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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합병을 통해 업계 자기자본 1위로 단숨에 올라섰던 NH투자증권이 합병 이후 처음으로 실적 성적표를 공개했다.
타 증권사들이 바라보는 NH투자증권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다만 자기자본에서 압도적 업계 1위 증권사가 기록한 실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도 나오는 만큼,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1조99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순영업수익(연결기준)은 314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233억원으로 376% 늘었고, 순이익은 844억원으로 645% 급증했다.
이같은 NH투자증권의 호전된 실적에 타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NH투자증권에 대해 "1분기 실적은 예상을 크게 웃돈 수익 증가와 이를 앞지른 비용 증가가 눈에 띈다"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가 2만원을 유지했다. 특히 투자은행(IB)부문의 농협증권 합병 시너지가 생각보다 크다고 분석했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중 IB부문 처분/평가손익이 204억원 반영돼 있는데, '씨티센터타워' 매각을 통해서만 약 220억원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며 "기존 우리투자증권과 농협증권의 IB업무 중복이 거의 없어 합병에 따른 누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1분기 중 주식시장 호황으로 평균수수료율이 상승해 브로커리지 수익이 늘어난 것은 긍정적"이라며 "2분기에는 트레이딩 실적이 악화되더라도 판매관리비 감소 덕분에 순이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증권도 NH투자증권에 대해 호실적 기조가 2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1만6000원을 유지했다.
이태경 현대증권 연구원은 "주식거래대금 호조세에 따른 브로커리지 회복, 금리하락에 따른 채권평가익 실현, IB관련 처분, 평가익 증가, 주가연계증권(ELS) 조기상환 수수료 인식 등이 실적개선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호실적은 시장 회복세에 따른 증권가 전반에 진행되고 있는 현상으로, 여전히 불안요인들은 많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합병에 따른 수익 창출 능력을 입증됐지만 1분기 순이익은 예상치를 하회했다는 분석석도 나온다.
이철호 연구원은 "1분기 순이익은 전망치인 1018억원에 비해 17% 하회한 수준"이라며 "당초 전망보다 판매관리비가 54%나 많았다"고 분석했다.
특히 NH투자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를 비롯한 '덩치'가 타 증권사를 압도함에도 불구하고, 여타 상위 증권사들의 실적과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성적을 냈다는 점을 지적하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KDB대우증권이 1분기 당기순이익이 1110억원, 영업이익이 1425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1위의 성적을 냈기 때문으로, NH투자증권과 대우증권의 규모를 비교했을 때 NH투자증권이 덩치에 비해 수익성은 크게 뒤진다는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다.
매출 부분에서도 KDB대우증권이 같은 기간 전년 대비 54.4% 증가한 1조4965억원, 삼성증권은 63.2% 증가한 1조1538억원의 매출을 기록, NH투자증권의 매출규모(1조9900억원)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운용수익(트레이딩)이 683억원에서 1528억원으로 124% 늘었고, ELS 조기상환 집중에 따른 만기이연수익이 1분기 실적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했다는 점도 2분기 실적전망을 낙관할 수 없는 요소다.
금리하락으로 인한 채권평가이익, ELS 조기상환 집중에 따른 만기이연수익이 주된 배경이다. 또한 채권운용규모가 14조8000억원에서 18조원으로 늘어 이자수익이 불어난 것도 큰 몫을 했다.
올해 1분기 보여준 NH투자증권의 호실적은 경영능력보다는 시장 회복세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 1위에 걸맞는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