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 지역민 대상 영업…시중銀보다 상대적으로 충성심 높은 고객 多 계좌이동제 대비책 아직 없어
  • 은행 주거래 계좌를 자유자재로 옮길 수 있는 '계좌이동제'가 오는 2016년 금융권에 본격 도입된다. 은행권은장기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무한경쟁에 돌입, 금융소비자를 위한 서비스가 한층 다양해질 전망이다.

    다만 시중은행들은 주거래 고객 이탈 막기에 일찌감치 사활을 걸고 있지만, 지역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지방은행들은 대비책 대신 느긋한 행보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계좌이동제 서비스, 오는 6․9․11月 단계적 도입 후 2016년 1월 '본격 시행'

    계좌이동제(Bank Account Swtiching)란 금융소비자가 사용하는 은행 주거래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길 경우, 기존 계좌에 연결돼있는 공과금, 급여이체 등 각종 내역을 별도 신청 없이 자동 이전되는 금융시스템이다.

    지금까지는 기존 계좌에 각종 이체 계좌들이 묶여 있어서 주거래은행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계좌이동제가 도입되면 각종 출금이체 내역을 조회한 뒤 변경․해지할 수 있어 ‘계좌 갈아타기’가 보다 수월해질 전망이다.  


           



계좌이동제 사용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금융결제원에서 운영 중인 '출금이체정보통합관리시스템(www.payinfo.or.kr)'에서 본인 계좌에 묶여 있는 이체 사항(통신비․카드비․보험료․관리비 납부․급여이체 등)을 확인한다. 그리고 이 사이트에서 기존 주거래 은행 계좌를 해지하고 새로운 계좌를 등록, 변경하면 된다. 주거래 계좌 설정시 출금 이체 정보는 새로운 계좌로 옮겨지는 것이다.
 
은행 지점 직접 방문 및 각 은행 인터넷뱅킹 사이트에서도 변경 가능하다.

지난해 말부터 금융결제원은 출금이체정보통합관리시스템을 시범 운영 중이며, 지금까지는 본인 명의 예금계좌에 등록된 자동이체 등 출금이체신청내역을 '조회'만 할 수 있다.

금융권은 시범 운영을 통해 계좌이동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자리잡게 할 계획이다. 오는 6월부터는 조회 뿐 아니라 해지까지 가능하도록 하고, 9월부터는 출금이체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변경하는 서비스를 일부 업체에서만 실시할 계획이다.

이후 11월부터는 자동이체 계좌도 조회 및 해지, 변경할 수 있는 '계좌이동' 서비스를 모든 은행에서 시범 운영한 뒤  2016년 1월 본격 도입한다.  

◆‘집토끼’ 잡아야 하는데…시중은행 '총력' vs 지방은행 '느긋' 상반된 태도 눈길 

계좌이동제는 금융위원회가 지난 2013년 11월 금융회사 간 경쟁 촉진을 통해 금융산업의 유효경쟁 환경을 조성하고자 도입한 서비스다. 새로운 제도는 은행들에게 위협 요인이자 신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위기이자 기회'가 될 전망이다.

다만 현재 은행별로 계좌이동제를 정의하는 범위가 다르고,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주거래 고객' 확보를 위한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중은행들은 계좌이동제로 고객 이탈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고 각종 혜택을 포함한 상품을 쏟아내는 반면, 지역 기반으로 주거래고객을 확보 중인 지방은행들은 계좌이동제 도입을 앞두고 느긋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계좌이동제 대비에 가장 적극적인 우리은행은 최근 '우리 주거래 고객 상품 패키지'를 출시하고 주거래 계좌를 갖고 있는 개인들에 대한 혜택을 대폭 확대하고 나섰다.

급여와 연금이체, 관리비‧공과금 자동이체, 우리카드 결제계좌 등 세 가지 조건 중 두가지만 해당되면 우리 주거래 통장, 우리 주거래 카드, 우리 주거래 신용대출‧직장인 대출 이용시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도 계좌이동제 태스크포스(TFT)를 구성, 상품 라인업을 재구성하고 기업은행도 계좌이동제 대응 전담팀을 꾸려 대비책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박종복 은행장이 직접 나서 계좌이동제에 대비할 방안을 논의하는 회의를 주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은 수수료를 면제나 포인트 우대 적립 등 여러 혜택을 제공, 주거래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지만, 지방은행들은 계좌이동제 시행에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대구은행, 전북은행, 경남은행 등 지방은행들은 해당 지역민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어, 계좌이동제가 도입돼도 충성심이 높은 고객들의 이탈이 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

대구은행의 대구와 경북지역 시장점유율은 약 45%에 달하고, 전북은행과 경남은행 역시 해당 지역내에서 각각 32.53%, 24.95%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야 계좌이동제로 고객 이탈이 클 수 있겠지만, 지방은행은 기본적으로 지역민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기 때문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계좌이동제 도입으로 인한 별도의 태스크포스를 꾸린다거나 상품을 개발하는 것은 아직 없고, 다른 지방은행들이 상품을 내놓으면 그때는 참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지방은행 관계자 역시 "계좌이동제는 지점이 별로 없는 지방은행들이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관련 상품을 개발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시중은행들이 최근 출시하는 주거래 고객 우대 상품들도 사실 기존 상품과 크게 다를 바 없어 계좌이동제와 관련해 벤치마킹할 상품이 딱히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