전자 측은 수차례 기자들에게 억울함을 토로해왔지만, 그 어떤 근거도 없다. 당시 조 사장이 삼성전자 세탁기를 파손한 것으로 추정되는 CCTV가 증거물로 제출된 마당에 그가 정말 억울하다면 당당한 걸음으로 검찰에 출석해 그의 '무고함'을 주장하면 된다.

    삼성전자 측은 이미 사건 관련 임직원들 모두가 조사를 받았으며, 조 사장의 혐의를 입증하는 증거물(CCTV영상)도 제출한 상태다.

    그러나 LG전자 측은 돌연 지난 21일 "성명불상의 삼성전자 임직원 3명을 증거위조, 명예훼손, 증거은닉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측은 조 사장이 검찰 조사를 지연시키기 위해 억지를 부리는 것이라며 발끈했다.

    이번 사건에서 또 하나의 핵심은 '조 사장이 아무런 죄가 없다면 검찰이 왜 출국금지라는 초강수를 뒀는지?다.

    통상 출국금지는 출입국관리법 제4조에 따라 법무부장관은 다음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국민에 대해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출국을 금지할 수 있다.

    △형사재판에 계속(係屬) 중인 사람 징역형이나 금고형의 집행이 끝나지 아니한 사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의 벌금이나 추징금을 내지 아니한 사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의 국세·관세 또는 지방세를 정당한 사유 없이 그 납부기한까지 내지 아니한 사람 그 밖에 제1호부터 제4호까지의 규정에 준하는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 또는 경제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어 그 출국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법무부령으로 정하는 사람 등이다.


    또 법무부장관은 범죄 수사를 위해 출국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대해는 1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출국을 금지할 수 있다.

    △소재를 알 수 없어 기소중지결정이 된 사람 또는 도주 등 특별한 사유가 있어 수사진행이 어려운 사람 기소중지결정이 된 경우로서 체포영장 또는 구속영장이 발부된 사람 등이 해당된다.

    이 중 과연 조 사장은 어느 범위에 해당해 출국금지를 당한 것일까. 이와 관련 검찰 측은 "LG는 CES가 중요해 행사가 끝난 후 조사를 받겠다고 했지만, 조사를 받고 CES에 가는 건 왜 안 되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서로 억울함을 주장하며 자칫 국제적 망신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상황에서 양사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다. 죄를 입증하는 것과 무죄를 증명하는 것.

    삼성전자는 
    임직원 소환 조사, 증거물 제출, 사건 당시 목격자 진술 등 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미 끝낸 상태다.

    그러나 무고함을 주장하는 LG전자가 한 일은 단순히 "나는 아니다" 뿐이다. 
    더 이상 사태가 커지기 전에 한 대기업의 수장으로서, 그리고 업계에 종사하는 최고 전문가로서 회사 중요 행사 후가 아닌, 미리 의혹을 밝히고 국제무대에 당당히 서야하는 게 아닌지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